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9 22:17
- 199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50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다 까발리며 적습니다.
(지금 보니 포스터가 좀 많이 별로네요. 특히 제목과 배우 이름들의 저 폰트가...)
- 두 주인공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 정석적인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먼저 로버트 드 니로의 '닐'이 이끄는 팀이 현금 수송 차량을 털죠. 착착착착 손발이 맞아 떨어지고 불필요한 살상도 잘 피하고 정말 깔끔 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아름다운 범죄 현장입니다만. 일회용 추가 멤버로 영입한 녀석이 피에 굶주린 찌질이였다는 게 문제. 결국 의도치 않게 경찰 여럿을 사살해 버린 후 빡친 드 니로가 그 멤버를 죽여 버리려 하지만 그 놈에게 절호의 행운이 따라서 도망쳐 버립니다.
그리고 가정 꼴이 별로 아름답지 않아 골치 아파 보이는 형사님, 알 파치노의 '한나'가 등장합니다. 근데 사실 가정 일로 큰 골치는 앓지 않는 것 같아요. 나쁜 놈들 때려 잡느라 바빠서 집안에 별로 신경을 안 쓰거든요. 그렇게 신경을 안 쓰니 데미지도 안 박히고. 암튼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 한나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부하들에게 각자 역할에 맡는 적절한 지시를 내리면서 순식간에 일을 마무리하고 폼나게 떠나요. '일 잘 하는 놈들이군!'이라는 비평도 한 마디 남겨주고요.
이렇게 두 캐릭터의 기본 세팅을 보여준 후론 뭐 그냥 계속해서 정석대로의 전개죠. 닐과 패거리들은 '마지막 정말 크게 한 건'을 준비하고. 한나는 그런 그들을 막으려고 하고. 그래서 몇 번을 부딪히면서 한 번은 얘가 판정승, 또 한 번은 얘가 판정승. 이렇게 흐르면서 마지막 대결을 향해 갑니다.
(전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전에 대충 포스터와 설정만 읽고선 당연히 이 고독한 범죄 고수와)
(이 고독한 형사가 만나 교감을 나누는 '첩혈쌍웅'의 헐리웃판 같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갔습니다... ㅋㅋㅋ)
- 이거슨 기억 상실도 아닌데... 일단 제가 이 영화를 개봉 직후에 극장에서 봤습니다. 그러고나서 '각 잡고 제대로' 다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 중간에는 케이블이든 뭐든 티비에서 틀어줄 때 조금 보고. 또 넷플릭스에 있는 거 잠깐 틀어보거나... 그런 정도였을 텐데요. 이제사 생각이 난 거지만 제가 극장에서 본 것은 당시 땃땃한 화제였던 30분 삭제 버전이란 말입니다. 심의 문제도 아니고 단지 상영 횟수를 늘리기 위한 대량 삭제여서 작살나게 욕을 먹었지만 아마 그냥 끝까지 버텼던 걸로 기억해요. 그러고나서 이후에 볼 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괴상한 것은, 이번에 다시 보는데 처음 본다 싶은 장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ㅅ= 왜일까요. 그냥 셀프 기억 조작 같은 거였을까요. ㅋㅋ
검색을 해 보니 95년 당시에 수입사가 여론 포화를 맞고 '풀버전을 틀겠다'고 말만 해놓고 극소수의 극장에서만 한 두 번 틀어주고 말았다던데. 제가 본 극장이 그 운 좋은 상영관의 축복 받은 회차 상영이었을 리도 없으니 그냥 제 뇌가 쓸 데 없이 열일을 한 걸로 생각하고 넘어가야겠네요.
(다시 보면서 넘나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범죄 패밀리의 모습에 깜짝 놀랐죠. 제가 드 니로였으면 저놈은 그냥 진작에...)
