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00:30
- 2016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딱 9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를 대충은 잘 보여주는 깜찍한 포스터입니다. 막나가는 난전에 코미디.)
- 소개할 게 별로 없는 이야깁니다. 무기 대량 암거래를 위해 두 어둠의 무리들이 깊은 밤에 만나 외딴 창고로 가요. 가서 의견 대립은 좀 있을 지언정 대체로 무사히 거래를 완료하려는 순간, 양쪽 무리 중 시다바리들의 하찮은 원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싸움이 벌어지고. 상황은 점점 더 어이 없고 대책 없는 방향으로 꼬여갑니다.
(배우들 이름값과 비주얼 덕에 시작은 나름 있어 보입니다만)
(빌런들의 상태가 뭔가 많이 수상하더니만...)
- 그냥 설정이 저게 다입니다. 물론 조금의 드라마, 혹은 드립들을 위해 등장 인물들간의 과거지사를 조금씩 세팅해 놓은 게 있는데 큰 의미는 없구요. 그렇게 하찮은 이유로 대책 없이 벌어진 파국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총알 속에서 점점 더 하찮고 의미 없는 방향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사방에 시체가 쌓이고 피바다가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에요. 설정에 어울리게 배배 꼬인 못된 심뽀의 코미디가 듬뿍 토핑되어 있구요.
(결국엔 피칠갑 찌질 코미디로 흘러갑니다.)
- 글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타란티노 생각이 계속해서 납니다.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 시절 타란티노요. 프로페셔널처럼 폼들을 잡고 있지만 실상은 아주 하찮고 모자라기 그지 없는 악당들이 계속해서 서로에게 쌍욕과 총알을 퍼부어대고. 그래서 계속해서 피가 낭자해지는 상황을 갖고 이죽거리며 농담을 하는 거죠. 음악 활용도 타란티노 스타일을 열심히 흉내낸 느낌이구요. 액션을 대체로 하찮은 느낌으로 끌고 가면서 영화 내내 주인공들이 벌벌대며 기어다니기만 하는 것도 옛날 옛적 타란티노 테이스트... 뭐 그렇습니다.
근데 그게 보다 보면 정말로 웃음이 나오긴 해요. 런닝타임이 절반쯤 흘러가면 몸 성한 멤버가 하나도 없게 되고 이 사람들이 다 그냥 집단으로 기어다니면서 난리를 치거든요. 그렇게 벌벌대며 기는 걸 40분 동안 논스톱으로 구경하는 게 그다지 흔한 체험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웃음은 나옵니다. 재미 없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만악의 근원. 멍청이 중의 최강 멍청이. 킬리언 머피가 초장에 걍 얘를 쏴 버렸음 모두 평화로웠(?)을 텐데...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듭니다. ㅋㅋ)
- 사실 타란티노 영화들은 초기부터 이미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나 연출 같은 건 탄탄했어요. 그러면서 이런 추잡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들어가니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건데. 이 영화는 그런 베이스가 부족합니다. 스토리는 흥미롭지 않고 캐릭터들은 충분히 재밌지 않으며 계속해서 벌어지는 상황 전환들도 특별히 임팩트 있는 게 없어요. 그냥 '다 같이 모자란 놈들이 영화 내내 벌벌 떨며 기어다니는 총질 영화라니! 재밌겠잖아!!?' 라는 수준에서 크게 뻗어나가질 못하네요. 그것 자체는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라 즐길만 했습니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네요.
