2024.09.27 01:22
- 1994년작이니까 얼떨결에 30주년이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3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역시 그 시절 인기 포스터로 카페와 동아리방 등등을 장식했던 물건인데요. 좌측의 저 젊은이가 고작 2년 후에 그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을 못 했습니다. ㅋㅋ)
- 대학교 졸업식입니다. 빼어난 성적으로 졸업생 대표가 된 '릴레이나'가 참으로 그 23세 다운 패기 넘치는 셀프 축사를 시전하구요. 이후엔 청춘들의 삶을 기록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픈 야망의 여인 릴레이나가 들고 다니는 캠코더 영상으로 멤버들 소개를 해요. 무슨 일자리든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잘리면서 별로 잘 될 것 같지도 않은 밴드 연습과 공연에만 매진하는 트로이, 모든 남자와 원나잇만 하고 끝내면서 에이즈 감염을 걱정하는 '갭' 직원 비키, 그리고 뭔가 별다른 특징 없이 평범하지만 나아중에 밝혀지는 바로는 게이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삶에 고민이 많은 쌔미... 정도가 주인공 멤버들이구요.
이후부터는 뭐... 특별한 게 없습니다. 아직 세상 살이에 적응이 안 된 네 젊은이, 그 중에서도 릴레이나가 세상에 부딪히고 깨지고 하면서 더불어 친구들과도 부딪히고 깨지고, 그러다 연애도 하고 나름대로 철도 좀 들고 하는 이야기에요.
(이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간단합니다... 간단한데... 저도 몰라요!!!)
- 그 당시엔 몰랐지만 벤 스틸러의 감독 데뷔작이에요. 각본은 남이 썼지만 아무튼 입봉작! 대박은 아니어도 제작비의 네 배 가까이 벌어들인 걸 보면 (제작비가 워낙 적습니다. ㅋㅋ 천만 달러 정도?)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은 했고 사람들 기억에도 많이 남았으니 성공적인 데뷔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이후로는 '케이블 가이', '주랜더', '트로픽 썬더' 같은 식으로 엽기 코믹물 쪽으로만 가는 걸 보면 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을지도? 암튼 뭐 그래서 본인이 비중 큰 조연을 맡아 출연도 했는데, 아주 멀쩡한 훈남(!) 역할로 연기를 시전하는 벤 스틸러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건 꽤 신선한 재미였네요. 이 영화를 볼 당시엔 그 양반이 나중에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요. ㅋㅋㅋ
(남자 둘, 여자 둘의 이야기... 인 것 같지만 사실 둘이 주인공이고 나머진 병풍. 그리고 이야기상 진짜 주인공은 위노나 하나. 뭐 그렇구요.)
- 뭐 그렇게 잘 만든 영화라고 칭찬해 줄만한 작품은 못 됩니다. 전반적으로 이런 청춘물에 필요한 형상을 대략은 갖추고 있지만 자꾸 덜컹거리고 모자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처음엔 분명히, 영화 제목 그대로 이상 높은 순수한 청춘들이 세상 살이의 빡셈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뭐 그런 걸로 시작을 하거든요. 말하자면 90년대 버전 '성 엘모의 불'처럼 시작을 하는데... 그게 중반 이후로 갑자기 로맨스로 훅 빠져 버리구요. 그러면서 세상 살이의 고단함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데 그나마 그 대신 선택한 로맨스마저도 마지막에 "아니 왜 갑자기???" 라는 느낌으로 갑작스레 마무리가 되어 버려요. 그래서 분명히 성장물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왜 성장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성장했단 느낌도 전혀 안 들구요.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아니 잘 되는 건 좋은데 대체 왜???" 라는 생각만 듭니다. 이상하죠. 그 시절엔 그냥 재밌게 잘만 봤는데요. 지금 보니 후반 전개가 정말로 엉망진창이에요. ㅋㅋㅋ
