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00:49
- 2023년작이죠. 런닝타임은 1시간 45분. 중반도 가기 전에 결말이 투명하게 다 짐작되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본문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 분 다 혈통만 따지면 그냥 한국인 유전자이신데 이 포스터는 그냥 딱 봐도 외국 영화 느낌인 게 신기하구요.)
- 대충 현재가 현재라고 치면(?) 24년 전이니까 1999년 즈음이려나요. 암튼 한국에서 시작합니다. 12살의 같은 반 친구 나영과 해성은 서로 좋아하고 아끼지만 사귀는 사이까진 아니구요. 그러다 나영이 이민을 가게 돼요. 상냥한 나영이 엄마 덕에 그 전에 한 번 데이트 비슷한 그냥 노는 시간을 보낸 후 둘은 헤어집니다. 우리 나영씨는 쏘쿨하게도 별다른 특별한 인사도 없이 그냥 떠나네요. 결국 둘 다 좋아한단 말도 서로에게 건네지 않았구요.
12년의 세월이 흘러 20대 중반이 된 나영, 이제는 노라가 된 그 분은 심심풀이로 한국 살던 시절 아는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찾아 보다가 해성이 자기 아빠 영화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을 찾는 댓글을 달았다는 걸 알게 되고 그걸 인연으로 페이스타임을 열심히 하는 사이가 되고. 그러다 다시 사랑 비슷한 감정도 싹트기 시작하는데...
(과거 씬은 배경도 한국 배우도 한국 소품이나 기타 등등도 매우 한국적인데도 한국 사람이 만든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드는 것도 신기하구요.)
- 사실 도입부 얘길 하자면 저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진짜로 본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게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 참 애매한 이야기라 애매하게 끊었습니다. ㅋㅋㅋ 왜냐면 이게... 사실 별다른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극영화에서 '중심 사건'이라고 하려면 좀 드라마틱하고 그런 느낌이 있어야 할 텐데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하나 같이 다 그냥 평온하거든요. 마지막에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만한 일이 벌어지긴 하는데, 그마저도 그렇게 안 일상적(?)이진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뭐... 아닌가요? ㅋㅋㅋ
암튼 그래요. 특별한 사건이 막 벌어진다기 보단 그냥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세월과 그 속에서 변하고 성장해가는 노라라는 여성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여기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은 데서 익숙해지고 호감도 생겨서 아주 살짝 응원하던 분인데, 이렇게 한 방에 확!!!)
- 영화를 트는 그 순간엔 이 영화를 쓰고 연출한 감독에 대한 정보를 깜빡 잊고 있었죠. 그러다 초반에 윙크처럼 슬쩍 지나가는 장면 하나 때문에 깨달았어요. 아 맞다 이 분이 송능한 딸이었다지. 어려서 이민 간 사람이었지. 그리고 대략 본인 체험들에 기반한 이야기이고 주인공은 작가 겸 감독님 본인 캐릭터이고...
이런 정보를 의식하고 영화를 보면 뭔가 불필요하게 쉽게 이해가 되어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일단 영화가 되게 교포 느낌(?)이에요. ㅋㅋㅋ 배우들 연기나 한국어 발음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전 괜찮았어요. 애초에 주인공이 교포잖아요? 교포가 교포 말투 쓰는 건 리얼리티죠. 해성 역할 맡으신 분의 연기가 좀 애매하긴 했지만 특별히 분위기를 깰 정도까진 아니었구요.
다만 이야기를 쓴 사람의 시각이랄까, 태도랄까... 그런 측면에서 '한국 사람인데 한국 사람은 아닌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영화 내내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되는 '인연' 같은 게 그렇죠.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 영화가 인연 얘길 하면서 불교 세계관을 출동 시키고 전생에서 옷깃을 몇 번 스치고 이런 얘길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으면 좀 이상하잖아요. ㅋㅋ 과거 장면에서 비치는 한국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분명히 아주 한국스런 풍경이긴 한데 그게 2000년 즈음이라고 생각하면 많이 이상하구요. 뭣보다... 영화의 색감이 말이죠. 붉은 기와 노란 기가 강조되는 찐득한 느낌인데, 덕택에 배우들 피부 톤이 많이 진해 보여요. 역시나 한국 영화에선 흔히 보이지 않는 톤이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백인 피부톤 최적화 색감이랄까요(...)
(사실은 이게 오프닝씬입니다. 이 셋을 구경하는 술집 손님 A,B의 대화로 시작하죠. 저 셋의 관계는 도대체 뭐야?? 라는.)
