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8 23:42
박석영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샤인]을 보고 왔습니다.
제주도 배경 영화예요. 얼마 전에 할머니를 잃고 혼자 살고 있는 예선이라는 중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삼촌이라는 인간이 있는 모양인데 연락이 안 되고, 스텔라와 라파엘라라는 두 수녀가 친구들과 함께
아이를 돌봐주고 있어요.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예선이 마음을 닫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가지요.
그런데 어느 날 친엄마에게 버림 받은 새별이라는 여섯살 여자아이가 나타납니다. 예선은 새별을
집으로 데려오고 예선의 친구들은 이 아이가 예선 삼촌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선량한 사람들이 나오는 선량한 영화입니다. 여러 가지 갈등요인이 있긴 하지만 악의는
없어요. 이런 조건 없는 선량함이 제주도 시골마을의 나른함, 박석영 영화의 시적인 분위기와
겹쳐지면 한 가지 단어가 떠오릅니다. '힐링'요.
위에 제가 요약한 줄거리는
비교적 선명하죠. 유일한 가족을 잃은 중학교 3학년생인 여자아이가 버려진 여섯살 여자아이의
보호자가 된다. 익숙하잖아요. 관객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이 이전에도 꽤 많이 나왔을 거예요.
유감스럽게도 이 영화는 필요이상으로 붕 뜬 느낌을 줍니다.
일단 카메라가 캐릭터로부터 거리를 두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즉흥연기를 추구하는 박석영의
스타일은 이 이야기와 잘 맞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위적이기 때문에 그 인위성을
보완하는 논리와 관계 묘사가 필수적인데 이런 식으로 풀어가면 빈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다가 계속 관객들이 불안해하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 상황이라면 공무원들이 개입해야 하지 않나? 아무리 중학생들이라고 해도 너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무엇보다 저 새별이라는 아이는 너무 귀엽기만
하지 않나? 갑자기 엄마를 잃어버린 저 나이 또래 아이는 영화에서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에 필요한 것은 시와 선량함이 아니라 잘 짜인 구조와
설득력 있는 심리묘사가 들어가 있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쓰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건 시적인 인디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긴
해요.
(24/08/08)
★★☆
기타등등
이 영화의 가톨릭 교회의 모습은 여러 모로 얼마 전에 제가 연달아 본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영화들과
비교가 됩니다. 아무래도 로르바케의 영화에 당사자성이 더 많이 반영되었겠지요.
감독:
박석영,
배우:
장해금, 송지온, 정은경, 장선, 채요원, 정주은, 노강민,
다른 제목: Shine
IMDb https://www.imdb.com/title/tt3305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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