(기승전 러브러브러브라인... 은 애시당초 한국 드라마의 종특 같은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우리 훈남 벤 스틸러 젊은이 좀 보세요!! ㅋㅋ)
- 캐릭터 묘사도 되게 어중간하게, 뭐든 다 하다 말고 중간에 때려 치워 버리는 느낌입니다. 위노나 라이더의 주인공 캐릭터는 꽤 괜찮거든요? 괜찮은 대학을 졸업생 대표로 끝냈다는 자부심과 자신은 세상의 규칙을 거부하고 순수한 이상을 추구한다는 자뻑에 빠져 세상을 만만히 보고 주변 친구들을 은근 하찮게 보며 진상 부리다가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면서 서서히 철들어가는... 그런 식으로 잘 되어 있는데. 이미 적었듯이 영화가 갑자기 로맨스 외길로 질주해 버리니 '서서히 철들어가는' 묘사가 사라져서 그냥 예쁜 진상(..)으로 끝나요. 에단 호크의 캐릭터도 비슷합니다. 가슴 속에 3천원을 지닌 반항아이자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춘 스윗남... 이라는 식인데 초반엔 진상질이 너무 심하고 후반엔 아무 이유도 없이 정신을 차려 버려요.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각각 나름 중요한 컨셉을 하나씩 갖추고도 그걸 맛만 보여주다 말고 주인공들 연애질에 밀려 그냥 사라집니다. ㅋㅋㅋ
웃기는 건 그 와중에 뻔한 로맨스물 라이벌 캐릭터처럼 등장하는 벤 스틸러의 캐릭터가 의외로 입체성도 있고 매력도 있게 그려진다는 건데요. 지금 와서 '얘가 그 벤 스틸러이고 이 영화 감독'이라는 걸 알고 보니 본인 캐릭터라서 사심을 넣어서 좀 보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그러네요. 아니 정말로 주인공이 얘를 선택 안 하는 게 참으로 부당하고 못됐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ㅋㅋ
(뭐 비주얼 때문이었겠죠. 이해는 합니다.)
- 근데 뭐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또 재밌게 봤습니다. 제가 그렇죠 뭐.
영화에 요즘엔 어디서 구경하기 힘든 그 시절 젊은이 갬성이란 것이 가득합니다. 그러니까 도입부를 장식하는 "난 세상을 바꾸겠다. BMW 따위 사겠다고 주당 몇 십 시간을 일하지 않겠다"라는 선언부터가 그렇죠. 이런 패기가 그래도 통용이 되던 시절이니까 가능한 부분이란 말이에요. 에단 호크의 반항아 락커 캐릭터도 정말 딱 그 시절에 먹히던 그런 로망(?) 같은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들이대니 정겹기 그지 없구요. 벤 스틸러네 회사에서 만드는 영상들의 'Mtv 감성' 넘쳐나는 편집들도 추억이 방울방울. 친구 사이의 남자 둘, 여자 둘이 한 집에 모여 살며 아웅다웅한다는 설정도 그 시절엔 그냥 그것만으로도 참 쿨하고 멋져 보였죠. ㅋㅋ
거기에 영화 내내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노래들이 또 좋습니다. 곡들도 좋고, 또 참으로 20세기스러운 곡 활용 방식들이 정겹구요. 그런 유명곡들이 깔릴 때마다 감성 터지는 톤으로 꽃다운 시절 주연 배우들의 미모를 자랑스럽게 늘어 놓는 연출도 참말로 귀엽고 좋아요. 거기에다가 중요한 장면마다 여지 없이 터져 나오는 대놓고 노린 '명대사'들의 향연이... ㅋㅋㅋㅋㅋ
(장난하냐 이 핏뎅이놈들아!!!!!!!)
- 그리고 이런 추억팔이 무드에 결정타를 날려주는 게 바로 배우들입니다.
미모의 락스타 지망생... 역할이라는 게 가능했던 시절의 에단 호크가 터프하게 폼을 잡으며 치명적 미남자 행세를 하는 것도 참으로 귀엽고 좋구요. 정말로 멀쩡한 훈남 비주얼의 벤 스틸러가 어설프지만 속 깊고 매사 진심인 찐따(...)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것도 재밌는 구경거리구요. 그 시절에 꽤 잘 나갔던 재닌 가로팔로의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란 느낌이라 좋았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다 자기 역할을 꽤 잘 합니다. 적어도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다른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다 잡아 먹기 전까진 말이죠. orz
...그런데 사실 이런 건 다 핑계구요.
