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50
- 갓 나온 따끈따끈 신작이죠. 대략 30분 언저리의 에피소드 일곱개로 되어 있어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좋게 말해 직관적, 나쁘게 말해 좀 구리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가 다 그러려니... 합니다.)
- 초췌한 행색의 남자가 경찰서에 갑니다. 자기가 스토킹 피해자라며 어떻게 좀 해달래요. 뚱한 표정으로 뚱하게 응대하던 경찰 아저씨가 얘길 한참 듣다가 툭. 하고 물어봐요. 아니 근데 그럼 그동안은 왜 신고 안 하셨어요? 순간 의표를 찔린 듯이 멍... 해지는 주인공의 표정.
장면이 바뀌면 이제 이야기의 발단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대충 요약하면 주인공은 일이 잘 안 풀리는 코미디언 지망생입니다. 전 여자 친구의 어머니 집(!?)에 얹혀 살면서 입에 풀칠은 해야 하니 동네 술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요. 어느 날 아주 칙칙한 몰골에 인생 우울해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자리에 앉아요. 자기가 엄청 잘 나가는 변호사이고 바빠 죽겠다면서도 음료 한 잔 마실 돈이 없는 그녀를 보고 연민의 정을 느낀 주인공은 마실 것은 한 잔 대접하는데... 이 따스한 호의에 단단히 감동 받고 돌아간 그 여자는, 알고 보니 프로페셔널 스토커(!?)였고. 악몽의 나날들이 시작됩니다.
(마thㅏ 와쩌여~ 뀨잉!)
- 넷플릭스의 유명한 스토커 이야기라면 '너의 모든 것'이 있겠죠. 개인적으로 꽤 재밌게 본 시리즈이긴 한데... 그건 그냥 재미난 장르물이었잖아요.
이 시리즈는 소재만 비슷할 뿐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주인공이 피해자이고, 코믹함 전혀 없이 정말 끔찍한 악몽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요. 결정적으로 실화입니다. 감독, 각본, 주연을 다 해먹은 영국 배우 겸 각본가 리처드 가드가 자신의 인생사를 최대한 그대로 옮겼다고 주장하네요. 원래는 이 양반이 해왔던 1인 연극이었다는데, 호평 받고 상도 받고 화제도 되고... 하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코미디언으로 성공은 못 하신 듯 한데.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납득이 됩니다. 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렇습니다. ㅋㅋㅋ)
- 근데 이게 단순한 스토킹 피해자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엔 분명히 그렇게 시작합니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다보면 점점 이야기가 이상해져요.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주인공의 실수, 한계, 모자람... 쪽이 강조되거든요. 설마 '스토킹 당하는 사람은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라는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닐 텐데 왜 이러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보다 보면... 대략 절반이 넘어가면서부터 대충 이해가 갑니다.
그러니까 이게 감독&각본&주연 배우님의 실제 경험담이라잖아요. 그래서 이건 스토킹 피해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 스토커에게 자신을 먹잇감으로 던져 줬는지에 대한 회고 및 반성 이야기로 흘러가는 '리처드 가드' 라는 젊은이의 파란만장 인생 회고담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후반에 가면 스토킹 이야기는 비중이 줄어들고 이것만큼이나 비극적이고 끔찍한 다른 사건 이야기로 극을 이끌어 가요.
(주인공의 계속 되는 자폭과 민폐 때문에 마사보다 주인공이 더 꼴 보기 싫어질... 때쯤부터 다른 이야기가 풀리며 납득을 시켜줍니다.)
- 계속 보다 보면 기분이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반부의 스토커 이야기와 후반부의 그 원인(?) 이야기가 너무 딱 맞아 떨어지다 보니 주인공의 변명을 듣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하거든요. 내가 정말 어리석었지만 그 때의 나로선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식인데, 주인공의 잘못된 선택들로 인해 고통 받는 죄 없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됐고 암튼 너님이 잘못하신 거잖아요!!"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만 그 원인 이야기 역시 스토커 이야기만큼이나 강렬한지라 어쨌든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네' 라고 납득은 하게 되구요. 또 어쨌거나 자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충분히 다뤄주면서 그에 대한 반성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결국 자기 인생 최악의 시기에 대한 회고록인 동시에 반성문이었던 거죠. 그리고 둘 다 훌륭하니 더 따져 볼 생각은 안 들어요.
