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1 12:29
[이매지너리]는 블룸하우스에서 만든 호러영화로, 요새는 CGV 체인에서 틀어주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상상속 친구'를 다룬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소재라 볼 때마다 신기하죠. 이게 '벽장 속 괴물'처럼 그렇게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인가? 관련된 데이터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제시카는 성공한 그림책 작가입니다. 이 사람은 얼마 전에 딸 둘이 있는
이혼남과 재혼했는데, 아이들의 엄마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사람입니다. 가족은
제시카가 어렸을 때 살던 집으로 이사를 가고 막내인 앨리스가 지하실에서 낡은
곰인형을 발견해 천시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뒤로 천시와 관련된
게 분명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것들은 제시카가 어린 시절 이 집에서 겪었던
일들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잘 흘러가고, 중반 이후에는 (역시 그렇게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먹히는 반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렇게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설정을 살릴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사건은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네버에버라는 환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당연히 감독의 모든 역량이 총집중되어야 하는 곳인데,
그냥 재미가 없습니다. [비틀쥬스]나 [폴터가이스트] 같은 옛 영화들의 희미한 그림자만
보일 뿐이지요.
영화의 기둥을 이루는 드라마도 별로입니다. 재료는 풍부합니다. 좋은 새엄마가 되려고
최선을 다하는 여자와 갑작스러운 변화에 불안해 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좋은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이해는 더 못하는 것 같으며 이들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대부분 얄팍합니다.
그 얄팍함은 등장인물들이 마음을 열고 깊이를 드러낼 때 가차없이 폭로되지요.
각본 단계에서 조금 더 고민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24/08/31)
★★
기타등등
영화가 보여주지만 말하지 않는 소재가 있습니다. 인종요. 제시카는 백인 가족에 들어간 흑인 여성입니다.
드완다 와이즈는 컬러블라인드 캐스팅된 배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계속 화면 위에서
긴장감을 자아낸다면 없는 척 할 수는 없는 거 같습니다.
감독:
Jeff Wadlow,
출연:
DeWanda Wise, Tom Payne, Taegen Burns, Pyper Braun, Veronica Falc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26658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