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2024)

2024.08.16 23:19

DJUNA 조회 수:1398


[빅토리]는 [싱글 인 서울], [레드카펫]의 감독 박범수의 신작입니다. 박범수와 함께 각본을 쓴 박성훈과 강민선은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이라는 드라마를 공동집필한 적 있고 부부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작과의 연결성이 가장 눈에 뜨이는 사람은 이 영화를 제작한 안나푸르나필름의 대표가 [써니]를 제작한 이안나니까요. 또다른 사람은 배우인 박세완. 이 배우는 드라마판 [땐뽀걸스]의 주연이었습니다.

[빅토리]는 [땐뽀걸스]처럼 거제 배경 영화입니다. 단지 시대 배경은 [써니]처럼 과거인데 이번엔 1999년이지요. 주인공은 거제상고의 댄스 콤비 필선과 미나인데, 이 둘은 순전히 학교에서 댄스 연습실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을 내세워서 응원부 동아리를 만듭니다. 처음엔 그냥 연습실이 필요했던 거고 치어리딩 따위엔 관심도 없었는데, 동아리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멤버들을 모으고 연습도 하다보니 점점 일이 커집니다. 그리고 필선과 미나는 점점 치어리딩에 빠져들지요.

여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익숙하기 짝이 없는 재료들로 만들어졌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여자애들이 모여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데, 갈등도 있고 위기도 있지만 결국 모두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고 다들 즐거워한다는 거죠. 여기엔 다른 재료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부모인 거제시 조선 노동자들의 묘사는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하고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치어리더 영화인 [브링잇온]을 안 봤을 리는 없겠지요. 그 이외의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언급할 수 있고요. 영화의 대부분은 예상가능합니다. 단지 그게 영화의 단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익숙하고 예상가능한 재미를 주는 게 영화의 목표니까요. 여기서 벗어난 이야기는 오히려 관객들의 즐거움을 망치겠지요.

[써니]처럼 영화는 1999년 말기 한국대중문화의 레퍼런스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싱어롱 상영회도 가능할 정도인데, 여기에 올 관객들의 연령대가 궁금하긴 합니다. 막연한 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하는 [써니]와는 달리 시대묘사는 보다 구체적입니다. 그건 영화의 정치적인 성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영화의 분위기와 맞추어야 하니 당시 거제의 묘사는 나이브하고 단순해질 수밖에 없지만요. (역시 단점은 아닙니다.)

이런 영화의 승패는 관객들이 주인공을 얼마나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혜리는 여기서 이상적인 주연배우입니다. 일단 본업이었던 아이돌 경험에서 나온 기술적인 기본기가 있고 거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아이돌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화면 안에 있는 거의 모든 배우들과 그냥 당연하다는 듯 어울려요. 그 어울림이 긍정적인 것이건, 부정적인 것이건.

영화가 그리는 1999년대의 세계는 밝지만은 않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이니 모두가 힘들고 당연히 젊은 여자들에게는 더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상황이 계속 개선될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낙천적인 에너지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몰라요. (24/08/16)

★★★

기타등등
부녀로 나오는 이혜리와 현봉식의 나이 차이는 겨우 10살. 심지어 현봉식은 걸스데이 소진보다 겨우 두 살 위입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그림은 너무나도 자연스럽지요.


감독: 박범수, 배우: 이혜리, 박세완, 이정하, 조아람,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이찬영, 현봉식, 주진모, 이미도 다른 제목: Victory

IMDb https://www.imdb.com/title/tt2941986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