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01:37
- 201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요 '컬러풀'한 색감과 옷차림은 영화의 시대 배경 때문입니다. 1977년이 배경이었네요.)
- 1970년대입니다. 두 주인공의 각자 나레이션으로 각자의 배경을 설명하며 시작해요. 러셀 크로우가 맡은 '힐리'는 전직 조폭 내지는 싸움꾼 같은 사람이었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좀 해 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돈 받고 누군가 쥐어 패주는 식으로 세상에 도움을 주며 살아요.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의 '마치'는 사립 탐정입니다. 나름 능력 있고 센스 있지만 탐정들의 시대가 저물면서 이제 치매 노인 등쳐먹는 흥신소 직원 비슷한 생활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죠.
이 둘이 마주치게 되는 건 한 의뢰인 때문입니다. 도입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포르노 배우의 할머니가 '내 딸은 살아 있다!'면서 맡긴 의뢰를 처리하던 마치가 그게 그 배우가 아니라 '아멜리아'라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내면서 그를 쫓구요. 그 와중에 힐리는 그 아멜리아로부터 '자기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을 두들겨 패 달라'는 의뢰를 받아서 힐리를 쥐어 패구요.
그렇게 엮인 두 남자가 어찌저찌하다 보니 함께 일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혀 짐작도 못 했던 거대한 음모를 맞닥뜨리게 된다... 뭐 이런 이야기인 가운데 둘 사이에 낀 마치의 딸로 나오는 앵거리 라이스가 귀엽습니다.
(그래서 처음 올린 대표 포스터보단 이 포스터가 좀 더 정직하다... 하겠습니다. 최소한 앵거리 라이스는 포스터에 꼭 나와야 해요. 그냥 그런 겁니다.)
- 오늘 직장 일로 좀 지친 컨디션이어서 기분 전환 삼을 팔랑팔랑 가볍고 재밌는 영화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그동안 듀게에서 좋은 얘기 종종 들었던, 그래서 진작에 찜해놨던 이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결론적으론 성공이었어요. 정말 편하게, 즐겁게, 재밌게 잘 봤네요.
(그러니까 앵거리 라이스는 꼭... 쿨럭;;)
- 일단 오프닝 크레딧에서 어라? 싶었던 것이. 이게 제작이 론 실버에 각본 & 감독이 셰인 블랙이네요. ㅋㅋㅋㅋ 두 분 다 80~90년대 헐리웃 액션 스릴러 쪽으로 잔뼈가 굵으신 분들이면서 함께 작업도 꽤 했고. 결정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리쎌 웨폰' 시리즈 콤비시잖아요. 그러면서 영화의 서두를 여는 장면이 포르노 배우의 죽음이란 말입니다. 배경이 로스앤젤레스가 아니긴 하지만 참으로 친숙한 느낌이었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이게 그냥 농담이나 패러디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거 아주 작정하고 본격적으로 만든 80~90년대 액션 스릴러 추억 팔이 영화였네요.
뭐랄까... 그냥 이야기 톤이 그렇습니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도 그 시절 영화들 주인공 캐릭터를 촥촥 뒤섞어서 버무려 놓은 듯한 느낌이구요. 이 둘이 티격태격하는 개그씬들도 농담의 톤이 그 시절 느낌. 액션 장면들도 거의 그래요. 특히 우리의 마치씨는 자꾸만 높은 데서 떨어지고 구르기를 반복하는데 이것도 그 시절 액션 영화들 특징이었잖아요. 반드시 한 번은 높은 데서 떨어져야 액션 영화가 성립되던... 특히나 셰인 블랙의 히트작이었던 마틴 릭스는 더더욱 그랬죠. ㅋㅋㅋ 거기에다가 클라이막스가 진행되는 배경이나 거기에서 펼쳐지는 액션까지. 요즘 기준 소박한 스케일인데 스턴트 액션 위주로 전개되는 스타일이 딱 그 시절 향수 돋게 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느와르인데요.)
(코미디입니다. 그냥 둘 다 핵심이에요.)