그러합니다. 하하. 게시판에 이 얘길 적는 게 꽤 오랜만인 것 같은데. 전 저 시절에 한 마리 위노나 라이더 빠돌이였던 것... ㅋㅋㅋ 정말 영화 내내 눈부시게 아름다우십니다. 그렇게 진상을 부려대도 에단 호크와 벤 스틸러가 흔들림 없이 쫓아다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ㅋㅋ 이 비주얼이면 그래도 되는 겁니다? 하하.
(그냥 가까이 가서 대화를 하면 안 되겠니.)
- 그래서 결론은...
주인공들이 전혀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 이라는 괴상한 작품 되겠습니다.
전반부의 성장물 무드와 후반부의 로맨스 무드가 서로를 잡아 먹으며 발목을 잡고 영화가 멀쩡한 작품이 되지 못하게 자빠뜨려 버리는 희한한 구경을 할 수 있겠는데요. 지금 와서 보니 괜히 그리워지는 그 시절 분위기. 그래도 떼어 놓고 보면 꽤 멀쩡한 전반부의 이야기와 캐릭터들. 그리고 정말로 블링블링 눈이 부신 젊은 시절 스타들의 모습 때문에 즐겁게 보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뭐 해당 배우들이 팬이 아니시라면, 뭣보다 완성도를 우선시하는 취향이라면 이제와서 굳이 챙겨 볼 이유가 있는 작품은 아니겠지만 전 간만에 위노나 라이더에 대한 빠심을 불태우며 즐겁게 봤습니다. ㅋㅋ 네. 그랬습니다.
+ 아 '비틀쥬스 비틀쥬스' 봐야 하는데... 게으름을 이겨내기가...
++ 그 많은 노래들 중 하나 정도는 올리며 끝내야 기분이 상쾌할 듯 하여.
이것도 가사를 다 외우고 듣고 또 듣고 흥얼거리고... 한참을 그랬던 곡이네요. 하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만 뭐 별 게 있겠나요.
주인공 넷은 모두 그냥 친구 사입니다. 하지만 릴레이나와 트로이의 사이는 딱 봐도 성적 긴장감이 좔좔 흐르는데요. 서로가 각자의 인생관에 맞는 캐릭터는 아니기도 하고. 또 오랜 세월 잘 지낸 친구 사이를 깨는 것도 두렵고 해서 그냥 친구로 지내는 중이죠. 그러다 달리는 차 속에서 릴레이나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담배 꽁초가 옆에 서 있던 오픈카에 떨어져 불(...)을 내는 바람에 그 차 주인 마이크와 엮이게 되구요. 마이크는 릴레이나의 눈부신 미모에 반해서 손해 배상이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다짜고짜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이렇게 되니 트로이는 초딩마냥 티를 내며 질투를 해대고. 그래서 트로이와 릴레이나의 사이는 자꾸만 어색해집니다.
지역 방송국 아침 토크쇼 스탭으로 일하며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꿈꾸던 릴레이나는 계속해서 밥맛 없게 굴다가 급기야는 '나 쟤 싫으니까 잘라 버려!' 라고 외쳐대는 토크쇼 진행자를 엿 먹이고는 (대사 카드에 '저는 주로 어린 여자애들에게 끌리는 취향이 있는데 말이죠'라고 적어서 건네주지 곧이 곧대로 그걸 읽어 버리고는 망신을 당합니다. 진행자 능력이... ㅋㅋ) 결국 해고 당해요. 퇴근해서 그걸 털어 놓으니 "잘 됐네! 우리 매장에 와서 일하면 돼!!" 라는 절친에게 "내가 갭 매장 따위에서 일 할 것 같아!!!?" 라고 질러 버리는 릴레이나의 무개념이 참으로 볼만하구요.