- 하지만 어쨌거나 영상미가 상당히 빼어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느릿한 톤과 천천히 흘러가 쌓이는 정서에 어울리는 갬성 터지는 풍광과 표정들, 음악들이 계속 펼쳐지구요. 그러는 가운데 노라의 나레이션, 대화 같은 것들은 또 사색적이면서 감성적인 느낌이 충만하구요.
그렇다고해서 또 그냥 술렁술렁 부드럽게만 흘러가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클라이막스 장면, '마지막 2분' 장면 같은 데선 그동안 쌓아 올린 감정들을 터뜨릴락 말락, 터뜨릴락 말락하면서 아주 능숙하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터지기 일보 직전의 격정적인 느낌이랄까. 그런 걸 아주 잘 살린 장면이 마지막에 있으니 안심하시고(?) 보셔도 괜찮아요.
(그레타 리의 연기는 참 좋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본인이 가장 원하는 건 그냥 미쿡에서 동양인 이민자 같은 디테일이 굳이 붙지 않는 '걍 미국인' 역할들을 맡아 소화하는 거겠죠.)
- 근데 대체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극찬을 받고 화제가 된 영화 치고는 뭔가 되게 소박하거든요.
좀 삐딱한 방면으로 먼저 얘길 해보자면. 요즘 미국의 평자들을 아주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근래의 아시안 라이징! 분위기에 딱 맞는 동양인. 사실 이미 미국인이 된지 오래지만 네이티브들에겐 여전히 이방인 취급 받고, 본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하는 동양계 미국인의 처지와 고민이 섬세하게 잘 표현된 이야기였구요.
또 생각해 보면 요즘 헐리웃 쪽에 이런 정통 멜로스런 감성의 이야기가 잘 안 나오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헤어질 결심' 때도 했던 생각인데, 참으로 정통스럽다 못해 고풍스러운 느낌까지 풍기는 이런 로맨틱한 이야기가 요즘 레어템이 되어서 이렇게 잘 뽑힌 정통 로맨스가 그 동네 사람들 심금을 울리는 게 아닌가 싶었던. 물론 '고급지게 잘 만든' 이라는 옵션이 붙어 있으니 그것도 먹히는 거겠지만요.
(미국에 처음 온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곳, 그 장소. ㅋㅋㅋ 그림 예쁘고 좋아요.)
- 대충 해성이라는 인물을 노라의 마음 속 한국 그 자체... 라고 생각해도 들어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쏘쿨하게 버려두고 떠나왔지만, 그리고 지금은 이쪽 삶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하지만 때가 되면 갑자기 찾아와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하는. 그립기도 하고 가끔은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결국엔 이미 예전에 자신의 선택으로 떠난 곳이고 그래서 자신의 미래가 될 수는 없는 무언가. 그래서 영화의 막판 술집 장면이 더 의미심장해 보이더라구요. 정말 오랜 세월만에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고. 남편을 보릿자루로 만들어 놓고 둘이 온갖 낭만적이고 애틋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에 마지막은 정해져 있는 거죠. 애초에 12년 전에 이미 결론을 내 놓았잖아요. "난 이 곳에서의 삶을 위해 두 번의 이민을 겪었어. 어떻게든 이 곳에서 내 삶을 살고 또 성공하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틈만 나면 서울행 비행기를 알아 보고 있잖니..."
그러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라와 해성의 모습은 사실은 그냥 노라가 자신의 미래의 삶과 정체성을 결정짓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정확히는 이미 내린 결정을 최종적으로 재확인하는 장면이랄까요.
(이미 오래 전에 모든 건 결정이 된 거였고. 이들에게 남은 건 그걸 받아들이고 각자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고...)
- 그러니까 낭만적이면서도 사색적인 분위기로 승부하는 정통 로맨스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이민 후 자신의 과거와 미래, 옛 터전과 현재의 터전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한 여성의 성장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두 가지를 아주 조화롭게 잘 배합해서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야기로 완성된 것... 이 호평의 비결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조미료가 많이 적으니 유의하시구요. ㅋㅋ 네이티브 한국인 입장에서 볼 때 좀 어색하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긴 합니다만. 한국인 아닌 사람들 눈에는 전혀 두드러지지 않을 부분들이라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이민 가신 분인데 이 정도면 아주 잘 했죠 뭐.
그리고 마무리가 확실히 좋아요. 이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재생을 해 보실 분이라면 혹시 중간에 좀 애매하다... 싶어도 그냥 끝까지 한 번 보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그냥 로맨스로서도, 동양계 이민자의 이야기로서도 모두 울림이 있는 좋은 장면이었네요. 잘 봤습니다.