(주변에 저엉말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 덕택에 탈출하는 게 아니라 그쪽까지 x물을 튀겨대며 자기만 가장 힘든 주인공 때문에 고혈압이 생길 지경입니다만. 그래도 그런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해 사과하고, 감사를 표하는 작품이란 느낌이 들어서 납득해 줍니다.)
- 전반부든 후반부든 간에 어느 한 쪽도 모자랄 것 없이 보는 사람이 몸을 배배 꼬게 하는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현재를 오가며 재구성 해놓은 솜씨도 좋아서 긴장감이 쭉 유지되는 가운데 필요할 때마다 훅도 한 방씩 잘 쳐주고요. 코미디엔 소질이 없을 지언정(...) 글 솜씨는 좋은 양반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연기도 정말 기가 막힙니다. 본인 경험담을 본인이 열심히 재구성해서 스스로 연기한 덕인지 주인공의 연기도 참 좋지만... 역시나 이야기 성격이 있다 보니 스토커 마사 역을 소화한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후덜덜했어요. 기분 좋아서 주인공에게 아양 부릴 때나, 꼭지가 돌아서 무시무시한 짓들을 저지를 때나 참 일관되게 소름 끼치는(ㅋㅋㅋ) 모습이 인상적이었구요. 막판 재판정에서 보여주는 돌변한 모습도.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감성 터지는(??) 목소리 연기도 모두 다 '인상적' 그 자체였네요. 역시나 영국은 무시무시한 배우들이 사방팔방에 그냥 굴러다니며 발에 채이는 나라였던 것... ㅋㅋ
(극중 장면이 아니라 그냥 배우님들 짤입니다. 이렇게 혈압 오르는 거 보고 나면 이런 짤을 봐줘야 마음에 평화가... ㅋㅋ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요.
장르물로 생각하고 보시면 후반 전개 때문에 좀 '아, 이게 아닌데' 라고 느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주연 배우님이 자기 인생 최악의 시기를 회고하는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에요. 하지만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워낙 끔찍하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릴러, 호러는 사뿐히 즈려 밟을만한 긴장과 몰입을 유발하구요. 그래서 재미... 있다... 는 표현은 안 어울리지만, 확 몰입해서 쭉 달리게 만드는 드라마임은 분명합니다.
넷플릭스 사용자시라면 그냥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취향에 안 맞을 순 있겠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들 중에선 아주 많이 상위권에 드는 잘 만든 작품이라는 건 분명했거든요. 아주 고통스럽게 잘 봤습니다.
+ 제목을 보는 순간 "한국식으로 말하면 '우리~ 사랑스러운~ 꽃사슴!' 같은 건가? ㅋㅋㅋ" 하고 웃었는데 정말 그 뜻이었네요.
++ 실제로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냥 안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빌런 마사는 정말 무시무시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무시무시해서 말이죠. 트라우마가 팍팍 올라올 것 같아요.
+++ 후반에 등장하는 모 캐릭터는... "이건 실화입니다!" 라고 간판에 박고 시작하는 이 시리즈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해지더군요. 대충 누구인지 특정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 엔딩이 좀 오묘하죠? 사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건지, 뭔가 장르물 엔딩 같은 느낌으로 악순환의 루프를 보여주는 건지 애매한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설마 드라마 내용과 메시지가 있는데 전자를 의도한 거였겠죠... 설마... ㅋㅋ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사실 주인공에겐 스토커 '마사'를 만나기 전부터 애인이 있었습니다. '테리'라는 이름의 트랜스 여성인데 이 둘의 관계가 본격화되려는 와중에 마사가 나타난 거죠. 그래서 주인공은 테리의 존재를 마사에게 숨기려고 애를 쓰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테리에게 상처를 줘요. "아니 지금 시국이 시국인데 니가 좀 잘 숨고 정체성도 숨겨 주면 안 되겠니" 같은 소릴 하고. 또 주인공이 테리를 위해 결단을 내렸어야 할 순간이 너댓 번은 찾아오는데, 그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마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을 해서 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어요. 그러다가 결국 테리에게 차이고 나서야 플래시백으로 주인공의 과거가, 그 모자람(?)의 비결이 밝혀지는데...