열심히 이 곳 저 곳 야심차게, 신문에서 라디오, 공중파와 케이블 티비까지 각종 언론, 방송사들에(만) 입사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와장창창 낙방을 거듭하니 자존감이 무너지고 공황상태에 빠진 릴레이나는 급기야 방구석에 처박혀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며 전화로 점 쳐주는 유료 서비스에 전화를 해서는 밤새 인생 상담을 주고 받는 등 한심한 청춘으로 전락합니다. 그러다 친구들에게 한껏 구박 당하고는 기껏 한다는 게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주유 카드를 들고 주유소에 가서 카드깡을 하며 돈 버는 거구요. 그 와중에 트로이가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 오자 참 맥락 없이 살벌한 폭언을 퍼부어서 관계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가네요.
그런데 그때 마이크가 '니가 그동안 촬영한 친구 영상들 너무 좋다. 이걸로 내 방송국에서 쑈를 런칭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구요. 설마 싶어서 일단 거절했지만, 마이크가 그걸 회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좋은 반응을 얻어서 결국 쑈가 제작되게 됩니다. 그런데 또 그 와중에 화해한 트로이와 썸을 타는 우리의 빌런 릴레이나(...)
그러다 영상 편집이 끝나서 프리미어 파티에 초대 받은 릴레이나는 꽃단장을 하고 마이크와 함께 거기에 참석하는데. 거기에서 본 자신의 영상을 아주 잘게 잘게 토막이 나고 현란하게 편집이 되어 한심한 청춘들이 한 집에 모여 앉아 썩은 드립들만 쳐대는 개그 영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매우 크게 깊이 상처 받은 릴레이나는 도중에 뛰쳐 나와 집으로 돌아오고. 거기에서 의외로 진중하게 자길 위로해주다가 갑작스레 고백 공격(...)을 시전하는 트로이와 얼떨결에 섹스를 해 버리네요. 뭐 사실 진작부터 둘이 속으로 좋아하고 있던 사이이니 오래 참았죠. ㅋㅋ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설득력 없는 핑계를 대며 침대에서 빠져나와 도주하는 트로이 때문에 또 또 깊이 상처 받은 릴레이나는 토로이가 공연을 하는 술집에 찾아가 공연을 지켜보며 대화 찬스를 노리는데... 그때 우리의 '의외로 선량하고 진심인' 마이크가 찾아와 다시 또 격렬한 사과의 말을 건네며 함께 비행기 표를 들이밀면서 제안을 합니다. "지금 바로 나랑 같이 뉴욕으로 날아가자. 거기에서 니 영상을 온전히 니 맘대로 편집해서 작품을 만들자. 난 널 정말 사랑하고 그 영상도 진짜로 맘에 든다. 한 번 '진짜'를 만들어보자!" 라는데요. 하필 또 그 때 무대를 마치고 내려 온 트로이가 끼어들어 우리 사귄다는 거 말 안하니? 라는 조로 시비를 걸구요. 마이크 없는 곳으로 트로이를 끌고 간 릴레이나는 어떻게 니가 아침에 그렇게 가 버릴 수 있냐며 버럭버럭 따져대기 시작하는데... 제가 볼 땐 충분히 성의가 넘치는 사과를 하며 절대 자기는 진심이라는 트로이를 용서하지 않고 곧바로 뛰쳐 나가 택시를 타고 사라져 버립니다. ㅋㅋㅋ 그렇게 버려진(?) 남자 둘이서 투닥거리다가 계속 자기보다 우월한 지식을 뽐내며 받아치는 트로이 때문에 정말정말 격하게 열받은 마이크는 버럭! 하고는 사라져서 그대로 영원히 퇴장.
그 다음이 매우 허망합니다. 결국 릴레이나는 집에 처박혀서 삐져 있는데 트로이는 병으로 죽어가는 아빠가 있는 시카고로 돌아가 버려요. 그리고 둘은 각자 일상을 지내면서 서로를 생각하구요. 견디다 못해 본인이 트로이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 릴레이나가 짐 싸들고 집을 나서는 순간 딱 그 타이밍에 돌아온 트로이와 마주칩니다. 그 다음은 뭐 별 거 있겠어요. 낭만적인 고백의 말을 다시 주고 받고, 키스하고, "딸아. 대체 어떻게 내가 준 주유 카드로 한 번에 900달러를 쓴 거니." 라고 묻는 아빠의 전화 녹음기 음성을 배경으로 계속 키스를 하네요. 끝입니다.