+ 아무래도 한국 장면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자문이라도 받은 게 아닌가 싶은 부분들이 좀 있었어요. 특히 해성이 친구들이랑 술 먹는 장면 같은 경우엔 갑자기 리얼리티란 것이 폭발을 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ㅋㅋㅋ "야 해성이가 먹고 죽자고 하면 먹고 죽는 거야!" 같은 대사가 초딩 때 이민 간 뉴욕 시민 머릿속에서 나오진 않았을 것 같았습...
++ 다들 아시다시피 카메오가 있죠. 근데 사실은 그 카메오께서 뜬금 없이 이 영화의 주인공 배역 오디션에 도전하셨다고 해요. 유태오가 더 적역이라 생각해서 떨어뜨리긴 했는데, 그래도 기왕 오디션도 보신 김에 단역이라도 해보실래요?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고. 신기하죠. 그 분께선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의 오디션에 지원하셨을까요. 애초에 정보는 어디에서 얻으셨고? ㅋㅋ
+++ 배우와 감독 인터뷰들이 좀 재밌더라구요. 일단 그레타 리는 부모는 한국인이지만 본인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란 사람이라죠. 그러다 배우가 되고 거의 처음으로 출연한 연극이 큰 호평을 받아 탄탄 대로일 것 같았는데... 딱 동양계 이민자 역이었던 그 연극이 끝나고 나자 거짓말처럼 일감이 뚝 끊겼답니다. 그래서 동양인으로서의 자신이 미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하구요. 심지어 자기랑 함께 작업하며 서로 위하고 돕던 친구들에게조차 그런 벽을 느끼고선 푸념을 했더니 그 친구 중 하나가 그러더래요. 그렇다면 그런 너의 이야기를 니가 직접 써서 만들어 보렴. 그래서 실제로 썼고, 그런 경험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감독이야 뭐... 거의 자전적인 이야기죠. 실제로 초딩 때 좋아했던 남자애가 자길 보러 뉴욕까지 날아온 일도 있었대요. 극중에서 남편 캐릭터가 '와 이거 끝내주는 이야기네. 꼭 이걸로 글 써 봐.' 라고 말하는 장면이 실제였던 것... ㅋㅋ 다만 물론 디테일들은 많이 손을 보고 조정한 거라고.
++++ 근데 인연이라는 게 꼭 연결되어야만 인연인가요. 흔한 말로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도 있잖아요. 결국엔 헤어지는 것도 인연이고, 어찌저찌 오랫동안 함께 하게 되는 것도 인연이고. 그런 것 같은데... 아닌 걸까요.
+++++ 노라와 해성이 재회해서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면 주인공들이 가는 곳마다 다 커플로만 가득합니다. 왜죠. ㅋㅋ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야기가 참 큰 덩어리가 별로 없습니다. 처음에 설명한 것과 같은 루트로 화상 통화를 하며 감정을 다시 키우던 둘은 결국 "난 이 곳에서 내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러기에 지금 이 상태는 옳지 않음. 당분간 연락 끊어 보자." 라는 노라의 결단으로 다시 단절이 됩니다. 그러는 동안 노라는 글쟁이 커뮤니티에서 스윗한 유태계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잘 살고. 해성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그냥 살아요.
그러다 또 12년이 흐른 어느 날 해성은 결국 노라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연락을 취한 후 다짜고짜 뉴욕으로 날아가죠. 그러고 뭔가 계속 설레지만 애잔하고 또 절대 선은 넘지 않는 하루를 보내요. 그러고 돌아와서 노라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데. 남편은 자기보다 해성이 너에게 운명적인 '인연' 아니냐는 얘길 하네요. 반면에 자기는 노라에게 얼마든지 다른 남자로 대치될 수 있는 존재 아니었냐며... 하지만 노라는 그런 거 아니고 나는 너를 만나 짱 좋다는 식으로 다독다독.
이제 해성이 떠나는 날 새벽입니다. 셋은 함께 술집을 가서 바에 나란히 앉는데. 노라가 가운데에서 양쪽을 통역해주기도 하지만 거의 노라와 해성이 떠들고 남편은 보릿자루 모드로 옆에 앉아 있는 분위기네요. 그러면서 노라와 해성은 점점 더 감정이 고양되는데... 어쨌든 특별한 일은 없이 셋은 귀가하고. 해성이 우버를 타러 나가는 길을 노라가 배웅을 나가요. "얼마나 걸린대?", "응 2분."