(아. 생각해 보니 이 분도 이제 볼드모트가 되셨죠. 짤을 바꾸긴 귀찮으니 그냥 두겠읍니...;)
- 근데 어쩌면 이런 식으로 비판을 하는 게 애초에 별 무의미한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의 진짜 의도야 제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을 해 보면 초창기 타란티노 영화들에 나오는 피칠갑 (개)찌질하게 처절한 액션씬들을 가져다가 순수하게 '그것만으로' 영화를 만들어 버린 모양새거든요. 정말로 의도가 그거였다면 네 뭐 일단 반 이상은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로 그런 식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든 거기에 기승전결 비슷한 걸 만들어서 멀쩡한 영화의 형식도 갖추었고. 또 그게 그렇게 재미 없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것 뿐'이라서 다 보고 나면 좀 싱겁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그런 면이 있습니다. 캐릭터가 되었든 이야기가 되었든 그냥 개그가 되었든 이것보단 뭔가 더 있어야 했어요. 그렇게 아쉬움을 안은 채 그럭저럭 봤습니다. 끄읕.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계속해서 총질과 그 총질들이 낳은 결과들로 인한 상황 변화... 로 끌어가는 이야기인지라 줄거리 요약 같은 건 대체로 무의미하니 최대한 간단히.
킬리언 머피가 이끄는 무기 사러 온 놈들, 그리고 샬토 코플리(디스트릭트9의 주인공이었습니다)가 이끄는 무기 팔러 온 놈들이 앞서 말한 정말 하찮은 쫄따구들끼리의 원한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총격전을 시작해요. 그리고 그 가운데 중립 비슷하게 낀 브로커 브리 라슨과 아미 해머가 각각 찢어져서 양쪽 편에서 깍두기 비슷한 노릇을 하구요. 근데 한참 싸우던 둘이 좀 잠잠해질 때쯤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저격수들이 등장하고 양쪽 진영은 서로 상대방이 처음부터 함정을 팠다며 더욱 더 불타오르죠. 그러면서 런닝타임 내내 난리를 치다가...
막판에 살아남는 건 가장 주인공처럼 생긴 둘입니다. 킬리언 머피와 아미 해머요. 그리고 애초에 적이 아니었던 아미 해머가 킬리언 머피에게 손을 내밀어 이 아수라장에서 빠져 나가 돈을 나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그렇게 화목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총성이 울리고 아미 해머가 헤드샷으로 사망. 이미 거의 넝마가 다 되어 있던 킬리언 머피도 치명상을 입습니다. 그래서 이게 뭔고... 하니 아까 전에 총은 아니고 다른 뭔가에 맞고 쓰러졌던 브리 라슨이었네요. 알고 보니 애초부터 이 거래에서 오갈 큰 돈과 트럭 가득 쌓인 돌격 소총들을 노리고 브리 라슨이 다 꾸민 거였어요. 당연히 저격수도 얘가 불렀죠.
암튼 그렇게 총 맞고 뒷통수 맞은 킬리언 머피는 (얘는 브리 라슨에게 호감을 느끼고 계속해서 탈출시켜주려 하고 있었거든요) 대충 너랑 더 알고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같은 대사를 남기고 사망하구요. 홀로 남은 브리 라슨은 돈가방을 챙겨들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창고의 출구를 향하는데. 가만 보니 창고 문틈으로 뻘겋고 푸른 빛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 창고 난리를 뒤늦게 알고 경찰이 대규모로 출동하셨네요. "아 망했구나." 라는 브리 라슨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엔딩입니다.
2024.05.02 17:08
2024.05.03 00:51
그래도 뭐 워낙 작은 영화라 다들 좀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해서 즐겁게 연기하... 셨던 걸로 믿어 봅니다. ㅋㅋㅋ
2024.05.02 17:10
대충 설정만 봐도 '저수지의 개들' 비슷한 느낌이 나긴 하네요. 검색해보니 전체적인 평도 그렇고 열화판을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
한명...이 걸리지만 나머지 출연진들은 다 한 연기 하시는 나름 쟁쟁한 배우들이고 스포일러까지 읽어보니 브리 라슨이 단순 홍일점 이상의 괜찮은 역할인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손은 가지 않을 것 같네요. ㅋㅋ
감독님 이름이 약간 낯익어서 검색해보니 예전에 제가 아주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킬 리스트' 연출하셨던 분이군요. 이건 진짜 추천할만한 작품인데 지금 국내에서 스트리밍이나 VOD가 없는 것 같네요. 이런...