2024.09.27 09:02
2024.09.27 20:37
으하하 사실 저도 글 적으며 이제서야 '아. 번역제는 그 영화 제목을 따왔구나'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할배 크로키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 비슷한 제목으로 속편을 만들면 재밌겠어요. 흥행은 영 안 될 듯 하지만요.
2024.09.27 09:07
그나저나 이규형의 청춘스케치를 극장에서 본 사람이 여기 몇이나 되려나요 네, 그 영화인 줄 알고 들어왔습니다. 죄송. 우리 위노나 라이더님...중간에 옷가게에 있는 사진을 보니 괜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2024.09.27 20:38
'극장에서 본 사람'이라고 하셔서 일단 저는 탈락입니다. ㅋㅋ 보긴 봤는데 나중에 티비로 봤는지 비디오로 봤는지... 암튼 극장에서 안 본 건 확실하구요. 옷가게... 아니 갑자기 팬의 트라우마를!!! ㅠㅜ
2024.09.27 09:26
극중 인물들과 나이가 비슷할 때 대여소 비디오로 아주 재미있게 보았으나, 지금 보면 스무살짜리의 진상짓에 공감하기 힘들 것 같긴 하네요. 위노나 라이더의 이혼한 부모가 각각 재혼한 연하남/녀를 데려와서 졸업 축하 저녁을 함께 먹는 걸 보면서, 아직 이혼이 드물던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혼 부부가 자녀 양육 차 만나서 교류하는 경우는 드물던가...?)
2024.09.27 20:40
그게 좀 웃기는 게요. 대략 30대 쯤에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땐 말씀대로 공감 안 된단 느낌이 강했는데. 나이를 더 먹고 다시 보니 '허허 저 때는 뭐 저럴 수 있지. 짜증은 나지만.' 이런 느낌이더라구요. ㅋㅋ 환갑 때 쯤 되면 그냥 다 이쁘고 좋아 보일지두요(...)
맞아요 저는 심지어 그 장면을 처음 볼 때 한동안 그 상황을 이해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아빠는 저 쪽에 있고 엄마는 이 쪽에? 왜 각자 파트너가? 아니 왜 다 함께 딸 졸업식에 있어? ㅋㅋㅋ 그것도 그렇고 남 둘, 여 둘 조합이 한 집에 함께 지내는 것도 그렇고... 그 시절에 보기엔 '선진국의 쿨함'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2024.09.27 09:47
이 시절의 위노나는 제게도 거의 숭배의 대상이었던 듯요 ㅎㅎ 불현듯 헤더스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2024.09.27 20:41
솔직히 찬양할만한 비주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제가 연예인 팬질을 별로 안 해보고 산 사람인데 그 첫 번째가 이 양반이었어요. '헤더스'는 몇 년 전에 다시 봤는데 당연히 아름다우시구요. 많이 어릴 때 영화인 '루카스'를 다시 보고 싶은데 이건 어디 구할 데가 없네요...
2024.09.27 10:52
2024.09.27 20:42
아메리칸 퀼트도 극장에서 봤는데요. ㅋㅋ 그때 함께 본 친구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말씀대로 날씨도 선선하고 하늘은 높고... 이런 영화 보며 셀프 추억팔이하기 좋은 시즌인 것 같아요. 하하.
2024.09.27 15:23
저도 처음 봤을 당시에는 와 위노나 라이더 이쁘다! 에단 호크 멋있다! 노래 좋다! X세대 감성 쩐다! 이랬었는데 나이도 좀 먹고 영화감상 내공 좀 생기고 나서 재감상을 하니 지적하신 그런 문제점들이 너무 너무 심각하더라구요.