- 리쎌 웨폰(의 후기 작품들)도 그랬듯이 이 영화도 고독한 루저 주인공들의 멋진 폼... 은 살짝 건들기만 하면서 주로 코믹한 쪽을 강조하는데요. 그게 또 의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이들은 그 시절 액션 히어로들의 폼나는 설정들을 가져다 엮어 놓은 캐릭터들인데, 계속 그걸로 개그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치는 돈만 밝히는 안티 히어로스런 인물인데 그렇게 돈만 밝히다 정신 차리는 폼을 잡다가 다시 돈을 밝혀요. 멘탈은 그렇게 썩었어도 추리 감각은 뛰어난 인물... 이라는 걸 보여주다가 그 추리가 틀려요. 그리고 이런 영화 주인공답게 막판엔 몇 번을 죽어도 마땅찮을 상황에서 계속 살아남다가... 갑자기 "왠지 오늘 나는 뭘 해도 죽지 않을 기분이야!" 라고 외치더니 뛰쳐나가서 아무 활약이나 막 하는데 정말 안 죽습니다. ㅋㅋㅋㅋㅋ 뭐 대략 이래요. 이러다 막판까지 가면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도 자꾸만 현실 감각 다 날려 버린 개그씬들이 이어지는데, 그게 참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웃깁니다. 전성기 이후로 참 타율이 바닥을 기던 셰인 블랙이 간만에 제대로 한 번 썼구나... 라는 생각을 했네요.
(베신져 여사님도 반갑지만)
(마가렛 퀄리가 정말로 예쁘구요. 다만 비중은 얼마 안 된다는 거. 8년 전이니 그럴 만도 했던 시절이었죠.)
- 그리고 이 영화의 결정적인 매력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먼저 위에서 길게 언급한 마치... 이 양반은 정말 걸작입니다. 사실 컨셉만 놓고 보면 흔한 헐랭이 히어로인데, 개그를 할 때마다 매번 평균적인 헐랭이 히어로들 대비 선을 1m씩 넘는 짓을 반복하며 웃겨줘요. 그걸 또 라이언 고슬링이 기가 막히게 살려내는데, 개인적으로는 라이언 고슬링의 캐릭터들 중에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평소의 좀 칙칙하고 느끼한 느낌 전혀 없이 그냥 가볍고 즐겁더라구요.
상대적으로 덜 깨는, 그래서 좀 손해를 보는 게 러셀 크로우의 힐리 캐릭터입니다만. 그래도 이 분은 나름 진중한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 기본적으로 '엘에이 컨피덴셜'에서 보여줬던 무대뽀 폭력배스런 상남자 포스(...)를 조금 더 21세기에 맞게 순화되고 귀여워진 느낌으로 소화하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 주고요. 그래서 마치와 좋은 콤비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치의 딸 홀리가 있죠. 살짝 '가제트'의 페니 같은 느낌이 드는 포지션인데요. 오합지졸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결정적인 역할을 자주 해내는 와중에 또 페니와는 달리 자기 나이에 맞는 어린이스런 행동을 해서 웃겨줍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앵거리 라이스가 너무 귀여워요. 이게 8년 전 영화이고 이미 성인이 되셨다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귀엽습니다. 이 분이 어릴 때 이 영화가 시리즈로 몇 편은 더 나왔어야 했는데!!!
(맷 보머씨의 날은 과연 올까요. 비주얼로는 한때 세계 정복급 임팩트였건만...)
- 오늘도 졸린 관계로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대략 80~90년대 헐리웃 코믹 액션 스릴러 스타일을 21세기 느낌으로 패치를 올리고 재현한 영화입니다.
딱히 알맹이 없이 가볍기 그지 없는 이야기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과 타율 높은 농담들, 그리고 설렁설렁하면서도 허접하지 않은 액션씬들 덕택에 그냥 런닝타임이 술술 넘어가요.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정말로 시리즈물로 만들 계획이었다가 엎어졌나 본데, 너무 아쉽네요. 주인공 셋이 뭉쳐서 활약하는 걸 좀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러니 그냥 부담 없이 두 시간 보낼 킬링타임 영화를 원하는 분들 다수에게 큰 부담 없이 추천합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는 마시구요. 그 시절 액션 영화들 지금 보면 다들 참 소박하잖아요? 그런 느낌까지도 그대로인 작품이에요. ㅋㅋㅋ 액션보단 캐릭터 개그 영화라고 생각하고 한 번 고민해 보시길. 저는 아주 잘 봤습니다.