- 암튼 '제대로' 본 것은 거의 30년만인데. 확실히 예전과 느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시절에 처음 봤을 땐 영화가 굉장히 삭막하다고 느꼈거든요. 알 파치노도 로버트 드 니로도 아주 건조하고 삭막한 사람들이고 그런 삭막한 프로들이 각자 자기 일 열심히 하다가 마지막에도 삭막하게 어찌저찌 되는 이야기... 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이번에 다시 보니 삭막은 개뿔. 영화에 감정이 철철 넘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그 후로 거의 30년 동안 제가 이보다 훨씬 삭막, 절제된 분위기의 범죄물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겠죠.
근데... 아무리 그래도 '예전에는 왜 그렇게 느꼈던 거지?' 라는 생각을 보는 내내 할 정도로 좀 당황스러웠어요. ㅋㅋㅋ 두 주인공 모두 각자의 애인 내지는 와이프를 격하게 사랑하고. 동료들을 격하게 아끼고. 심지어 복수를 위해 다 끝난 탈출과 행복한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면서 불구덩이에 뛰어들잖아요. 그 시절의 저는 대체 이것의 어디에서 그렇게 '차가운 도시 남자'를 느꼈던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ㅋㅋ
(배우들을 몽땅 전문가에게 맡겨서 빡세게 장전, 견착, 조준, 격발 훈련을 시켰다는 우리 밀덕 아저씨... ㅠㅜ)
- 그래도 '프로페셔널' 분위기는 역시 잘 잡습니다. 한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유능한 경찰이면서 감도 좋고 전투력도 좋구요. 닐은 리더로서 계획을 잘 짜고 치고 빠질 때를 잘 판단하죠. 위기 상황마다 냉철하게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요.
그리고 둘 다 돈이나 다른 욕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의 일'에 중독되어 오직 일의 성공에서만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일 중독자의 모습을 아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가족을 포기한 한나와 애인과 안전을 포기한 닐이 마지막에 벌이는 1:1 대결은 그 선택에 전혀 이입이 안 되는 만큼 강렬하고 폼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옛날에 '냉정 삭막하다'고 느꼈던 건 마지막의 이 전개 때문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보통의 헐리웃 오락물들 주인공들은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 아니겠습니까. ㅋㅋ
(대체로 여성 캐릭터들은 좀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이야기입니다만. 뭐 감독님 관심사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부분 같구요.)
(그래도 애슐리 주드는 예쁘고)
(5분도 안 나오는 나탈리 포트만도 귀엽습니다. ㅋㅋ)
- 역시 멜빌 이야기는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인데요. 이번에 본 감상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제 느낌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왼쪽 끝에 멜빌을 세워 놓고 오른쪽 끝에 오우삼을 세워 놓은 후에 그 사이에서 마이클 만의 자리를 잡는다면... 오래된 소감만 갖고 있을 땐 그럭저럭 멜빌 쪽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고 나니 아닌 것 같아요. 격하게 오우삼 쪽입니다. ㅋㅋㅋㅋ
뭣보다 이 영화에 우글거리는 '쏴나이!!'들에 대한 감독의 강력한 애정이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멜빌의 남자들도 멋지게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멜빌은 분명히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그 남자들을 다루고, 또 마지막엔 주저 없이 개죽음을 선사했던 것인데요. 이 영화는 걍 감독님이 이들에게 막막 몰입한 게 계속 느껴져요. 발 킬머 캐릭터의 마지막은 어쩜 그리도 낭만적인 것이며, 또 마지막 대결 후 둘이 손을 마주 잡으며 짧게 나누는 대화는 거의 '첩혈쌍웅'급의 갬성이 팡팡 터지는 느낌이었어요.
(비슷하게 차가운 도시의 프로페셔널 범죄자들!!! 이긴 한데 감독님 감정 이입 너무 하심... ㅋㅋㅋㅋ 그래서 더욱 '그냥 재밌는 오락 영화'란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 그리고 다시 보니 좀 헐랭한 면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우리 형사님이 '촉새'에 대한 정보를 얻는 부분은 너무 쉬워서 그 전에 탐문 과정을 한 10분 정돈 생략했나 보다... 라고 자체 보정을 하며 받아들였구요. 마지막에 복수를 마친 닐이 호텔에서 빠져 나오는 장면도 그래요. '그냥 잘 빠져 나왔겠지'라는 식으로 그냥 스윽... ㅋㅋ 닐처럼 성격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꼼꼼한 남자가 바에서 만난 낯선 여자에게 그렇게 순식간에 대책 없이 빠져드는 것도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했고.
