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의 프라임타임 연속극에 '마호병, 반도, 요지'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어요.
그러다 80년대 초부터 '우리 것이 제일이여' 바람이 불기 시작했죠.

국악같은 전통 문화가 활성화되고, 한글 전용이 시작되고, 더불어서 우리말에 남아있는 일본어의 잔재를 몰아내자는 운동도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우리말에 스며들어가 있던 일본어, 일본식 표현이 상당히 많이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앞서 나열한 단어들이 무슨뜻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테고, '혹성'이란 말을 무심코 쓰면 바로 '혹성 아니고 행성!'이라는 태클이 들어오죠ㅎㅎ

우리말 뿐 아니라, 일본식 영어도 정화대상이 되었습니다. 영어인줄 알고 무심히 쓰던 것들이 사실은 영어 쓰는 나라에서는 안쓰고 일본에서 만들어지거나 조합된 것들이 꽤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안하고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하죠.

그런 일본식 영어조어중에서 완전히 우리말에 녹아들어가서 사람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토바이요.
그냥 말로하면 감이 잘 안올지 몰라도 영어로 써보면 얼마나 어색한 표현인지 바로 보입니다.
autobi
auto야 그렇다 쳐도 뜬금없이 bi 두글자만 있는게 이상하잖아요.
아마도 오토매틱 바이크의 준말이겠죠.


두 단어에서 앞의 두글자씩만 떼어 붙이는 거, 전형적인 일본식 말줄임법입니다.
플레이 스테이션->프레스테.

코스튬 플레이->코스프레.

사이킥 커뮤니케이션->사이코뮤... 등등

영어로 오토바이는 모터사이클. 일상적으로는 바이크라고 하죠. 바이크는 바이시클을 줄인거고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둘 다 바이크라고 하니까 그때그때 알아서 해석해야하죠.
그러니까 바이시클을 줄인 말을 영어에선 바이크라고 하는데, 일본에선 그걸 바이라고 줄인 거죠. 아님 줄임말인 바이크를 또 줄여서 바이라고 했거나...(경찰이 타는 바이크는 시로(白)바이라고 하더군요.)

일본에서도 100여년쯤 전 모터사이클이 처음 수입되었을 때는 모타사이쿠루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다 오토바이라는 이름의 잡지가 나온 뒤부터 사람들이 모타사이쿠루 대신 오토바이란 말을 쓰게되었다라는 썰이 있네요.


뭐 어쨌든... 이 오토바이란 말은 이제 완전히 우리말에 정착한 것 같네요. 이게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언제든 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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