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5 20:20
작년 말쯤에 여기서 thoma님이 추천해주셨던 일드입니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해당글에 잘 써주셔서 링크를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keyword=%EB%B8%8C%EB%9F%AC%EC%89%AC&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14272011
흔하디 흔한 타임리프, 환생 소재를 영리하게 잘 혼합하면서 일본 특유의 힐링스타일로 아주 잘 그려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시청자를 언제 웃기고 언제 감동을 줘야할지 그 타이밍과 밸런스 조절이 정말 좋아서 무리수로 웃긴다거나 억지 신파를 쮜어낸다는 느낌이 없어요. 그냥 시종일관 적당히 흐뭇하게 웃으면서 마지막까지 깔끔한 뒷맛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자연스레 가슴이 따뜻해지고 이 드라마 보는 시간 동안이라도 힐링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한숨이 더 많이 나오고 날씨도 추운 요즘 자극적인 컨텐츠들이 별로 끌리시지 않는다면 한 번 달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본 영상물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 같은 것도 거의 없기 때문에 저처럼 그런 류에 항마력이 약한 사람도 무리없이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웨이브에 올라와있고 티빙에도 있는 것 같네요?
거의 요즘 일본 탑 여배우라고 할 수 있는 안도 사쿠라가 정말 믿음직하게 주인공으로서 잘 캐리해주고 있고 조연진이나 간혹 등장하는 깜짝 카메오들도 이름까진 확실히 몰라도 낯익은 얼굴들이 많더군요. 연출도 안정적이고 출연진들 연기도 탄탄하지만 각본이 정말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레딧을 보니 놀랍게도 바카리즈무라는 남자 개그맨이 전회 각본을 썼더군요. 이게 주인공 포함해서 주변 친구들이 거의 여성 캐릭터들로 구성된 작품인데 제가 일본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 확실히는 알 수 없겠지만 정말 그럴듯하게 일본의 여자 친구들끼리 나눌 것 같은 대화와 일상생활의 디테일을 잘 살려놨거든요. 이 사람에 대해 더 검색을 해보니 아예 일본 OL들의 평범한 회사생활을 그린 '가공 OL일기'라는 드라마의 각본을 쓴 적도 있고 원래 이런 쪽으로 유명하다네요. 많이 신기했습니다.
저도 어디선가 들어본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일본 히트곡, 유행했던 드라마들이 많이 언급됩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현지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더 와닿는 추억이었겠죠. 주인공 친구들이 드라마 클럽이라는 걸 결성해서 당시 유행하는 드라마 분석하고 이러는 부분들도 나오는데 역시 일본은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영향력이 강하다는 걸 또 새삼 느꼈네요.
- 사실 이런 판타지적인 장르에서 너무 따지고 들어가면 지는 거지만 사소한 태클을 걸자면 이 작품의 환생 설정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회차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야할텐데 중반까지는 그냥 주인공 혼자만 그러는 것처럼 다루다가 거의 막판에 와서야 이 가능성을 아주 살짝 건드립니다. 이걸 너무 깊게 파면 너무 복잡해지니까 그런 거겠지만 신경은 쓰이더군요.
- 한 3회차 정도부터는 너무 지루하고 짜증이 많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본인이 원하는 시점까지 스킵할 수도 없고 이전 생애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아기때부터 그냥 그대로 다시 시작해야하는 거라 ㅋ
- 그래도 만약 제가 이 세계관에서 살게되서 주인공처럼 죽은 후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인간으로 환생이 가능해도 내세를 선택하지 않고 그냥 원래 인생 다회차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전혀 금수저 같은 것도 아니고 딱히 순탄한 인생을 사는 느낌도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다든지 내전 같은 것이 일어나서 난민이 되야하는 나라에서 태어난다든지 아니면 아동학대를 일삼는 쓰레기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최악의 경우의 수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요. 타고난 특별한 재능은 없어도 주인공처럼 후천적 노력으로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사는 건 가능할 것도 같고
2024.01.15 21:44
2024.01.15 22:48
처음에는 단순히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서였는데 후반에 좀 더 극적인 목표가 생기면서 반복적인 느낌이 안생기고 더욱 감정 몰입이 잘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다시 인간 되려고 하고 다른 동물들도 원래 자기 종으로 살아가는 걸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그런 비스무리한 대사를 넣었나봐요. 저도 유치원 시절 주인공 꼬마 연기 너무 귀여웠어요.
2024.01.16 00:20
저도 thoma님 글 보고 찜은 해놓았는데요. 워낙 짧게, 금방 볼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보다 보니... ㅋㅋㅋ
근데 다들 이렇게 칭찬하시고 뭣보다 일본 드라마의 고질병(?)이 거의 안 느껴지면서 재밌다고 하시니 언젠가 보긴 봐야겠지요. 하하.
글 잘 읽었습니다!
2024.01.16 10:00
엄청 건전하고 착한 드라마라서 힘들 수 있음을 미리 경고했습니다~
2024.01.16 12:25
총 10회 편당 45분인데 어지간한 6~8부작 넷플 시리즈보다 더 빨리 봤습니다. 재밌게 홀랑홀랑 넘어가더군요.
일본 드라마의 특징을 다 담고 있지만 설정과 넘 잘 맞아들어가서 부대낌이나 부담스러움을 덜 수 있었습니다. 개미핥기 싫으니, 열심히!! 고등어 반찬 안 되게 힘내!!
하지만 고등어 입장에서는 훌륭하게 살아서 인간이 되라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고등생물인 인간 삶의 고달픔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20년 이상 성장하면서 인생 준비에 분투해야 하고 그 다음에도 경쟁에 던져지고 나이들며 노후 걱정. 일반적인 이런 것만 생각해도 차라리 고등어가...라는 느낌도 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생각했어요. 너만 왜 다회차 인생이냐고 ㅋㅋ. 꼬맹이 연기 넘 귀여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