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7 23:15
[리볼버]는 오래간만에 나온 오승욱의 신작입니다. 제목의 리볼버는 전도연이 연기하는 주인공
하수영이 갖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전도연이 그걸 갖고 앞에 있는 악당들을 다 쏘아죽이는
영화를 상상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런 거랑 상관없어요.
하수영은 비리경찰입니다. 어쩌다 보니 죄를 다 뒤집어 쓰고 2년 동안 교도소에 있다가 나왔어요.
그런데 들어가기 전에 산 아파트는 다른 사람 명의로 되어 있고 자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악당들은 돈을 안 주고 한 패였던 남자친구는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남자친구 죽은 건
어쩔 수가 없고. 일단 돈과 아파트를 되찾아야 합니다.
영화는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터프하고 냉정한
탐정 주인공이 수많은 사람들을 순서대로 만나고 다닙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단순하고 선명한
개성을 가졌으며 어느 정도는 장르 스테레오 타이프입니다. 그리고 그 개성을 책임지는 건
배우들이죠. 전도연 단독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인데, 짧게 등장하는 비중있는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영화예요.
정보량이 많은 대사들이 빼곡한 영화입니다. 그것들이 하나씩 조립되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형식이에요. 이걸 다 따라잡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을 텐데,
그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하수영이 돈을 받을 수 있느냐지요.
그렇게 호감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는 아닙니다. 대부분 현실세계라면 상종하기 싫은
부류죠. 우린 주인공 하수영의 욕망을 이해하고 따라가긴 하는데, 이 사람도
비리경찰이잖아요. 임지연이 연기한 정윤선이 많이 귀엽긴 한데 역시 스크린 저편에
있는 게 나은 사람이죠.
단지 영화는 이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아우라는 부여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비장함은 당연히 없고 사악함이 과장되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끝까지 어느 정도의 '멋있음'을 유지하는 건 하수영밖엔 없습니다.
다들 좀 초라하고 한심해요. 그리고 그게 당연한 거죠. 그 업계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영화의 액션이 좀 재미있는데. 앞에서 전도연이 아무나 쏴죽이는 영화는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아주 폭력적인 상황이 몇 개 있습니다.
많이들 총과 야구방망이 같은 것으로 무장하고 있고요. 단지 여기서는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현실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는 건 귀찮고 몸을 움직여 싸우는 것도 힘드는 일이기 때문에
다들 거기까지는 가지 않으려 하지요. 결국 폭력이 터져도 그게 그렇게
멋있는 무언가는 아닙니다. 이 묘사는 좀 서부극, 그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을 연상시킵니다. 총질보다는 총질 직전의
긴장감이 중요한 것이라 그걸 한없이 늘리는 것이죠. 물론
이 영화엔 웨스턴 영화의 화려한 죽음은 없습니다.
배우 비중이 큽니다. 전도연이 최대한 감정을 억제한 쿨함을 유지하는
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거기에 다양한 색을 채워넣는 식입니다.
전도연 다음으로 비중이 큰 배우는 임지연입니다. 이 배우가 연기하는 정윤선에게는
퀴어적인 면이 조금 들어가 있는데, 그건 이 사람이 누아르 장르 영화의
'moll' 캐릭터라 솔직히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24/08/07)
★★★
기타등등
모 캐릭터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면, 암만 생각해도 경찰이 수사를 대충한 거 같습니다.
감독:
오승욱,
배우:
전도연, 임지연, 지창욱, 정만식,
김준한, 김종수, 이정재, 전혜진, 정재영,
다른 제목: Revolv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2828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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