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씨를 비판한 걸 후회합니다

2023.12.27 16:30

Sonny 조회 수:1271

많은 분들이 정부와 검경 합작의 인민 심판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피의사실을 흘리면 그걸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의 옐로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인터넷 유저로서 이선균씨를 판단하는 발언을 했던 저도 어느 정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듀게에서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선 딱 잘라서 이선균씨에 대한 실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는데요. 막상 이선균씨가 고인이 되니 제가 너무 냉혹한 말을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죗값이 책임을 초과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폭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선균씨의 잘못이 죽을만큼 잘못한 일이냐고 한다면 그건 결단코 아니었습니다. 한 주체의 의도로 누군가를 비난하게끔 짜여진 틀 안에서 그에 대한 실망이나 비판을 표현하는 것이 별로 현명한 일은 아니었다는 후회를 합니다. 그게 설령 저 개인의 솔직한 소회라고 쳐도, 그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이라 더욱 더 그렇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보태고 있던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그를 싫어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거대한 폭력을 외면할 이유가 되는지 좀 성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때로 개인적인 실망과 분노는 그것이 합당하다고 해도 다른 폭력에 공모하는 것이 된다는 걸 실감합니다. 어떤 사안들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결국 당사자는 저같은 일개 네티즌의 말에도 필요이상의 괴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떤 사실은 사실 이상의 전후 맥락이 있고 그걸 만들어가는 것은 저같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솔직함일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들이 정확한 슬픔의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96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9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238
125122 이 정도면 승리한 분위기가 날 법도 한데.. [24] 루아™ 2010.06.03 7252
125121 카페 일회용컵 규제 8월부터 본격 시작, 일회용품, 비닐, 영수증 등 규제에 대한 필요성 [17] 프레데리크 2018.07.13 7250
125120 그런데 진짜 DJUNA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7] Tara 2010.06.03 7250
125119 홍진기(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아버지)라는 인물로 본 혈연카르텔(옆동네에서 퍼왔어요) [5] 코기토 2011.02.17 7249
125118 레고 섹스도 있군요 [10] 가끔영화 2013.06.17 7248
125117 광수 사장의 무식 [32] 감자쥬스 2012.08.01 7245
125116 지금 진행 중인 윤창중 쇼...는 끝났고 기자회견 전문 추가 [38] 로이배티 2013.05.11 7243
125115 어떤 영화평론가의 "다운로드도 되요. 비밀!" [33] nixon 2013.05.02 7243
125114 3.4개 국어를 하는 것은 로맨틱한가. [79] 점례 2012.09.22 7243
125113 핵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인 것 같군요. 일단 트위터에서도 무지하게 알티됐던 뷰스앤뉴스의 내용이 누군가의 훼이크란 이야기도 도는데요. [11] nishi 2011.03.16 7243
125112 텀블러를 가방에 넣는게 참 위험하네요 [19] 나나당당 2013.11.06 7240
125111 나탈리 포트만 디올 [14] magnolia 2012.10.11 7240
125110 벚꽃엔딩... 노래가 너무 심하게 촌스럽네요. [20] 오늘은 익명 2013.04.01 7240
125109 박시후 공식입장 나왔네요. [8] maijer 2013.02.19 7239
125108 삶은 달걀을 조심하세요 [34] 침흘리는글루건 2011.11.30 7239
125107 fermata 님은 다시 사과하길 바랍니다. [1] 조국 2011.09.14 7239
125106 입원 권유 [39] 에아렌딜 2014.05.27 7238
125105 라섹 1년 6개월차인데 아직 빛번짐이.. [8] 가라 2012.09.11 7238
125104 [기사펌]우결 이준 심경고백글 논란 [23] 시민1 2013.01.23 7238
125103 박시후 후배와 고소인의 카톡 전문. [7] 자본주의의돼지 2013.03.08 72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