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잡담

2024.09.03 15:08

칼리토 조회 수:290

대략 1년에서 1년반 주기로 취미가 바뀌는 거 같은데 작년 6월쯤 시작한 위스키 취미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술 취미가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은데 한잔만 마셔도 죽을 거 같은 분들이야 당연히 그러실 거고.. 나는 술 자체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술자리를 반기시는 분들도 그러실 겁니다. 소주던 맥주던 소맥이나 와인이라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분위기라던가 안주(?)라던가.. 아니면 같이 마시는 사람이 좋아서 드시는 분들이겠죠. 


여럿이 마시는 술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단 따면 다 마셔야 하거나 여러병을 마시게 되거나 취할 때까지 마셔야 하는 그런 것들, 음식의 보조 수단이 된다거나 하는 종류죠. 희석식 소주야 말로 그 정점입니다. 알콜 의존증이 심한 분들이야 혼자서 병나발을 불기도 하겠지만 대개는 삼겹살의 좋은 짝꿍이며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클렌저로 작용합니다. 대화의 윤활유가 되기도 하고. 


위스키는 어쩌면 그 반대편에 있는 술인 것도 같습니다.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과거에는 책으로나 접하던 정보들이 유튜브에 널려 있으니 차근 차근 마셔가면서 고수들은 어떤 느낌인지 확인하기도 용이하고 히스토리도 친절하게 알려주거든요. 그래서 위스키는 같이 마시기에도 좋지만 혼자서 즐기기에도 좋은 취미가 되는 거 같습니다. 


1년을 조금 넘기면서 창고와 책장에 쌓인 위스키 병들을 보고 있으면 이 건 어쩌면 수집형 취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시는 것도 좋지만 보기만 해도 좋은 것이 피규어 수집 같습니다. 일본이나 대만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보면서 한국에서의 가격이 저점에 왔다 싶을 때 재빨리 사다 보면 주식 투자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게 쌓인 병수가 XX병인데 사다 보면 한 병만 사서 마셔 버렸을 때 너무 좋으면 다시 구하기 힘들수도 있으니 두병은 사야 한다던가.. 하는 자신만의 루틴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죠. 


물려 받은 혹은 받을 재산이 많지 않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위스키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인 동시에 가성비가 좋은 취미이기도 합니다. 마실만한 위스키 한 병 가격을 대략 10만원 전후로 볼 때 하룻밤에 소비할 수 있는 양은 제 기준으로 60밀리에서 90밀리 정도니까.. 대략 9~11회 정도의 양입니다. 원샷 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1~2시간 정도를 마신다고 볼 때 다음날 스케쥴에도 지장이 없는 양이고 물을 많이 마시면 숙취도 없는 양이라. 그렇게 따지면 만원 정도로 오붓하게 혼자만의 취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와인이나 사케와 달리 위스키는 보관도 쉽고 오랜 기간 보관해도 맛이 달라지지 않는 술입니다. 일본의 바에서 31년된 싱글몰트, 글렌 카담 31년을 마셨는데 병입된 이후의 세월까지 치면 50년이 넘는 기간임에도 맛이 살아 있더라구요. 냉장이나 냉동 보관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세워 놓기만 한 바틀인데도 그러니 지금 사둔 위스키를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마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롤렉스가 아니라 위스키를 물려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입니다. 에이..그래도 롤렉스가 낫지..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제 이전 취미중 하나가 시계 였는데요.. 음.. 위스키가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알콜이 목숨을 위협하는 체질이 아니라면 말이죠. 


투자로서의 위스키를  이야기 할때 늘 회자되는 것은 맥캘란입니다. 좋은 캐스크가 과거에 비해 많이 빠져서 인기에도 불구하고 맥캘란의 공급은 늘 달리는 편이고 같은 18년 숙성인데도 다른 위스키들이 20-30만원대임에 비해 맥캘란은 두배이상인 50만원대죠.  이 건 일본이나 대만도 마찬가지라..전세계 가격이 편차가 없는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지금 사둔 맥캘란 18년이 20년쯤 지나면 훨씬 더 가격이 뛰어 있을 가능성도 높아요. 과거의 맥캘란이요? 말해 뭐합니까.. 부르는 게 값인 지경이죠. 


하지만 위스키 특히나 싱글몰트 위스키에 맥캘란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늘의 별처럼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마셔본 위스키들에 비해 마셔야 할 위스키의 리스트는 길기만 하고 증류소별로 지역별로 대륙별로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위스키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증류소, 새로운 캐스크, 새로운 피니슁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비단 싱글몰트 뿐만 아니라 버번 위스키며 라이 위스키 근래에는 한국에서 쌀로 만들어 오크통에 숙성시킨 가무치 같은 소주인지 위스키인지 애매한 바틀들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죠. 가히 위스키 전성시대입니다. 


싱글 몰트에 입문하기 시작했을 때 고수님이 100병은 마셔보고 논하라고 하셨었는데.. 아직 100병은 못채운 거 같기도 하고 넘긴 거 같기도 합니다. 이게 다 기록을 안하고 그때 그때 느낌적 느낌으로 마시기만 해서 그런데요. 지금부터라도 테이스팅 노트를 만들어야 하나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100병을 마셔도 위스키 좀 마셔봤다..라고 하기엔 모자라다는 생각이예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지금의 제가 알 수 있는 건 이게 대충 어떤 캐스크를 썼고 피트가 들어갔는지 아닌지.. 도수는 대략 어느 정도인지 정도예요. 블렌디드인지 싱글 몰트인지.. 이런 정도만 가도 진짜 알기 힘듭니다. 고수들이 블라인드를 해도 맞추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죠.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취미가 위스키입니다.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에 음악을 듣던 내가 마시고 있는 위스키의 리뷰  영상을 보던 고요하게 위스키 한잔을 따라서 보내는 시간은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씻어 내서 온전히 잠에 들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술마시고 자면 깊은 잠을 못자기는 해서 완전히 개운한 아침을 만들지는 못해도 다양한 위스키의 맛과 향을 느끼다 보면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서 다른 바틀을 구해야 겠구나 하는 정도의 동기 부여는 해주더라구요. 


요즘 추석 선물 세트다, 경기 진작을 위한 온누리 상품권 15% 할인이다 해서 위스키 애호가들에겐 그동안 모아온 총알을 쏟아 부어도 좋겠구나 싶을 때입니다. 


여기까지 지루한 글을 길게 읽으셨고 아, 나도 위스키 입문해 볼까? 하는 분들이 혹시 계신다면 코스트코의 발베니 더블우드 12 잔세트, 글렌피딕 15년 잔세트 추천 드리구요. 트레이더스에서는 와일드터키 8년 잔세트하고 조니워커 그린 잔세트 정도 추천해 드려요. 각각 입문용, 심화용, 버번용, 피트용으로 입문하기 좋은 선택이 되실겁니다. 잔도 포함이라 더 좋구요. 


좋은 하루, 좋은 추석 맞으시길 빌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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