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의 시대

2024.07.22 17:44

Sonny 조회 수: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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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온갖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고전영화들의 명감독 기획전은 물론 명배우들이나 최근 개봉하는 영화의 주연 배우들의 전작들도 한꺼번에 개봉합니다. 그야말로 온 극장이 시네마테크스럽게 변했습니다. 특히나 극장이 아니면 영화를 보지 않는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영화관람의 호황기입니다. 심지어 이런 기획전이 얼마나 넘쳐나는지 저는 어지간한 감독들의 기획전은 그냥 뛰어넘기도 합니다. 개봉 영화만 챙겨봐도 시간이 없습니다. 위대한 감독이라면 언젠가는, 다른 극장에서라도 반드시 그 기획전을 다시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마저 생깁니다.


멀티플렉스가 이제서야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흐름이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상영할 영화가 별로 없고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드니 비교적 극장방문이 더 확실시되는 계층의 관객들을 유인하는 것입니다. 올해 2월에 개봉했던 [듄2]가 7월에 세번째 개봉을 했습니다. 한 해에 같은 영화를 세번이나 개봉했습니다. 이처럼 최근의 기획전 열풍은 극장의 수익화 모델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시도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흐름이 이 전처럼 극장 영화 산업이 이 전처럼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입니다.


어제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영업정지 전 마지막 날 용문객잔을 상영하는 외진 곳의 한 극장의 풍경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용문객잔의 두 주연배우가 극장 밖에서 씁쓸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제 이런 영화를 보러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언젠가는 저도 지인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는 때가 오고 말까요. 독립극장들이 한꺼번에 폐업하는 사태는 이미 겪었습니다. 그렇기에 고전명작들의 재개봉 범람이 극장 영화 산업의 회광반조처럼 느껴집니다. 불안해하면서도 이 풍요를 열심히 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극장 산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부질없는 응원보다, 현실적인 위기감을 같이 나누길 원합니다. 아무 것도 낳지 않는 낙관보다, 불안 속에서 최후의 열정을 같이 태울 동지들과의 연이 닿길 늘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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