마사를 만나기 얼마 전 시점에 영국 코미디판의 파워맨 하나랑 인연이 생겼고. 이 양반이 다짜고짜 던져대는 "넌 재능이 넘쳐! 내가 키워주겠어!!" 라는 말에 혹해서 그 양반이 시키는 걸 다 하다가 결국 희망 고문 & 마약 투입 콤보로 철저하게 가스라이팅 되어서 성폭행까지 당했던 겁니다. 그런데 정말 환장하게도 이 끔찍한 경험을 통해 그동안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눈을 떴어요. 아마도 바이섹슈얼, 혹은 게이일 거라는 건데요. 뭐가 됐든간에 그걸 깨닫게 된 계기가 이딴 식이니 사람 멘탈이 견뎌내기가 힘들죠. 덧붙여서 다른 목적을 숨긴 사탕발림에 속절 없이 넘어간 자신에 대한 혐오감도 불타오르고, 결정적으로 "응. 그럼 그렇지 나 같은 게 재능이 있을리가..." 라는 식의 자학 정서가 치사량에 가깝도록 폭발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그 시국에 마사가 나타나서 위풍당당하게 사랑한다. 넌 최고다. 난 네가 받은 상처를 이해 한다. 같은 말을 퍼부어주니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암튼 그래서 참고 또 참던 주인공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구요. 그래서 일단은 잠잠해지지만 잠시 후 마사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가족들, 그러니까 친부모와 얹혀 살던 전여자친구네 가족으로 방향을 돌려 다시 위협을 시작하구요. 본인에게 하는 일이 아니니 별개의 사건이다... 라는 경찰의 복장 터지는 반응 때문에 계속해서 고통 받던 주인공은 그러다 삘 받은 마사가 조심성을 잃고 자기 부모님에게 칼질 운운하는 직접적인 협박을 하는 순간 다시 제대로 신고를 하고. 입건이 되고. 재판을 거쳐 마사는 감옥에 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이 참가했던 코미디언 대회에서, 마사와 테리로 인해 북받침 감정을 털어 놓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 바이럴이 되어 순식간에 그토록 원했던 명성을 얻고, 사방에서 캐스팅이 되죠.
하지만 주인공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어둠은 사라지지를 않고. 주저주저하다가 결국 자신은 성폭행했던 유명인을 찾아가요. 하지만 기대에 어긋나게도 그 유명인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니 영상도 봤어. 정말 용기있더라. 내가 또 일자리 주선해줄까?" 라고 뻔뻔하게 반응하고. 주인공은 거기에다 화도 한 번 못 내고 무기력하고 돌아나와 혼자서 펑펑 웁니다. 그러고 그동안 마사가 남겼던 음성 메시지들을 들으며(...) 길을 헤매다 처음 보는 술집에 들어가 술을 주문하는데. 마침 마사가 분노나 성희롱 멘트 없이 진솔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 대목이 흘러나오네요. 그걸 듣던 주인공은 그게 또 너무 공감이 되고 그런 자신이 기가 막혔는지 그 자리에서 오열해 버리구요. 그러고나서 보니... 술값이 없네요? 그래서 사과하는 주인공을 짠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바텐더가 "이건 제가 살게요." 라고 말을 해요. 그러자 "고마워요. 정말 친절하시네요." 라고 답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2024.04.24 19:39
2024.04.25 02:00
맞아요 너의 모든 것은 위악적일 정도로 코믹한 스릴러인데 (애초에 주인공이 스토커이고!) 이건 그냥 가차가 없죠... ㅋㅋ
제가 좀 까칠해서 그런 거지 주인공에게 화가 나지 않는 건 사실 당연한 전개였던 것 같아요. 뻘짓을 많이 하긴 하지만 대체로 안타깝거나 속상한 느낌 쪽에 가깝구요. 근데 전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서 "이렇게 좋은 얘기들 계속 해주는데 넌 뭐하는 거니!!"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특히 테리는 정말 안쓰러워서 어서 주인공에게서 도망쳐 버리길 바랐습니다. ㅋㅋㅋ
맞아요. 그냥 상상해서 만들어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리얼한 디테일들이 있더라구요. 말씀하신 그 대사도 (사실 전 '이거 좀 정신 승리 아님?'이라고 생각했지만 ㅋㅋ) 정말 절절했어요.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히트작 두 개가 같은 이야기를 가진 연극과 시리즈였으니 아마도 다음 작품이 이 양반의 미래를 결정짓겠죠. 근데 뭐 잘 안 풀려도 이미 연출력, 연기력까지 충분히 증명 했으니 뭘 해도 평타 이상은 하면서 잘 사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하.