+ 그러고보면 우리 킴 베신져 여사님께선 '엘에이 컨피덴셜'에서도 러셀 크로우와 함께 하셨죠. 그게 벌써 26년전 영화이고 이 '나이스 가이즈'보다도 18년 전 영화입니다요. ㅠㅜ
++ 마가렛 퀄리도 제가 이 영화를 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만. 음. 역시나 참 예쁘고 매력적이지만 이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일은 아닌 것 같구요... ㅋ
+++ 아무래도 포르노 배우와 영화가 중요 소재로 나오다 보니 온가족이 다 함께 보기엔 민망한 장면들이 종종 나옵니다. 그 와중에 파티 장면에선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노래들이 메들리 수준으로 나오면서 실제로 비슷한 행색의 밴드가 공연을 하는데... 당연히 실물은 아니구요. 팀의 리더 모리스 화이트옹께서 돌아가신 게 그 해 초였는데 추모의 의미 같은 게 아니었을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절에 가장 잘 나갔던 팀이기도 하구요.
++++ 결말은 깔끔한 해피엔딩인 척 하면서 사실은 상당히 배드 엔딩이기도 합니다. 뭐 그럴만 하죠. 원래 셰인 블랙은 느와르 좋아하던 사람이고 이 영화도 계속 웃겨서 그렇지 기본적으론 필름 느와르 스토리니까요.
+++++ 스포일러는 간단하게만 적겠습니다.
그래서 두 아저씨와 한 여자애가 열심히 아멜리아를 찾아댕기는 이야기인데요. 결국 찾아낸 아멜리아의 진실은 이렇습니다. 자기 엄마가 법무부 장관인데,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기업들과 결탁해서 환경을 마구마구 파괴하는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는 것에 분노한 거였어요. 그래서 자기 남자 친구가 만드는 '예술 영화'에 엄마와 기업들의 비밀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힌트들로 집어 넣어서 엄마의 권력 아래 있을 공권력이나 언론을 피해 진실을 폭로하고자 했던 거죠.
문제는 우리의 킴 베신져 여사님께선 자신의 대의를 위해선 딸래미 목숨까지도 희생할 수 있을만한 무서운 분이셔서... 그래도 어떻게든 살려는 보려고 주인공들을 고용까지 했지만. 상황이 통제 불가에 이르니 결국 킬러를 보내서 죽여 버립니다. 그래서 이제 다 망했구나... 했던 주인공들입니다만.
그때 다시 찾아 온 "살아 있는 내 딸을 봤다고!" 할머니, 그러니까 도입부에 죽는 포르노 스타의 할머니가 재등장하면서 뜻밖의 힌트를 던져줍니다. 그러니까 이 할머니가 봤던 건 딸이 아니라 옆건물에서 영사되던 딸의 영화였고. 그 영화가 바로 그 폭로 영화였고. 아멜리아는 죽었지만 그 필름은 아직 적들 손에 넘어가지 않은 거였죠. 그래서 그렇담 대체 아멜리아의 계획은 무엇이었냐... 를 추리한 결과 결론은 딱 영화 시점 그 날 밤에 열리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쇼였어요. 사람들 와장창 모인 행사장에서 그 필름을 틀어 대중들에게 진실을!!!
...그래서 남은 거야 뭐. 거기로 달려간 주인공들이 참으로 부지런히 엎치락 뒤치락하며 이것저것 부수고 사람도 좀 다치게 하고 그러다 악당들 다 제압하고 승리를 거두는 건데요. 그 뒤에 씁쓸한 에필로그를 붙여 놓습니다.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다 무죄로 빠져 나갔고 킴 베신져만 처벌 받게 된 거죠. 주인공 둘이 다시 만나 이런 상황 이야기를 하며 푸념을 늘어 놓고. 하지만 결국 둘이 합쳐서 '나이스 가이즈'라는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게 되면서 엔딩입니다.
