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22:23
잭 런던의 소설을 몇 편 읽고 나니 영화로 보았던 [마틴 에덴]의 원작이 궁금해져서 샀습니다.
책 표지는 질감 있는 하드커버로 되어 있고 정성들여 만든 책 같습니다.......만 저는 영화 장면이 책 표지 전면에 들어가 있는 것을 싫어하여 사실 사기 전부터 이것이 좀 부담스러웠어요. 책을 받아서 사진 부분을 확인해 보니 떼어내면 될 거 같아 살살 떼어냈더니 깨끗하게 분리가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 엄청 밀착돼 있으면 사진 일부분이 남아서 지저분해질 수도 있을 텐데 사진은 잘 분리될 정도로 붙어 있었어요. 출판사 아님 인쇄소 직원분들이 아마도 수작업으로 붙였지 않을까 싶은데 수고에 죄송하지만 그냥 뗐습니다. 이제 글자들만 남은 깔끔한 민자 표지가 되었고, 좋습니다. 영화 사진 그대로 가져와서 책 표지에 안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엘리아스 카네티의 자서전 [자유를 찾은 혀]를 함께 들였어요. [군중과 권력]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저는 이 자서전으로 작가를 처음 접해 보려고 합니다. 자서전은 작고 후에 나온 4부까지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고 1부인 이 책이 나왔으니 나머지도 출간될런지 모르겠네요. 카네티는 어린 시절 유럽 여기저기에서 성장했는데 대학 입학 이전 스위스 취리히에서의 생활까지를 다루는 것 같습니다. 자서전이지만 시대상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책의 뒷표지에 보면 '내 삶의 이야기 속에 나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라는 작가의 말이 적혀 있거든요.
책의 외형은 완전 정석적입니다. 앞뒤 표지 디자인도 단순 깔끔하고 사이즈도 가장 흔한 크기이고 내부는 페이지 여백 별로 없이 글자로 채우고 있습니다. 하드커버 아닌데 튼튼해 보이네요. 이런 책이 좋습니다.
이 책은 문학과 지성사의 세계문학시리즈인 대산세계문학총서 중 가장 최근작입니다. 이 시리즈에는 기존 세계문학시리즈에서 보기 힘든 책들이 많아요. 국가도 다양하고 작가도 다른 데서 보기 힘든 낯선 작가들이 많고요. 책 뒤에 기획의 말을 읽어 보니 참 옛날 생각나는 문체라는 느낌입니다.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선정에 있어 지금까지의 관행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러므로 앞으로는 어떤 책들이 나와야 하는가 등등을 밝히고 있는데요,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고 미래지향적 문제의식인데 어쩐 일인지 그 전달하는 언어는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전에 문예지 등을 통해 읽던 선언식의 평론가들 문장 말이죠. 이 시리즈 첫 권을 보니 2001년 시작된 것 같은데 그 때 어느 외국문학전공 교수 님이 쓰셨나 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안해도 좋게 말하면 예스럽고 안 좋게 말하면... 생략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시면 나중에라도 기억나시면 확인해 보시길. 제가 괜히 고깝게 본 걸 수도 있으니까요. 취지는 아주 좋습니다.
이번 주에 이 책을 읽을 계획입니다.
2023.11.20 23:06
2023.11.20 23:26
맞아요 시대의 변화. 제가 요즘은 저런 글을 안 읽다 읽어서인지 뭔가 자기들만의 세계의 언어를 구사하는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생각해 보니 그간 글쓰기의 경향 같은 것도 참으로 많이 변한 거 같네요. 가볍게 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저런 건 아니야, 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비장함과 무거움이 앞서서 오히려 의도를 깎아먹는 듯하기도 하고요.
'저와 연대할 파티원 모집합니다' 이런 표현이 있군요.ㅎㅎ
2023.11.21 15:46
저도 책의 표지에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떡하니 있는 건 좀 별로입니다. 영화의 부속상품으로 책이 전락해버린 느낌을 준달까요. 표지 이미지 제거는 잘 하신 거 같아요 ㅎ
제목이 자유를 찾은 혀라니, 굉장히 호기심이 동하는군요...
2023.11.21 18:10
그렇죠? 까다롭다 여길 수도 있는데 공감하셔서 반갑네요. 말씀하신 이거 영화로도 만들어졌거든요,하고 노골적으로 의지하려는 게 보이는 것도 같고...
저는 특히 책 속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독자의 상상을 제한하는 점이 안 좋은 거 같습니다.
경험상 대부분 디자인도 별로였고요.
'예전에 문예지 등을 통해 읽던 선언식의 평론가들 문장' 이라고 하시니 안 읽어도 뭔가 머리에 확! 하고 들어오는 이미지가 있어요. 왠지 크게 틀리지 않을 듯 하구요. ㅋㅋ 그게 뭔가 그 시절엔 문화 쪽 일 하는 분들도 엄청난 사명감과 투쟁심을 갖고 '저와 연대할 파티원 모집합니다' 라는 느낌으로 글을 쓰는 분위기 같은 게 있었죠. 그리고 그 시절엔 그런 게 잘 먹혔고 아마 저한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역시나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부담스럽습니다. ㅋㅋㅋ 이것도 시대의 변화 같은 부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