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토커 Timestalker (2024)

2024.08.18 23:54

DJUNA 조회 수:959


[타임스토커]는 영국의 코미디언 앨리스 로의 두 번째 감독작입니다. 전 이 배우의 얼굴을 벤 휘틀리의 영화 [살인을 부르는 관광객 Sightseers]으로 익혔어요. 이 영화의 주연이기도 했지만 같이 출연했던 스티븐 오람과 함께 각본도 함께 썼었지요.

환생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애그니스는 1680년대의 스코틀랜드에 사는 평범한 시골여자인데, 그만 사기꾼 전도사에게 반해요. 하지만 일이 틀어져 전도사는 달아나고 애그니스는 목숨을 잃습니다. 애그니스는 다음 환생에서 잉글랜드의 귀족부인이 되는데, 1790년 무렵에 그만 전도사가 환생한 노상강도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의 무대는 1980년대의 맨해튼인데 이번엔 남자가 한물간 록스타이고 애그니스는 그 록스타의 팬이에요. 중간에 빅토리아조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건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리긴 해요. 애그니스와 남자만 환생하는 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도 계속 반복해서 애그니스의 주변을 맴돕니다.

이 모든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그니스가 남자에게 지독하게 집착하고, 남자는 애그니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결국 이야기가 다 안 좋게 끝납니다. 한 마디로 이 반복되는 역사는 우리에게 매우 선명한 정보를 줍니다. 이 남자는 어느 시대에도 반반한 얼굴을 제외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그리고 이 남자에게 집착하는 것은 애그니스의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만약 우리의 욕망이 우리를 망치기만 할 뿐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전히 이걸 따라야 할까요?

여러 모로 이성애에 대한 자학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 애그니스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로맨틱하고 쾌락을 약속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닙니다. 그리고 가부장사회 안에서 이성애 로맨스는 애그니스와 같은 이성애자 여성에게 어떤 해결책도, 탈출구도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차라리 동성애가 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그니스의 머리는 거기까지 닿지 않습니다. 적어도 80년대까지는요. 그렇다고 애그니스가 그 이후에 해답을 찾고 안주하는 건 또 아니지만요.

몇십분마다 시대가 바뀌는 영화이니 당연히 대자본 영화여야 할 거 같지만, 앨리스 로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영국에는 저예산으로 시대극 코미디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이 있습니다. [타임스토커]의 세계는 [몬티 파이슨]이나 [블랙애더]와 같은 고전으로부터 이어지는 세계이기 때문에 굳이 필요이상으로 사실적이 될 필요는 없지요. (24/08/18)

★★★

기타등등
앨리스 로와 '남자' 역의 어나이린 버나드는 덩컨 존스의 신작 [로그 트루퍼]에서도 공연합니다.


감독: Alice Lowe, 배우: Alice Lowe, Jacob Anderson, Aneurin Barnard, Tanya Reynolds, Nick Frost.

IMDb https://www.imdb.com/title/tt734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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