릴레이나야 어쨌든 결국은 이런 청춘 성장물에 걸맞는 처음에는 낭만과 이상으로만 가득찼다가 사회생활, 현실에 크게 데이고 철들어가는 그런 주인공 캐릭터에 맞긴 하지만 말씀대로 후반부 로맨스 몰빵, 지금 이성적으로 따져보니 도저히 이해 안되는 마지막 파트너 선택으로 그런 캐릭터성을 다 까먹죠. 그런데 트로이는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진짜 얼굴만 믿고 나머지는 거의 다 빵점인 그런 연애상대고 너무 비호감이에요. 그나마 마지막에 왜 그랬느냐에 대한 약간의 쉴드가 되어줄 설정이 나오지만 그걸로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개봉했을 당시에도 꽤 먹혔고 이후로도 오래도록 청춘영화의 컬트 클래식으로 남았다는 건 얼마나 그 시대의 '느낌'과 '갬성'을 기깔나게 잘 잡아냈느냐에서 대성공했다는 얘기겠죠. 저런 문제점들을 지적할 생각조차 당시에는 들지 못하게 만들었던 한창 빛나던 시절 위노나 라이더와 에단 호크의 캐스팅 자체가 이미 작품의 90% 이상을 채운 성공이었다고 해도 될 것 같구요.
제작 비화가 꽤 재밌던데 원래는 스튜디오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묻힐 위기였는데 당시 시대극 '드라큘라, 순수의 시대'를 연달아 찍은 위노나가 "나도 청바지좀 입고 연기하고 싶다고!!" 하다가 이 각본을 찾아내서 출연의사를 밝히자 투자도 바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본인도 리즈시절의 정점을 찍은 작품을 하나 남겼고 '죽은 시인의 사회'로 주목받는 유망주가 됐지만 이후에 이렇다할 출연작이 없던 에단 호크도 커리어를 제대로 만들어갈 발판을 마련하고 무명 신인급이었던 스티브 잔도 이후 좋은 조연배우로 오래 활동하게 됐죠.
벤 스틸러는 언급하신대로 연출 데뷔인 이 작품 이후로는 쎈 코미디 위주로 찍었지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나 최근 애플 시리즈 '세버런스: 단절'을 보면 진지한 정극에 대한 야심도 있긴 한 것 같습니다.
2024.09.27 20:48
X세대!!! ㅋㅋㅋ 그렇죠. 위노나 라이더가 X세대 여신 소리 들었던 시절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ㅠㅜ
말씀하신 (그리고 저도 본문에 적었던) 그런 부분들이 지금 보기엔 되게 화악 눈에 들어오는 큰 문제들인데. 또 생각해 보면 그 시절 관객들에겐 거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말씀대로 트로이는 요즘 기준으로 정말 폐급 남자 주인공이지만 그 시절엔 그냥 그런 캐릭터가 출동하면 다들 '마음 속 상처 때문에!'가 자동으로 따라 붙으며 납득해주던 그런 이해심 넘치던... ㅋㅋㅋㅋ
맞아요 그 느낌과 감성. 그 시절의 공기라고나 할까요. 그런 분위기, 거창하게 말해 시대 정신 비슷한 것이 제 기억보다도 잘 녹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종합적 완성도는 떨어질지라도 그런 부분을 잡아낸 작품이란 게 흔치 않으니까요. 세월 흘러서 클래식이 되어 있는 것도 납득이 돼요. 또... 그 시절의 이 장르 특성상 반짝반짝하는 그 시대 스타 캐스팅은 또 필수 요소니까! ㅋㅋ
그런 사례를 보면 확실히 '청춘 스타' 소리를 들으며 뜨는 배우들은 반드시 이런 영화(?)를 몇 편 씩은 남겨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가끔은 스타 배우들을 그냥 순수하게 스타로서 즐길 수 있는 영화들도 참 소중하구나 싶더라구요.
