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봉하자 우리 (2024)

2024.07.26 09:48

DJUNA 조회 수:997


목충헌의 [철봉하자 우리]는 [문학들] 2024년 봄호에 실린 예소연의 단편 [우리 철봉하자]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2024년 2월에 있었던 한예종 졸업전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이번 부천에서도 상영되었어요. 저는 온라인으로 봤습니다. 영화 공개가 원작의 잡지 수록보다 빠른데, 사연이 있겠죠.

코로나 반영 영화입니다. 주연배우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요.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니 문화아카데미가 온라인 강좌로 넘어갔습니다. 주인공 석주는 이 때 생긴 틈새시장에서 일해요. 온라인 강좌에서 문제가 되는 발언이나 장면들을 잘라내는 편집자 일이죠. 이 때 석주는 종이접기 강사 맹지를 눈여겨 보게되고 클라이밍 강습 때 만나 친구가 됩니다.

두 이성애자의 우정 이야기인데, 그와는 상관없이 이 우정은 은근슬쩍 연애처럼 그려집니다. 원래부터 연애와 우정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건 아니니 이건 그리 이상하지 않은데, 그와 별도로 두 사람의 관계에는 연애 이야기의 역학관계가 있어요. 여기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는 맹지의 남자친구와 그 남자에 대한 석주의 질투입니다. 왜 내 친구는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맹지가 정말 답없는 '남미새'이기 때문일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석주와 맹지의 삶은 다양한 경계선 위에 놓여 있습니다. 연애에서부터 직업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채 흔들리고 있죠. 두 사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거 같고, 그에 따른 불안감이 이 작품을 지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궁합이 잘 맞는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발생하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덤덤한 영화는 이걸 아주 사랑스럽게 그려요. (24/07/26)

★★★

기타등등
주연배우 손수현과 송예은은 실제로 친구 사이입니다. 같이 나온 작품들이 꽤 많아요.


감독: 목충헌, 배우: 손수현, 송예은, 다른 제목: Pul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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