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무부남들

2024.02.12 12:26

Sonny 조회 수:640

고향에 갈 때마다 중학교 동창들을 만납니다. 이제 명절 의례처럼 되어서 이미 알고 있는 안부도 다시 보고하고 이런 저런 생각거리들도 곱씹죠. 한 때는 너무 추억팔이만 하는 것 같아 좀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만날 때마다 이야기가 갱신되곤 합니다.

올 초에 친구 한 명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직장 생활에 진력을 내고 있어서 바로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돌보는데 애를 쓰고 있죠. 그 친구는 당분간 명절 때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도 염치없게 부를 순 없을테고요.

유부남의 세계로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이 저 포함해서 셋인데, 이제 한 명이 곧 유부남이 될 예정입니다. 좀 웃긴 게 이미 둘이 같이 살고는 있는데 그걸 신부측 부모님에게 말도 안했어요. 예랑이(...)가 아직 신부 부모님에게 인사도 안드렸고 상견례도 안했습니다. 얼떨결에 비밀동거를 하는 셈인데, 순서가 어긋나긴 했지만 일단 인사 드리고 부부 신고 결재를 부모님에게 받은 다음 올 말에 결혼식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딱히 딩크도 아니니 유부남의 세계로 확실히 진입하겠죠.

좀 아쉽긴 합니다. 일년에 몇번 못봐도 저희끼리 노는 게 또 그 맛이 있었거든요. 허접한 실력으로 철권도 하고... 결혼을 한다는 건 앞으로 모든 일정을 일단 베스트프렌드와 함께 한다는 선언 같은 것이라 한편으로는 또 고별의식이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해보면 또 모든 인간관계가 결국 부부관계가 이뤄지기 전의 부수적이고 단절이 유예된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쓰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현대인들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플라톤의 향연에 나왔던 암수일체의 완전한 인간으로 회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ㅋ 가장 근원적인 사회성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또 결혼을 선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별 인기도 없는 인간이 부자유해지기 전에 부지런히 만나서 놀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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