그러고 둘은 그 시간 내내 서로를 바라보며 애틋한 표정을 짓고, 서로에게 다가갈락 말락... 하고 보는 사람 진을 빼다가 결국 그냥 우버가 도착을 해요. 짐을 차에 싣고 떠나려던 해성이 갑자기 "야!" 하고 노라를 부르고. 순간 초등학생 시절 마지막으로 엇갈린 길을 가던 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해성이 말을 이어가요. 지금 우리의 삶도 나중 삶의 '전생'이라면, 다음 생에 우리는 어떤 사이로 만나게 될까. 노라는 웃으며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고, 해성은 다음 번에 꼭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긴 채 떠나갑니다.
그리고 뭔가 후련한 표정으로 자기 집을 향해 걷던 노라는 집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보고 갑자기 폭발해서 오열을 하구요. 남편은 그런 노라를 감싸주며 함께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잠시 집으로 돌아가는 해성의 모습을 보여준 후 엔딩이에요.
2024.05.03 01:14
2024.05.03 23:32
첫 작품이 크게 호평을 받으니 다음 영화부터 갑자기 출연진이 으리으리해지는군요. ㅋㅋㅋ 하지만 그레타 리도 잊지 말아 주시길(...)
2024.05.03 02:00
저도 잘만든 직품이란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만, 평론가나 여러가지 시류에 편승하여 조금 과하게 대접받는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보는 내내 '드라이브 마이카'가 생각났어요. 느리게, 뭔가 '그들에게' 낯설지만 쿨해 보이는 사고방식을 깔고 가면서 딱히 대단한 내용없이 전개되는 방식과 리듬때문에요. 새롭거나 놀라운 스토리 혹은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끝내주는 이야기라고요? 남편이 진심으로 한 말이었....나요??ㅎㅎ) 편집이 조금 더 세련되고 리듬이 빨랐으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저는 마지막보다는 첫 도입부가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는 능력은 있는데 경험은 많지 않은 감독이 만든 초기작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레타 리의 연기에 관해서는.....저는 좀 평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태오가 연기한 해성에 비해 노라의 감정을 잘 느낄 수가 없었....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왜저래....?' 생뚱맞다 싶었는데....저만 그랬나요. ㅎㅎㅎㅎ
까메오 그분이 오디션을 봤었군요!! 비주얼이 제법 괜찮으니 조만간 주연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2024.05.03 23:35
글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저도 사알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잘 뽑은 데뷔작이라는 데엔 공감하구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말처럼 '20년간 봐 온 중 최고의 데뷔작!' 까진 또 잘 모르겠고. 뭐 그랬습니다.
극중에서 남편이야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영화 속 세상에선 그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의 일상에서 벌어진 사건이니까요. ㅋㅋ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이야기로 이만큼 성공했으니 맞는 말인 걸로 해 보아요. 하하.
전 마지막 장면은 대략 공감하면서 봤어요. 말씀대로 노라가 감정을 확확 드러내진 않는데, 그게 두 번의 이민과 계속되는 적응의 세월을 보낸 주인공 캐릭터에겐 어울리는 설정 같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주인공의 감정이 폭발하는 그 마지막 장면이 와닿았습니다.
까메오님은 예전에 모 시트콤에서 이미 주인공은 아니지만 비중 큰 캐릭터로 활약을 하셨죠. 처음엔 연기 진짜 어설프다가 나중엔 꽤 그럴싸해졌었는데. 그 시리즈가 시원하게 망해 버려서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 ㅠㅜ
2024.05.03 08:36
2024.05.03 11:23
파이스트도 연기는 잘 했겠지만 결국 마가로가 더 어울리는 역이었던 듯 합니다. 남편이 파이스트에 남자친구가 유태오였으면 남자들 외모가 너무 과해요;;;;; (챌린저스야 젠다야니까 파이스트와 오코너의 불과 얼음 커플 미모에도 지지 않죠;;;;;)
2024.05.03 23:37
부부가 다 능력자로 잘 나가는 케이스가 되었군요. 괜히 심통이 좀 나는데요. 영화 속의 상황과 안 어울리잖아요! ㅋㅋㅋ
적어 주신 내용을 보니 뭔가 영화 밖의 이야기 거리가 아주 풍부한 작품이었네요. 이 사람 저 사람의 인연과 배우와 극중 캐릭터와의 우연 등등. 관계자들의 미래를 지켜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ㅋㅋ
2024.05.03 09:13
말씀하신 대로 인연이라는 개념이 좀 신비화되어있다고 봅니다 ㅋ 타국 만리에서 서로 이해하는 남편을 만난 것은 어째 인연이라고 여기지 못하고...