2024.04.16 10:04
2024.04.17 02:01
말씀대로 셰인 블랙이 근래에 만든 영화들이 대체로 평가도 흥행도 워낙 망에 가까웠다 보니 이 양반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을 뚫고 지하에 내려가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리즈 시절 감각이 아직 꽤 남아 있네? 하면서 봤어요. 그 발목 총 개그 ㅋㅋㅋㅋ 아니 이게 그렇게 연결되나? 하고 감탄하면서 깔깔 웃었지요.
그렇네요. 말씀대로 옛날 스타일로 만들어 봤다기 보단 그냥 원래 자기가 잘 하던 걸 계속 하는, 다만 꽤 오랜만에 다시 해 본 느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원래 이 쪽이 본인 장기이니 비슷한 영화들 몇 편 더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원래 이 영화도 3부작을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그러던데... 흥행이 망해버려서... ㅠㅜ
말씀 듣고 바로 봤습니다 '노 서든 무브'. 재밌네요. ㅋㅋㅋ 소더버그 아저씨 영화들은 근래들어 거의 가볍게, 날렵하게 만든 현대적 스릴러(?)들만 봐 왔다 보니 신선한 느낌 들어서 더 재밌었어요. 이런 것도 이렇게 잘 하시는데 역시나 이 분 특유의 '아 뭐 그냥 가볍게 만든 건데요?'라는 느낌이 그대로 있어서 감탄했구요. 참 소더버그 아저씨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2024.04.16 19:38
저도 코미디가 정말 좋았어요. 마치와 힐리라는 티비쇼를 만들어서 한 8시즌쯤 우려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고요. 코미디 앙상블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힐리-마치의 다이나믹듀오도 즐거웠지만 특히 힐리가 홀리 처음만났을때 유후 뺏어먹는 장면같이 힐리-홀리 사이의 씬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영화는 어차피 80년대로 기획했다고 하던데 배우들 나이도 딱 고만큼 더먹은 지금 후속편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텐데요. ㅎㅎ
2024.04.17 02:02
사실 루나님께서 재밌다고 몇 번을 말씀하셔서 본 것에 가깝습니다. ㅋㅋㅋ 근데 재밌게 봤구요. 말씀대로 코미디 감각이 아주 좋고 캐릭터들이 너무 재밌어서 이거 한 편으로 끝났다는 게 넘나 아깝더라구요. 어디 OTT에서라도 줍줍해서 속편 만들어주면 정말 반가울 텐데 말입니다. 비평은 잘 됐어도 흥행은 꽤 확실하게 망한 영화라 어렵겠죠...
2024.04.17 09:49
제목을 보고 이 친구들이 먼저 떠올랐네요.
2024.04.18 10:48
아. ㅋㅋㅋ 그러고보니 이런 작품도 있었죠. 이 영화랑도 은근 어울리는데요. 하하.
2024.04.17 10:17
오 이거 저도 늘 보고 싶었는데 이런 소개글을 보니 반갑군요. 라이언 고슬링은 헐리우드에서 우울한 남자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저렇게 코메디까지 잘하는 게 신기합니다 ㅋㅋ
2024.04.17 21:55
저는 라이언 고슬링 코미디 할 때가 제일 좋더라고요.ㅎㅎ 본인도 좋아하는 것 같고요.
지난주에 오랜만에 SNL호스트로 돌아왔는데 무려 비비스 와 벗헤드의 비비스로 분장하셨답니다. ㅋㅋ
2024.04.18 10:49
제가 고슬링 코믹 연기 하는 걸 별로 못 봐서 더 신선하고 좋게 보이기도 했을 겁니다. 근데 정말로 잘 해요. ㅋㅋㅋ 이거 보면서 고슬링 때문에 진짜 여러 번 웃었네요.
2024.04.17 19:17
막판에 와서 이제 좀 진지하게 제대로 활약을 하려나 싶은 순간에도 터지는 허무한 개그가 정말 일품이었어요. 라이언 고슬링 커리어 최고연기는 오스카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 바비도 아니고 바로 이 작품에서가 아니었나 싶기까지 하구요. ㅋㅋ 하기야 이런 특유의 이미지랑 안어울리는 코믹연기를 완전 두세배로 기어 올려서 켄을 연기했던 것도 같아요.
