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4 11:03
76년에 나온 이탈리아와 일본 합작 영화.
불치병에 걸린 스텔라양이 슬럼프에 빠진 작곡가 리차드씨와 만나게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잘사는 나라가 되면서 이제 돈 좀 써도 된다는 벼락부자 마인드가 되었지만 그러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서양 백인사회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에 눌려있던 시기... 70년대의 대표적인 일제 순정만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백인여자들이었죠. 캔디라든가 오스칼이라든가.
이렇게 일본 순정만화 주인공이 백인여자여야했던 시기에 일본 자본으로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ㅂ니다.
순정만화같은 신파 스토리에 배경은 유럽이고 백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그니까 일본사람들이 자기들이 보고싶은 내용을 백인들의 손을 빌려 만든게 아닌가 싶은 그런 느낌...
대략 70년대 중후반쯤에 이런 유형의 영화들이 몇편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이탈리아 영화입니다. 일본 영화사의 대표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 말고는 제작실무 일체를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 것 같고, 남주는 영국 배우,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 언어는 영어입니다. 참 국제적인 영화죠.
이탈리아어 원제는 [별(스텔라)에게 바치는 노래], 일본개봉제목은 [라스트 콘서트]입니다. 영어 제목은 [날 다 가져요]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히트했습니다. [카산드라 크로스]와 동시상영이었다는데 액션영화 보러온 사람들이 울면서 극장을 나갔다네요.
77년에 한국에서도 히트, 더군다나 한국관객들이 사랑해마지않았던 '불치병 멜로' '최루탄 영화'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일본보다도 한국에서 더 잘나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그렇게 한국과 일본에서는 추억속의 명작으로 남게 되었지만 제작당사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구미권에서는 듣보잡 신세인 것 같습니다. 매체에서의 대우도 별로고 아옘디비에는 유저코멘트도 하나 없네요.
지금 와서 이 영화를 보게되면 우선 놀라게 될 일이
각본, 감독 루이지 코찌.
보통 코찌하면 쌈마이, 짝퉁, 괴작의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사람인데... '이렇게 멀쩡한 영화를 만들다니!'...ㅎㅎ
예 멀쩡한 영화ㅂ니다.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쌈마이와는 거리가 있고, 영상과 음악이 뛰어나고 서정적입니다. 코찌의 다른 영화들에서 이런 분위기는 본 기억이 없는...
그니까 뭐 코찌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닌데, 자기가 잘하는 것 이외의 것들을 하려고했던 것 같아요. 잘 알려진 코찌 영화가 대개 SF 환타지 호러 이런쪽인데 그런 영화들을 보면 의욕에 비해서는 결과물이 아쉽다는 그런게 있었죠. 뭔가 심○○랑 비슷한 것 같기도...
뭐 어쨌든... 스텔비오 치프리아니의 음악은 걸작입니다.
그 음악도 주로 한국과 일본에서만 소비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2024.04.14 13:19
2024.04.14 15:48
저는 나이먹고 감정이 다 메마른 후에 봤어서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냥 익숙한 음악이 나오는구나-정도...
2024.04.14 13:43
저도 어릴 때 본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덕분에 알게 됩니다. 일본 자본이 들어간 영화였군요. '카산드라 크로싱'과 동시상영 얘기는 우습네요.ㅋ
일단 끝까지 봤다하면 그 나이엔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전개였는데 눈물이 나면서도 마지막의 그 콘서트 장면은 과하다는, 요즘 같으면 오그라드네- 감정이 마음 구석에서 있었던 기억입니다. 그 장면이 길기도 길었던 거 같고요.
음악은 참 여기저기 많이 나왔고 저 남주의 스텔라 뭐라뭐라하는 것도 라디오 같은데서 많이 들었네요.
재밌는 글 깨알 정보 잘 읽었습니다.
2024.04.14 15:52
일본은 신작영화도 동시상영으로 개봉하는 일이 꽤 있었던 것 같아요.
전 영화는 못봤었지만 음악은 어렸을때부터 라디오에서 늘 들어서 익숙했었네요
2024.04.14 14:22
나훈아 콘서트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ㅎㅎ;;
고도성장기 일본 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론 하워드의 겅호가 떠오르는군요. 배트맨과 비틀쥬스를 했던 마이클 키튼 나오는... EBS에서 박찬욱 감독이 소개해줘서 한번 재미있게 본 기억이.
2024.04.14 15:52
은퇴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라스트 콘서트를 하시는 군요.
2024.04.14 15:07
음악만 들었을 땐 참 좋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대사만 나오면 음악이 뚝뚝 끊겨 좀 황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사 끝나면 다시 음악 나오고 다시 대사 나오면 바로 음악 끊어버리고. St. Mitchel 중에 나오는 대화는 영화 속엔 안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포함된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남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좀비2에서 기분나쁜 의사 역할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쩐지 이 영화 볼 때도 왜 저런 기분나쁘게 생긴 아저씨를 좋아하는 건지 이해가 안가긴 했습니다.
2024.04.14 15:54
음악이 그랬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옛날에 더빙영화 보면 인물들이 대사만 하면 다른 소리가 다 죽었던 게 생각나네요ㅎㅎ
2024.04.16 18:55
오래 전에 봐서 잘 모르겠는데, 80년대까지, 우리나라 더빙판은 OST와 음향 트랙 없이 들여와서 엉뚱한 음악을 넣거나 소리를 죽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마케나의 황금] 같은 영화는 사운드트랙을 갖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정영일 선생이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선전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근데 전 당시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어요. 그냥 소리가 좋나보다. 라고 이해했습니다.
미클로스 로자의 [스펠바운드] 음악이 정말 아무 때에나 쓰였지요.
2024.04.16 18:50
풀치 초기작도 보면 의외로 멀쩡합니다. 쌈아이 짝퉁 스타일도 나름 의도적일지도.
남주인 리처드 존슨은 우리나라에 셰익스피어 배우로 소개되었는데, 웬만한 영국 배우들은 다 셰익스피어를 한번 이상 했을 테니, 그 경력이 아주 신기하진 않고, 전 주로 액션, 호러에서 많이 봤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오리지널 [더 헌팅].
코치의 [스타워즈] 짝퉁 영화 [스타크래시]의 여주도 스텔라죠.
음악 좋죠. 올려주신 허밍 나오는 곡도 좋고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아다지오 콘체르토도 좋구요.
이 영화는 많이 어릴 때 (그러니까 대략 40년 전;) 티비 방영으로 보고 마지막에 펑펑 울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ㅋㅋㅋ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궁금하긴 한데, 이젠 이런 최루성 멜로와는 체질이 많이 멀어져 버려서... 하하.
말씀하신 영화의 국적과 정체성은 최근에야 알게 됐어요. 이 음악 오랜만에 다시 들어 보려고 검색하다가 영화 정보를 읽고서 알았죠. 참 기묘한 태생의 영화인데, 말씀대로 감독의 정체를 생각해서 보면 더 기묘해지네요. 그런데 또 (적어도 당시 기준) 수작 대접 받을만한 작품이었다는 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