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3 11:44
회사에서 상사가 저한테 카톡으로 물어봤습니다. 저 작은 사이다가 혹시 제거 맞냐고요. 드시고 싶으면 드시라고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자기도 그럴 의도였다면서 바로 꺼내 마시고 맛있다고 감사카톡을 보냈습니다. 나중에 사다준다길래 손사래를 쳤습니다. 저한테 그렇게 맛있는 음료수도 아니었고, 어쩌다가 베풀게 된 호의를 딱딱 손익 맞춰서 계산하는 게 좀 그랬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사이다를 줬던 고마운 사람으로 남는 게 훨씬 더 좋습니다. 그 분은 평소에도 저 포함해 다른 사람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이라 이런 식으로 작은 보답이라도 하게 된 게 괜히 상쾌해지더군요.
한살씩 더 먹고 자기부양이 가능해지면 그 떄부턴 남에게 뭔가를 얻어먹을 일이 점점 사라집니다. 그게 다 조그만 채무로 계산이 되죠. 인생사 기브앤테이크의 교훈은 남에게 감사하고 살라는 것보다, 남에게 빚지지 말라는 자유에 대한 격언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그 상사한테 사이다 한병 주는 게 좀 기억에 남았습니다. 간만에 그런 채무에서 좀 해방된 느낌이었달까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부앤테이크의 채무들이 있는지요. 축의금, 조의금, 생일카톡 선물... 염치없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는 그런 압박에서 간만에 벗어났다고 할까요. 그 사이다와 무관하게 상사는 저에게 또 많은 배려를 할 것이고 저도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엔빵, 뿐빠이, 카톡결제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남들한테 알게 모르게 얻어먹고 살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서로 보시하면서 살아야 또 덕이 쌓이고... 그런데 이미 이렇게 장황한 글을 써버렸으니 그걸로 그 쪼끄만 덕이 다 휘발되어버렸다는 걱정이... -_-
2024.02.03 20:35
2024.02.03 23:38
맞아요. 남에게 뭔가 주면 괜히 기분 좋죠.
술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위스키 주면 엄청 좋아하시겠네요1!
2024.02.03 21:11
제 하사(제 일을 도와주는 분)에게 뭔가 일을 시키려고, 먼가 마음에 저에 대한 부채를 갖게해서 제가 지시하는 일을 기꺼이 하게 만들려고 커피같은 것을 사다준것 있는데 그분은 바로 다음날 같은 음료수를 저에게 사줬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하고싶은..이라기보다는 하려는 일과 하기싫은 일이 분명하더군요.
지금까지 그가 하기싫어해서 제가 혼자 해놓은 일들은 다 성공이었지만..
암튼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2024.02.03 23:39
앗... 그 분은 정확히 기브 앤 테이크로 완곡한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셨군요 ㅎㅎ
2024.02.04 21:45
그런셈이죠 ㅎㅎ
2024.02.04 01:49
지난 4년간은 제가 잠시 뭐뭐 부장이란 직함을 달고 살아서 소속 부서원들에게 이것저것 쏘다가 배민 3세(...)라는 별명도 생기고 그랬습니다. 덕택에 40여년간 몰랐던 제 성향 하나를 알았네요. 사람들 뭐 사먹이는 걸 좋아하나봐요. ㅋㅋ 하지만 올해부턴 직책도 바뀌었고 은행 대출도 새로 시작하니 이 취미(?)는 여기까지인 걸로.
2024.02.04 07:30
배민 3세라니 ㅋㅋㅋㅋㅋ 모시고 싶어지는군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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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읽었어요.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주위의 지인들에게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이어요. 추석에는 '폴바셋 앵글머그'를, 연말에는 '스타벅스 플래너', '메가박스
예매권' 등등 많아요. 술을 끊어서 위스키가 꽤 있는데 좋아할만한, 그리고 고마와할 분들 드리려고요. 지난 번에 선물했는데 의류 수선 사장님께서는 오늘 '엄지척' 하시네요 :)
저는 드물게 나누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인데요. 다른 댓가를 바라거나 상대는 저한테 왜 안해주나 이런 생각만 안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