앵거리 라이스는 저도 여기서 꽂힌 이후로 국내에서 볼 수있는 출연작은 다 챙겨보고있네요. 혹시 18년작 '에브리데이'라는 영화는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감수성 충만한 청소년들을 위한 좀 간지러운 영화이긴 한데 앵거리 라이스가 단독주연으로 나오는 귀한 작품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무려 '퀸카로 살아남는 법' 뮤지컬 영화버전에서 린지 로한이 맡았던 주인공 케이디를 연기했는데 노래실력이 좀 딸려서 동료 출연진들 특히 레지나 조지 역할의 배우에게 확 묻혀버렸다는 평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셰인 블랙은 이 작품이 흥행이 잘됐으면 지금 행보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실실 웃으면서 보기에는 좋지만 뭔가 큰 재미를 주는 임팩트는 없는데다가 젊은 관객층이 확 관심을 가질만한 배경이나 소재도 아니고 말씀대로 가족끼리 보기에는 민밍한 R등급이라는 것까지 합쳐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러셀 크로우의 스타파워도 예전같지 않아졌다는 걸 느꼈어요.
2024.04.18 11:04
맞아요. 저는 지금껏 본 고슬링 연기 중에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ㅋㅋㅋ '바비'에 캐스팅 된 게 이유가 있었구나 싶더라구요.
뭐 노래까지 잘 할 필요 있나요. (뮤지컬을 해 버린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긴 하겠네요;) '에브리데이'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이 분도 더 더 잘 됐음 좋겠어요.
러셀 크로우야 뭐... 언제부턴가 존재감이 투명해져 버린 느낌이죠. 여전히 꾸준하게 활동 잘 하고 계시지만 옛날 그 인기 스타 아우라는 많이 사라진 듯 합니다.
2024.04.18 13:29
나이스 가이즈 바로 다음해에 고향 호주에서 찍은 '레이디스 인 블랙'이라는 영화도 괜찮습니다. 착하고 밝고 희망찬 그런 전개라 취향에 안맞으실수도 있지만 ㅋㅋ 앵거리 라이스가 이 작품에서처럼 똘똘하고 당차게 나와서 좋아요.
저는 발목 총 개그를 진짜 좋아해요! 타이밍이 정말 천재적이었어요. 처음 보면 그 순간에 정말 라이언 고슬링처럼 반응하게 되잖아요. '어라...? 아... 그럼 그때 그게...!!!'
셰인 블랙은 적당히 돈 주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딱 이렇게 30년대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취향을 바탕으로 70년대식 LA 네오 누아르 탐정물에다 8, 90년대식 버디 코믹 액션물을 섞은 영화만 줄창 만들 것 같은 사람인데 말이죠. 요즘 같은 대 프랜차이즈 시대에는 그런 게 장사가 잘 안 되다 보니 오십 대의 상당 시간을 아이언맨이나 프레데터 속편을 만들며 보내야 했던 게 안타까워요. 추억팔이라는 말씀이 한편으로는 맞지만, 워낙 경력 초부터 이런 걸 만들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사자라 그런지 가령 [기묘한 이야기]처럼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복원하고 추억하는 복고적인 태도라기보다는 그저 변함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그때 그 시절 영화를 계속 만드는 느낌이잖아요? 물론 창작자에 따라서는 기분 나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점에서 희귀하다면 희귀한 창작자인지라 멸종위기종 보는 기분으로 한 편 한 편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볼 때마다 '셰인 블랙 죽고 나면 이런 영화도 더는 안 나오겠지?' 하면서요. 이제 육십 대 초반인데, 너무 늦기 전에 [키스 키스 뱅 뱅]이랑 [나이스 가이즈] 같은 영화 한두 편 더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인 스티븐 소더버그의 [노 서든 무브] 보셨을까요? 그쪽은 배경이 디트로이트고 아무래도 소더버그 영화라서 화면도 좀 칙칙하고 어쩐지 딱딱할 것 같지만 실체를 까 보면 매력적인 배우들이 우르르 나와서 제법 웃겨 대는, [나이스 가이즈] 비슷한 구석이 있는 중규모 범죄극이거든요. 안 보셨다면 한 번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