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위시 Death Wish (1974)

2024.08.11 15:19

DJUNA 조회 수:743


올해 50주년을 맞은 마이클 위너의 [데스 위시]는 브라이언 가필드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 가필드는 [데스 센텐스]라는 이 소설의 속편도 썼는데, 이 작품도 제임스 완이 각색한 적 있어요. 위너의 [데스 위시]는 인기가 썩 좋아서 네 편의 속편이 나왔는데, 다들 가필드의 원작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데스 위시] 자체는 2018년에 브루스 윌리스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적이 있어요. 조디 포스터 주연의 [브레이브 원]을 이 영화의 비공식 리메이크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테이큰]과 같은 영화들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영화의 주인공은 폴 커지라는 건축가입니다. 딸은 결혼했고 아내와 함께 맨해튼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요. 어느 날 남자 셋이 아파트에 들어가 아내를 살해하고 딸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위너는 이 범죄 과정의 폭력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데, 당연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입니다.

살아남은 딸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요양원으로 들어가고 커지는 복수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걸립니다. 커지는 폭력에 반대하는 리버럴이고 양심적 병역기피자입니다. 한국전에 참전했지만 의료부대에 있었지요. 하지만 아리조나의 투손에 사는 부동산업자에게 총을 선물 받은 뒤로 사람이 변합니다. 밤거리에 나가 자길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노상강도들을 쏴 죽이기 시작한 거죠.

살인사건이 났으니 당연히 경찰이 개입합니다. 오초아 경감이라는 유능한 형사가 이 사건을 맡고 결국 커지를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그 동안 커지는 영웅으로 떠올랐고 범죄율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커지를 훙내낸 자경단 행위가 유행이 됐습니다. 이제 높은 양반들은 굳이 커지를 잡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온전한 복수물로 볼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일단 커지는 자기 아내를 죽인 악당들에게 복수를 하지 못합니다. 그것들은 처음에 등장하고 그냥 사라져 버려요. 어이가 없죠. 영화 중반 이후 벌어지는 노상강도 사냥은 요새 기준으로 보면 폭력의 묘사가 짧은 편입니다. 대신 커지의 행동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의 묘사가 크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아주 천박한 우파 영화라고 생각하고 종종 이 영화의 폭력성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더티 해리]와 연결됩니다. 이 천박함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천박한 부분은 가족이 죽자 총기반대 리버럴에서 극우 자경단으로 변하는 남자의 변심과정이죠. 영화가 여기에 대해 모를 리는 없고 심지어 여기에 대해 변명하는 대사들도 있습니다만. 전 이 작품이 끔찍한 일을 겪고 이전의 자신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을 하는 남자에 대한 블랙 코미디로서 기능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원작자나 감독의 의도였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찰스 브론슨의 대표작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브론슨의 스타 이미지와 연결해서 생각하지요. 근데 전 브론슨이 이 영화에 가장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이야기가 먹히려면 주인공이 총기반대 리버럴이었던 시절과 변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영 설득력이 없거든요.

앞에서 말했지만 네 편의 속편이 나왔습니다. 그 상당수는 제가 영화를 봤던 시기와 겹쳐져 있어서 [데스 위시] 시리즈는 저에게 과거의 영화는 아니에요. 근데 전 그냥 이 시리즈가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건축가가 계속 악당들을 퇴치하기 위해 총을 잡는다는 건 주변 사람들이 계속 다치고 죽는다는 이야기잖아요. 한마디로 주인공에게 문제가 있는 거죠.

나중에 유명해진 배우들이 여기저기 나옵니다. 세 강간범 중 한 명은 제프 골드블럼입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죠. 올림피아 듀카키스가 경찰로 나오는데 한 번도 얼굴이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게스트도 경찰로 나오고요. (24/08/11)

★★☆

기타등등
브라이언 가필드는 [홉스카치]라는 첩보 코미디물도 썼고 이 작품으로 에드가상을 받았습니다. 로널드 님이 월터 매소 주연으로 영화화했는데, 이게 [데스 위시]보다 더 재미있어요.


감독: Michael Winner, 배우: Charles Bronson, Vincent Gardenia, William Redfield, Hope Lang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14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