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15:24
친구가 을지로에서 만나자고 해서 을지로 술집이라는 핫한 맛집에 가서 술을 좀 마셨어요. 회도 맛있고 다른 안주들도 괜찮더군요.
저녁 무렵에 줄이 늘어서는 그런 집들이 요즘에는 그리 많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을지로 술집도 그렇고. . 2차를 찾아 밖으로 나오니 예전에 인쇄골목이던 곳들이 형형색색 찬란한 놀이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줄들도 길고.
고깃집, 술집, 바에 클럽. 인상적인 건 세 집 중에 하나 정도는 여기가 힙지로인지 신주쿠나 하라주쿠인지 헷갈릴 정도로 왜색이 짙은 가게들이었어요. 물론 그런 곳들에도 대기줄이 꽤나 길었습니다.
몇 년 전에 안가요 안사요 했던 노재팬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여행지가 일본인 이유는 아마도 가까운 거리와 엔저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다분히 친 일본적이고 간이고 쓸개고 바다고 섬이고 다 퍼다 줄 거 같은 지금의 외교 정책이라던가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과 어떻게든 잘 지내고 싶다는 조선 총독 포지션의 한국 대통령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정치라는 건 정말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 일본의 수탈과 침략을 받는 시대가 아닌 지라 멀쩡히 장사 잘하는 이자카야나 일본풍 술집에는 별로 유감이 없습니다만 이래도 괜찮나? 싶은 마음은 미묘하게 불편함을 만들더라구요. 음..
하이볼 때문에 일본의 저렴한 위스키가 하입이 붙는 세상이고 먼나라 이웃나라가 아니라.. 내선일체가 떠오를 정도로 일본이 가까워진 지금.. 대통령이라도 제 정신이면 좋겠지만 저 새끼가 지금의 이 판을 깔고 키운 놈이죠. 무덤에 누운 의사와 열사 분들이 저승에서 편히 잠이나 주무셨으면 싶습니다만.
술마시러 놀러 나갔다가 생각이 이상한 대로 튀었네요. 총선이 내일 모레지만 전 주기로 한 표를 주기로 한 사람과 정당에게 주는 거 외에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해서 시류를 바꾸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시대인 거 같아요. 각자가 신념에 따라 투표하면 그만인 거죠.
다수당이 여당으로 바뀐다면 더 암담할 거 같습니다만.. 그 조차도 국민의 선택, 크게 실망하고 휘청거리지 않기 위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열심히 해보렵니다. 야당이 다수당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가져 온다면 그나마 좀 덜 서운할 그 정도의 포지션으로 말이죠.
2024.03.05 18:12
2024.03.08 00:12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아름다울 거 같습니다.
2024.03.05 19:02
노재팬 시절에도 일본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술집 카페는 이미 충분히 많았습니다!(상수에는 4층짜리 건물이 전부 가타카나로 가득!) 여행도 많이들 갔었고요 오히려 심했기 때문에 노재팬이 더 파급력이 컸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매는 유니클로나 아사히 같은 특정 브랜드 쪽에 집중된 측면이 있고요 어쨌거나 이미 익숙해졌고 좋아하게 된 일본풍 자체를 버리진 못했던 거 아닐까요ㅎㅎ 반대로 요즘 일본 번화가에 가면 한글 가득한 한국식 레트로풍 가게가 인기라고 하니 그냥 젊은 친구들 취향이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요즘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분위기와 체험을 위한 놀이공원 같은 곳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을지로-충무로 라인이 요즘 젊은이들 놀러오는 거리가 되다보니 유독 더 그런 점은 있긴 해요 저는 물론 노포 흉내내는 놀이공원 식당 사이사이에 껴 있는 찐 노포들을 찾아다니는 쪽입니다만
2024.03.08 00:12
노재팬 시절에 제가 빨빨거리고 안 다녔나 봐요. ㅎ
저도 찐노포 사랑하는 세대입니다. 당연하죠. ㅎ
2024.03.05 21:07
세대가 바뀔수록 과거의 원한은 점점 희석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2024.03.08 00:14
과거의 모든 원한을 잊고 살아가는 행복한 세대가 도래하길 바라지만.. 저희 세대까지는 깔끔한 청산이 먼저라고 생각하죠. 그 걸 자꾸 뒤집으려는 인간들 땜에 불편한 마음이 그득한 거구요. 일제 시대에도 조선 순사가 제일 미웠던 것처럼.
2024.03.07 10:38
정치인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는 1020의 문화소비가 일본식 주점으로 뻗쳐나간 경우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요즘 일본식 이자카야 정말 많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미 유행이 자리잡아서 요즘은 좀 식상하게 느껴지고, 최근 들어서는 홍콩이나 대만식 중화요리 식당이나 주점들이 유행을 타고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용산총독부를 물리쳐야하는 마음은 많은 이들이 공유할 거라고 믿습니다...
2024.03.08 00:15
저는 최근에 새로 개업하는 식당들이 죄다 일본풍인지라.. 신기했는데 말이죠. 용용선생 같은 홍콩식 이자카야도 두어번 가봤습니다. 음. 제 입맛은 아니더군요. ㅎ
용산총독부의 조선 총독 행세하는 인간은.. 명박이보다 혐오스러워요.
2024.03.07 11:24
뭐 생각해보면 본격 미국풍 식당!!! 이라면서 한글 하나도 없이 장사 하는 가게들도 많으니까 일식당들이 그런 본격 일본풍 컨셉을 잡는 것도 특별히 이상하거나 비난할 건 없긴 하죠. 그런 것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세대 차이인 듯 싶기도 하구요.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들 대비 일본을 좀 만만하고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그런 일본풍을 즐기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요. 전 어쩔 수 없이 제 세대에 속하는 인간이라 쵸큼... ㅋㅋㅋㅋ
2024.03.08 00:16
비난 할 건 없죠. 일본 애들이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궁리해서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건데요. 일본을 만만하게 보던.. 몇년 전이 그리워서 투덜 투덜 푸념을 좀 해봤습니다. 어느새 시대를 이렇게 뒤로 돌리는지. 정말.. 역적중에 역적이라니까요.
와 제가 기억하는 을지로가 아닌가보군요 ㅎㅎ 힙지로라니 칼리토님 "엠제트"같으세요. ㅋㅋ
총선은 저도 그냥 주기로한 곳에 표를 주고 사필귀정을 기도하렵니다. 모든 것이 결국 제자리로 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