가장 중요한 건... 이게 그래도 명색이 하이스트물의 형식인데. 제대로 공들여 설계된 하이스트 장면이 안 나옵니다. ㅋㅋ 도입부의 수송차 강탈씬이 그나마 가장 디테일이 있는데 그게 그냥 신호에 걸린 수송차를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들이 받고 문 뜯고 훔친다. 이게 다에요. 어떻게 정확하게 그 준비된 위치에 정차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 설명도 없구요. 그 다음은 하다 말고 중도 퇴각하는 보석 털이 시도라서 역시 볼 게 없구요. 이야기상 하일라이트가 되어야 할 은행 강도는... 기억 하십니까? 그냥 대낮에 정문으로 총 들고 들어가서 동시에 복면 쓰고 경비 제압한 후 돈을 들고 튄다. 로 끝입니다. ㅋㅋㅋㅋ 너무 간단하잖아요!!!
(하지만 어쨌든 그 후의 총질은 멋졌죠.)
- 하지만 이런 부분을 충분히 커버해주고도 남을 부분이 뭐...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총질 액션씬입니다.
사실 두 시간 오십분이나 되는 액션/하이스트물... 치고는 액션씬이 별로 안 나와요. 도입부의 수송차 강탈 장면에서 한 번. 그 다음엔 실패하는 돈 거래씬에서 짧게 한 번. 그 다음이 바로 은행 강도씬이죠. 마지막에 주인공 둘이 펼치는 1:1 대결은 거의 숨바꼭질 위주로 심플하게 펼쳐지구요. 결국 그 전설의 은행 강도 (후 도주)씬 한 번으로 영화의 전설이 완성된 셈입니다. 그리고 20여년만에 제대로 다시 본 그 장면은... 그냥 '그럴만 했다'라고만 해두겠습니다. 이후에 워낙 많은 비평가, 밀덕님들, 영화 팬들에 의해 수억번씩 언급되고 인용되고 분석되고 찬양 받은 부분에 대해 제가 뭘 더 덧붙이겠습니까. ㅋㅋㅋ 정말 다시 봐도 너무나 훌륭해서 직전 은행 강도 장면의 그 허술함 따윈 금방 까맣게 잊게 되더라구요.
(불꽃 남자 알 파치노!!!)
- 그리고 사실 그 전설의 총기 액션씬만큼이나 이 영화를 받쳐주고 꾸며주고 완성해 주는 건 리즈 시절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의 연기입니다.
이 또한 너무 뻔한 얘기라 뭐라뭐라 적는 것 자체가 좀 민망합니다만. ㅋㅋ 그냥 둘 다 너무 잘 해요. 그러니까 드 니로가 저지르고, 파치노는 뒤를 쫓죠. 드 니로는 거의 차분, 냉정하고 파치노는 거의 런닝타임 내내 불을 뿜어대거나 잠시 후 뿜어대기 위해 모으고 있습니다. 드 니로라고 해서 버럭버럭 지르는 걸 못하는 배우도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집니다만. 그래도 이 두 배우는 모두 각자의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리면서 또 그걸 잘 해 줍니다.
사실 이 캐릭터들 모두... 얄팍까진 아니어도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캐릭터들이거든요. 그걸 이만큼 폼나게 살려준 건 정말 배우들 공이라고 봤습니다. 앞서 말 했지만 가끔씩 영화가 좀 과해질 때가 있어요. 정말 조금만 삐끗하면 '아아 이건 좀!'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들에서도 계속 균형 잡고 '이거슨 리얼하고 차가운 도시 남자들 이야기다!'라는 분위기를 유지해준 건 이 두 양반의 능력이었습니다. 정말 다른 배우들로 이걸 끌고 가는 건 상상할 수가 없군요.