인터뷰를 보면 벤 스틸러는 원래 진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어쩌다 일이 이런(?) 방향으로 풀려 버리긴 했는데. 이제 나이도 한참 먹고 했으니 젊었을 때 꿈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2024.09.27 15:28
오랜 세월이 지나고 모 넷플 시리즈에서 위노나 라이더는 에단 호크의 딸과 만나게 되죠. ㅎㅎ
말씀대로 진짜 좋은 노래가 많은데 저는 이 장면을 꼽고 싶더라구요. 잠깐 나오지만
작중 릴레이나의 Big Gulp 찬양을 들으며 저도 저런 똑같은 컵으로 음료수를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ㅎ
2024.09.27 20:50
아 에단 호크와의 인연이 또 저렇게 연결이 되는군요. ㅋㅋㅋ
맞아요 올려주신 저 장면도 흥겹고 선곡도 좋았구요.
진짜로 그 시절에 저 거대한 음료수 컵 보면서 '우린 왜 저런 거 없냐'던 친구들 생각이 나요.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길... 하하.
2024.09.27 19:24
좋아하는 영화예요. 이게 뭐지 싶은 후반부가 이 영화의 핵심 정서라고 강력하게 외칩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이요. 인생 뭐 있나요. ㅎㅎㅎ
본인이 뭐 별건 줄 알았는데 사회 나와보니까 그냥 행인1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접은 뭔가 좀 아닌 것 같아서 틱틱대면서 어딘가 먼 곳을 보고, 불안한데 피는 뜨거우니 서로 눈도 잘 맞고 뭐 그런 시기를 건너왔던 것 같은데요. 성숙해져서 건너온 것도 아니고 그냥 늙어 등떠밀려 건너왔고 말이죠. ㅋㅋㅋ
원래 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나름 괜찮으니까 농담도 하고 영양가 없는 연애도 해보고 그냥 그렇게 살라고 왠지 스리슬쩍 응원해주고 싶어요. (뭐 알아서 잘 살겠...죠? )
위노나는 이런 류의 살짝 불안한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에고...닳아가는 연골이 아쉬운 불금에, 적절한 게시물입니다. ㅋㅋㅋ
2024.09.27 20:52
그게 또 그렇게 해석을 하니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ㅋㅋㅋ 하긴 그렇죠. 우리가 주인공들 비슷한 일을 겪는다고 해서 갑자기 막 성숙해지는 것도 아니었고. 또 실제로 별로 성숙 안 한 채로 나이만 먹었고(...)
네 정말 예민하고 불안하고 뭘 하든 걱정되는 류의 캐릭터를 맡았을 때 가장 잘 해왔던 분이죠. 심지어 '기묘한 이야기'에서 맡은 역할도 딱 그런 역할이잖아요. ㅋㅋ 이제사 다시 젊은 시절처럼 화려한 시기를 맞을 일은 없겠지만 이제 꾸준히 좋은 연기 하면서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뻘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2024.09.28 13:46
저도 위노나 라이더 빠순이었습니다. (그 시절 위노나 나온 영화 다 봄)
젊음이란 참 짧고 눈부시군요.
그동안 위노나도 늙고 저도 늙었네요. ㅠㅠ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위노나 라이더가 엄청 예뻤다는 기억만 납니다.
얼굴도 예뻤지만 패션, 헤어가 지금봐도 너무나도 스타일리쉬하네요.
2024.09.28 21:01
반갑습니다!!! (와락!)
그 시절 위노나는 정말 없는 빠심도 만들어 자극하는 강력한 매력이 있었죠. 그렇게 잘 나간 것 치고는 배우로서 커리어는 또 애매하지만, 그 시대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고 기억합니다.
듣고 보니 신기하게 그렇네요. 남자애들 스타일링은 다 옛날 느낌 팍팍인데, 유행이 돌고 돌아서 그런 건지 입은 사람 때문인지... ㅋㅋ
제목만 보고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연상했었는데, 다른 영화네요. '청춘 스케치'가 작명으로 좋아 보였던 모양이에요. 뭔가 발음이 경쾌하긴 하네요. '할배 크로키' 이런 영화 작명은 영영 없겠죠? ^^ 벤 스틸러가 저렇게 안 덜떨어진 시절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