[신과 함께]에 나오는 이정재처럼 네이놈들!!!! 하고 내면의 호통을 몇번이나 내질렀습니다 ㅋㅋ
2024.05.03 23:40
왜냐면 로맨스 영화에선 로맨틱한 게 짱인 거니까요!!! ㅋㅋㅋ 본문에도 적었지만 네이티브 한국인들보단 타지에 나가 사는 한국인들 내지는 교포분들 + 그냥 외국인 평자들에게 더 최적화 된 부분이 있는 영화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 둘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들이 좋아서 전 만족하고 봤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셋이 술 마시는 장면도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몰입에 방해가 되진 않았어요.
2024.05.03 11:18
말씀하신 해성이 친구들과 술먹는 장면들은 감독이 한국 배우들에게 분위기와 줄거리를 제시하고 자연스럽게 대사를 채워 달라고 요청해서 만들었다고 인터뷰 같은 데서 읽었습니다. 저도 그 대사는 절대 교포 감독이 썼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
2024.05.03 23:40
아 역시 그런 거였군요. ㅋㅋㅋ 그렇죠. 그건 정말 외국인으로서 수십 년째 살아 오고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대사가 아니었어요. 하하.
2024.05.04 12:40
영화 본편에 관한 얘기는 다른 글들에서 많이 하기도 했었고 본문 내용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졌던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의 외국 출신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과 힘겨운 삶, 적응기를 다룬 디아스포라 영화들이 최근 좀 더 넓고 다양성 있게 만들어져서 그 중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미나리'나 이 작품이 각광받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국내개봉 당시 홍보차 내한한 셀린 송 감독이 이동진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넘버 10까지는 실제 영화들이 다 있어서 아버지 영화 제목 패러디를 '넘버 11'으로 정했다는 비화가 가장 재밌었어요. 그레타 리는 저도 '러시아 인형처럼'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이렇게 매력적인 한국계 배우가 있었나 싶어서 반가웠는데 그 후 조금씩 입지를 다져가는 과정에서 이 작품으로 더욱 각광받게 된 것 같아서 괜히 저도 뿌듯하더군요.
나영과 해성의 스토리와 인연도 참 애틋했지만 그 와중에 남편인 아서와의 사랑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 끈끈함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부의 침대 대화씬이 2회차 감상 후에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아서가 이 이야기에서 자기는 사악한 백인 남편 역할이라며 끝내주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실제 셀린 송 감독의 남편이 위 댓글에서도 언급된 삼각관계를 다룬 '챌린저스'라는 영화의 각본을 써서 최근 호평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또 재미있는 포인트죠.
2024.05.04 23:30
아 그런 거였나요. 전 그냥 넘버 쓰리가 나온지 한참 됐으니까 그동안 넘버 4부터 10까지 다 만들고 11이 신작이라는 식일 거라 생각했는데요. ㅋㅋㅋ 그게 그냥 드립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군요. 허허.
그레타 리는 진작에 한국인, 소수자 캐릭터로 한 번 각광 받고 바로 가라 앉아서 힘들었단 얘기를 했었는데요. 아마도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동양인, 소수자 라벨 없이 '그냥 미국인' 캐릭터를 맡으며 잘 나가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면 결국 이 영화로 주목 받은 게 좀 얄궂기도 합니다.
사악한 백인 남편. ㅋㅋㅋㅋ 그렇죠. 평범한 멜로로 갔다면 어쩔 수 없이 악역이 되어야 할 포지션인 것인데요. 그 '챌린저스'라는 영화도 궁금하네요.
셀린 송의 남편도 셀린 송의 전직처럼 각본을 쓰는데, 얼마 전 루카 구아다니노의 챌린저스를 집필했지요. 아서역의 존 마가로는(스포일러) 전에 한 영화가 퍼스트카우의 쿠키라는 걸 이 영화 끝나고 나중에 알게되었어요. 그리고 실제 존 마가로 부인도 한국계미국인이라고... (의도하지 않은 자전적 메소드 연기들이군요) 셀린 송의 차기작은 이미 촬영 들어갔더군요. 다코타 존슨, 페드로 파스칼(스타워즈 스핀오프 장고 펫의 장고, 라오어 주인공, 원더우먼 2 빌런),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라고. A24가 요즘 예술영화 포기한다는데, 이번에 공개한 커스틴 던스트 주연 시빌 워도 그러한 계획 중 하나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