(두 배우가 동시에 화면에 잡히는 게 영화 마지막 장면 밖에 없죠. 이 대화씬도 한 명씩만 보여서 따로 찍었을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얘기가 지금도 웹에 많이 보이던데)
(아닌 걸로. ㅋㅋㅋ)
- 결론적으로요.
그냥 폼나고 재밌는 액션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다만 그 폼이라는 게 흔한 폼나는 영화(?)들 대비 몇 배로 정말 아주 강렼하다는 거.
예전의 기억보다 말랑말랑하고 전형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들이었다는 데 좀 당황하긴 했지만, 멋지게 찍어낸 LA의 풍경과 멋지게 찍어낸 액션씬들, 그리고 최고의 배우들 덕에 비웃을 틈 없이 그냥 아주 폼나게 완성된 '쏴나이 간지' 덕분에 내내 아주 즐겁게 봤구요. 2시간 50분이라는 시간이 그냥 슝슝 흘러가더군요. 바로 전날에 본 2시간 45분짜리 영화랑 체감 시간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걸 깨닫고 혼자 웃었네요. 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잘 봤다구요. 끄읕.
+ 저도 다른 분들처럼 '다크 나이트'를 보는 순간에 이 영화를 떠올렸었죠. 근데 그러고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정말 '다크 나이트'가 얼마나 격하게 이 영화를 흉내냈나... 라는 게 실감이 나서 피식 웃었어요. 뭐 감독 본인이 대놓고 존경을 바치며 오마주한 것이니 뭐라 할 생각은 없고, 그냥 그랬다구요. ㅋㅋ
++ 정말 오랜만에 본 것이다 보니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논란 하나가 또 떠올랐네요. 조상구씨의 번역 말이죠. 드 니로의 마지막 대사를 '내가 먼저 쏠 수 있었어'라고 번역해 놓으셨죠. 근데 정말로 전 극장에서 그 대사를 보고 '아 저 인간 막판에 왜 저리 찌질해지는데??'라며 짜증냈거든요. '내가 절대 감옥으로 돌아가진 않는다고 했지?'라는 원래 대사와 정말 아무 상관 없는 100% 번역가 본인 창작이었던 건데. 이에 비하면 '이젠 가망이 없어' 정도는 차라리 귀엽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사실 20여년 전의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실망했던 건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홍콩 영화랑 다르게 너무 서로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는 느낌 때문이었는데. 그 시절 저는 정말 감성이 팡팡 터지는 젊은이였나 보죠. 지금 보니 감정이 없긴 뭐가 없어 그냥 철철 흐르는구먼!!! 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하하;
2023.09.19 23:31
2023.09.20 14:04
그래서 미쿡 경찰님들 직무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지요. 툭하면 터지는 과잉 진압 논란도 그런 면에서 보면 측은한 점이 있기도 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요.
2023.09.20 00:31
이젠 모든 장면과 대사를 거의 외울 정도인데도 쿨타임 찼을 때 한 번 봐주면 또 세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마이클 만 영감님도 한창 물올랐을 때고 파치노 & 드니로도 너무 나이들기 전 아직 중년간지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시절 드디어 성사된 제대로 된 협연이었던 만큼(대부 2는 서로 만날 일이 없었으니..) 똑같은 멤버로 다시 모여도 이 폼은 안나오겠다 싶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시너지였던 것 같아요.
헐랭한 부분에 저도 하나 보태자면 그렇게 철두철미한 성격에 오래 같이한 멤버들과의 팀웍을 중요시하는 닐이 도대체 왜 오프닝에 벌이는 그런 중요한 작업에 신규멤버를 굳이 영입하는 리스크를 무릎쓰냐는 거겠죠. 그냥 원래 멤버들끼리 했어도 식은 죽먹기 같아 보이던데? 물론 그런 실수를 해야 닐 일행이 꼬리를 잡혀서 빈센트에게 추적을 당하고 영화 스토리가 진행이 되니까 그런 거겠지만요 ㅋㅋ 볼 때마다 자꾸 태클을 걸고 싶어요.