2024.04.24 21:40
저는 이 정도로 생생하고 치밀한 이야기인줄 몰랐어요. you처럼 대놓고 픽션이면 거리두고 보기 편한데 이건 너무 진이 빠지네요. 일단 3회까지는 괴로워하면서 봤는데 더이상 진행을 해야하나 망설여집니다. 내가 진짜 피해자인지도 잘 모르겠는 경계에서 공포+분노+자괴감으로 허우적대던 시절이 생각이나요. 얼핏 실눈뜨고 뒷 내용 언급들을 훑어보니 뭔가 트위스트가 있는 모양인데.. 궁금해요! 호기심과 고통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ㅋ
2024.04.25 02:02
그래서 제가 전에 Gervais님이 올려주신 글에도 비슷한 댓글 달았었죠. ㅋㅋ 도저히 한 번에는 못 달리겠더라구요. 사실 가장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5화쯤에 나오는데(...) 그래도 결국 그 양반이 살아 남았다는 건 우리가 이 작품의 존재로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ㅋㅋ 그나마 다행스러운 엔딩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미 보신 김에 한 번 달려 보시길. 다만 5화에서 6화 정도까진 참으로 고통스러울 거라는 건 감안하시고... 하하;;
2024.04.24 22:51
2024.04.25 02:05
정말 문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완성한 각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본인의 치유 과정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실화 기반이라지만 그래도 결국엔, 일단은 픽션인데 굉장히 절절하죠. ㅠㅜ
공무원 불신이야 뭐... 이런 이야기에선 필수 아니겠습니까. ㅋㅋ 그래도 자기 일 똑바로 하는 공무원도 나오긴 하니까요. 불행인 건 하필 그 타이밍에 주인공이 뻘짓을 해서 받을 수 있었던 도움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거(...)
2024.05.02 17:54
최근에 본 TV 미니시리즈 중에 최고였어요. 로이배티님 말씀대로 영국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그냥 널려있는 나라인가 봐요. 그래서 헐리우드에서 좀 작품성있는 걸 만든다고 하면 영국 배우들을 데려다 만드는 것 같아요
오 따로 리뷰도 써주셨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You 시리즈가 바로 먼저 생각 나더라고요. 근데 그건 스토킹을하고 살인을 해도 어딘가 발랄하고 밝은 구석이 있잖아요? 이 작품은 진짜 심연..ㅎㅎㅎ 그래도 처음에 제가 후킹된 이유는 제시카 거닝의 스코티시 액센트에 빵빵 터져서 였는데 이렇게 전개될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 저도 마사 얘기 잘 듣고있었는데 왜 자꾸 자기 과거, 그것도 실패한 코미디 무대, 제작자 미팅 얘기가 자꾸 끼어들지? 라는 생각이 중간에 들었는데 와우, 세상에..엄청나게 복잡 묘연하게 연결되어있는 실타래 더라구요. 저는 어째서인지 주인공에 대한 비판의 마음은 거의 일어나질 않고(분명히 허튼 짓을 많이했음에도ㅋㅋ) 그냥 안쓰럽고 안타깝더라구요. 저는 배경 지식 하나도 없이 그냥 보다보니 실화라는 것도 중간에 까먹었었는데, 아 이건 이 사람이 직접 겪은 일이구나. 하는 자각을 각본을 통해서 느꼈어요. 자기 얘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나 퀄리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별건아니지만 주인공이 자기가 성공해서 잘 지내는 모습을 자기를 과거에 그루밍한 상대한테 보여주는 자체가 복수라고, fuck you, you failed to break me. 라고 혼자 읊조리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확 느꼈죠. 리차드 가드는 이정도 각본을 쓰시는 분이 킬러 연출에, 연기까지 무지막지하게 해버리니 거의 오슨 웰스를 보는 기분까지 들더라고요. 단, 코미디는 연기보다는 라이팅으로써 뽐내시는게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고..ㅋㅋ 한가지 걱정은, 지금까지 대부분이 다 자전적인 얘기들이라..앞으로 크리에이티브 연출 영역도 잘 하실까? 잘 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기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