아미 해머랑은 여기서 죽이 잘 맞았는지 최근에 넷플 오리지널 '레베카' 리메이크를 같이 했는데 평이 처참하네요. 함부로 건드리면 안되는 원작이기도 하고 아미 해머 나락 타기 전 거의 마지막 주연작이었던 모양입니다.
2024.05.03 23:43
근데 그게 또... 브리 라슨의 비중이 크지는 않습니다. ㅋㅋ 하찮지는 않은데, 런닝 타임의 대부분 동안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활약이 크지 않아요. 그리고 어차피 연기력 보다는 그냥 배우들의 지명도와 비주얼이 더 중요한 영화였고. 아마도 배우들은 가볍게 즐기면서 찍었을 것 같아요.
아래 댓글에서도 '킬 리스트' 칭찬이 나오는데... 볼 길이 없는 상황이라니 아쉽네요. 본문에도 적었듯이 이 영화도 재미 없게 보진 않았거든요. 근데 훨씬 낫다니 보고 싶다구요!!!
아미 해머는 뭐... 존 햄 생각이 나는데 존 햄도 악독한 과거 때문에 정 줄 수 없는 배우지만 아미 해머가 그걸 아득하게 압도해 버렸네요. ㅠㅜ
2024.05.02 18:30
오랜만에 저도 본 영화 리뷰하셨네요 ㅎㅎ 캡틴 마블보고 브리라슨 뽕맞아서 찾아 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엉망진창 액션장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타란티노 같은 천재와 비교만 안 한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같습니다. ㅋㅋ
2024.05.03 23:45
퀴즈 풀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루나님과 제가 취향이 참... 교집합이 많지 않죠. ㅋㅋㅋ
저도 그 벌벌 기어다니는 액션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좀 더 기억에 박힐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아쉬웠네요. 컨셉이 특이하니 이것보단 더 임팩트 있는 무언가를 기대했거든요.
2024.05.02 19:40
이 감독님의 데뷔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명성?을 안겨준 첫 작품)인 <킬 리스트>를 너무 인상적으로 봐서, 이후 작품들을 꾸준히 챙겨봤는데요, 이후 행보가 아쉽기는 합니다. 비타협적인 작품들을 만들기는 했는데, 전체적으로 뭔가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이 라이즈>가 괜찮긴 했는데, 원작이 워낙 영화화하기 어려운 작품이었고, 이 감독님의 영화판도 그런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고요. 최근엔 <메가로돈 2>로 바닥까지 가셨고..
본문 영화는 즐겁게 봤지만, 아마 감독님에 대한 팬심이 어느정도 작용을 한 듯 하고요. 타란티노님은 개성이 너무 강해서, 본문 영화 보면서 타란티노 생각이 나진 않았습니다. 찌질하고 이죽거리면서 폭력적인 영화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ㅎㅎ 본문 영화도 그런 양산형 영화들 중 그냥 괜찮게 만든 한 편이긴 하겠습니다만..
2024.05.03 23:47
'메가로돈2'라니 정말 바닥이군요...; 이런 배우들 데려다가 B급 액션도 찍을만큼 잘 나갔던 분이 어쩌다가. ㅠㅜ
이것저것 찾아 보니 타란티노 얘기는 없고 감독이 직접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총질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그랬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보면 무대 세팅 같은 게 확실히 게임 같긴 합니다. 실제 게임에선 주인공들이 이렇게 벌벌 떨며 기어다니진 않겠지만요. ㅋㅋ 말씀대로 이런 류(?)의 영화들 중에서 준수한 편인 건 맞는 듯 해요. 그냥 제 기대가 좀 더 컸을 뿐.
아이구... 캐스팅한 배우들이 아깝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