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4 20:18
진짜 좋아하는 건 새벽에 카페에서 소설책 보기인데
그냥 해지고 밤에 해도 괜찮기는 해요
새벽이라는 참 맛이 있는데
그때는 술을 안마셔도 시간이 잘가고 집중도 잘됩니다
지금은 밤새기도 그렇고 안하지만요
좋아하는 장소는 신림역 사거리 엔젤리너스
롯데리아든 카페든 가서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이게 집에서 읽는 거랑은 달라요
집에서는 혼자 있어도 온갖 집의 기운들이 달라붙는 것 같은데
밖에서 보면
소설에 몰입이 되는게
다른 세상을 접하고 오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도피처가 맞는 것 같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말처럼
레이먼드 챈들러는 브라우닝의 시를 인용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과 장소는 같이 있는 법이 없나니"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과 장소가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결혼이요? 그럴리가요
그래서 결론은 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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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가 여행의 이유에서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 쓴 게 생각납니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 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중략)
파리에 대한 환상으로 여행을 떠난 일부 일본 여행객들은 파리가 자신들이 상상하던 것과 매우 다르다는 데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개똥을 치우지 않는 주인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아무데나 표를 던져버리는 승객들, 외국인에게 쌀쌀맞은 점원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불쾌한 냄새들.
(중략)
오랫동안 품어왔던 멋진 환상과 그와 일치하지 않는 현실. 여행의 경험이 일천한 이들은 마치 멀미를 하듯 혼란을 겪는다. 반면 경험 풍부한 여행자들은 눈앞의 현실에 맞춰 즉각적으로 자신의 고정관념을 수정한다.
_ 추방과 멀미 中
누군가가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에 올라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을 반복하듯이,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는 순간을 그리워하는데, 그 경험은 호텔이라는 장소로 표상되어 있다.
(중략)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안의 프로그램은 어서 이 편안한 집을 떠나 그 고생을 다시 겪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디로든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내가 최초로 맛보게 되는 달콤한 순간은 바로 예약된 호텔의 문을 들어설 때다. 벨맨이 가방을 받아주고 리셉션의 직원은 내 이름을 알고 있다. ‘나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평생토록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 낯선 곳에 도착한다. 두렵다. 2) 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 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4) 그러나 곧 또 다른 어딘가로 떠난다.
(중략)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호텔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집이 아니다. 어떻게 다른가? 집은 의무의 공간이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띈다. 설거지, 빨래, 청소 같은 즉각 처리 가능한 일도 있고, 큰맘 먹고 언젠가 해치워야 할 해묵은 숙제들도 있다. 집은 일터이기도 하다. 나는 컴퓨터 모니터만 봐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니, 책꽃이에 꽃혀 있는 책들만 봐도 그렇다. 책들은 언젠가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그러나 늘 미루고 있는 바로 그 일, 글쓰기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소파에 누워 있는 순간에도 다른 작가들이 부지런히 멋진 책들을 쓰고 있다고, 그러니 어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라고 질책하는 것만 같다.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