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이제 제게는 제 2의 두뇌) 글이든 영상이든 작가가 되려면
일단 작품을 만들어 끝내봐야 하는데 아무 것도 만들지 않고 나이만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도 11살 때 영화 스토리보드를 제작했는데 말이죠.
어쨌든 완성을 해봐야 본격적인 작가가 된다는 거겠죠. '일단 완성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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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본 만화 중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어린이 주인공이 격언을 쓴다고 
종이에 '하면 댄다'라고 써서 부모에게 보여줍니다.
부모가 '하면 된다'가 맞다고 하니까 '하문 된다'라고 고쳐요. '하면 된다'라니까!고 해도 계속 틀리더니 
결국에는 '하문 댄다'라고 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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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가든> -- 화사한 이름과 을씨년스러운 건물의 포스터가 가벼운 호러팬인 저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유명한 3대 흉가 중 한 곳인 것에도 호기심이 생겼고요 ( 물론 3대 흉가에 관한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
에피소드들은 거의 예상 가능하고 흔한 괴담 수준이긴 한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건성으로 지나가며 읽는 글과 큰 스크린 상에서 구현되는 영상은 차이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죽을 운명의 인물들이 죽을 때 연출은 충분히 무섭고 자극적인데요,
시간과 예산이 촉박했는지, 혹은 설명충이 될까봐 두려웠는지 에피소드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최소한의 설정이나 대사, 장면을 너무 생략해버리거나 대강 대강 이어놔서 영화 전체로 보면 너무 허술하고 성의가 없어 보입니다.
특히 주인공 남편과 (나중에 귀신이 될) 여학생이 엮이게 되는 장면은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약스포



한 여학생이 가출팸에 의해 감금 상태에서 학대를 받고 있었는데 탈출했는지 어쨌는지도 안 보여주고 
갑자기 수풀 우거진 곳 높은 나무에 목에 밧줄 걸고 매달려 있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또 그런 사람을 구했으면 최소한 인공 호흡이나 CPR하는 장면이라도 넣어야 하지 않나요? 
주인공의 남편이 이 학생을 어떻게 끌어내렸는지도 안 보여주고 그냥 몇 번 흔드니 목매달았던 사람이 백설공주처럼 깨어납니다.



괜찮은 아이디어의 틱톡 영상을 여러 개 만들고 한데 이어 놓으면 장편 영화가 되겠지?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조금 더 고민하고 신경 써서 연출하고 좀 더 촬영해서 집어넣고 했으면 더 그럴 듯 했을텐데 
'우선 완성하고 보자', '일단 만들면 되겠지'라며 제작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범상치 않은 관상을 가진 무속인 캐릭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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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가든에 들어와서 혼자 '구마 작업'을 하다가 주인공 언니와 맞닥뜨리는 장면은 중요한 복선일텐데  
그냥 남의 집에 맘대로 들어와서 참견하는 동네 중년 아저씨와 다투는 일상 같았어요. 어디까지나 개인적 느낌.
이 장면에서 참을 수 없는 불길함만을 감지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죠
- 아파트가 아닌 전원 주택에 살면 무속인이 막 쳐들어 온다 같은.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보며 기대와 실망의 낙차가 큰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기분이 더 스릴 있었습니다.
...감독, 제작진, 배우분들 모두 최선을 다해서 찍으셨을텐데 너무 심한 소린가;;;;;
아니 그래도 배우들은 찰떡같이 캐스팅되었고 아주 좋은 장면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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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시련의 여주인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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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귀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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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총천연색 옷을 입고 떼로 몰려 다녀? 사형.

듀나님이 잘 써주셔서 거기에 제가 더 보태고 뭐 하고 할 건 없습니다. 그런데 굳이 왜 글을 올리냐고요?
'하면 된다' 얘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저도 일단 써봤습니다.
'하면 댄다', '하문 된다', '하문 댄다'!  깔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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