저 유명한 카페 대화씬에서 둘이 라이벌 의식이 너무 강해서 같이 찍는 걸 싫어해서 따로 찍었다는 썰은 저도 자주 봤었습니다. 어디 커뮤니티에서 개거품 물어가면서 진짜다, 따로 찍었다, 그만큼 서로 프라이드가 강한 멋있는(왜?) 대배우들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키배뜨는 걸 목격한 적도 있구요 허허허
놀란이 다크나이트에서 이 영화 오마주로 초반에 조커가 은행터는 씬에서 은행 관리자로 이 작품에 나왔던 윌리엄 피츠너를 캐스팅 했었다죠. 추가로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블레이드 러너 느낌을 내려고 했었기에 또 오마주로 룻거 하우어 옹을 캐스팅 했었고
2023.09.20 14:07
두 시간 오십분이 절대 만만한 시간이 아닌데 드라마도 하고, 액션도 하고, 스릴러 비슷한 것도 하고 할 거 다 하면서도 이렇게 시간이 슥슥 흘러가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본문에서 살짝 투덜거린 거랑은 별개로 진짜로 잘 만든 오락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멤버로 다시 모여도'라고 하시니 '아이리쉬맨' 생각이 나면서... 세월............. ㅠㅜ
근데 좀 희한하더라구요. 제가 따로 검색어를 고른 것도 아니고 그냥 'heat 1995'로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두 배우와 감독이 저렇게 마주하고 있는 사진이 여러 장 나옵니다. 그냥 영화 스틸샷 형식으로 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 사진도 여럿 나오고요. 왜 다들 정보 업데이트를 안 하는 겁니까. ㅋㅋㅋ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둘이 그렇게 연기 열정과 자부심이 쩔면 맞부딪혀야지 왜 같이 촬영하길 피한대요. 이상해요. ㅋㅋㅋㅋ
배트맨 비긴즈에서 블레이드 런너 느낌을 내려고 했다는 얘긴 전 처음 들어요. 그랬군요. 근데 왜 안 비슷... (쿨럭;)
2023.09.20 15:10
그렇게 서로 싫어하고 의식하는 사이였다면 애초에 같이 출연을 안할텐데 말이에요. 마지막엔 아예 서로 찐하게 스킨십(?) 하는 장면도 있는데!
비긴즈에서의 고담시를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 되는 도시처럼 그렇게 비슷한 어두운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는 것 같아요.
2023.09.20 08:58
2023.09.20 14:08
전에 무슨 영화였더라... 그 주윤발 이수현 나온 다른 영화를 보면서도 '어라 이거 히트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이러나 저러나 홍콩(식) 느와르가 남긴 건 오우삼과 쌍권총 말고도 많은 게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언급하신 영화들 볼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보고 싶네요!
2023.09.20 09:21
이 영화가 남성미를 강조하는 방식이 좀 흥미롭죠. 저는 이 영화가 얼마전에 재개봉했던 걸 봤는데, 두 남자가 모두 가정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역으로 아버지/남편과 남성이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 것 같았습니다. 진정한 남성은 친구와 가족을 포함한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으며 그 모든 심리적 안정과 관계를 다 도외시할 정도로 고독을 추구했을 때 오히려 진정한 동반자를 만난다는 판타지인데, 우리네 직장생활이 얼마나 삭막하고 별 게 없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냥 답없는 판타지라고 할까요 ㅎㅎ 너무 우파적인 영화라서 좀 좋아하기 힘든 영화인데 그래도 총격씬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정재의 [헌트] 보면서 역으로 이 영화의 영향력을 좀 실감하기도 했구요 ㅎㅎ
2023.09.20 14:17
그냥 한국식으로 구수하게(?) 말 하자면 남자 어른이 밖에서 큰 일 하시는데 집안 소사 같은 데 매달려서야 쓰것냐... 뭐 이런 느낌이었어요. ㅋㅋㅋ 당연히 조강지처가 잘 돌봐야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진짜로 조강지처 덕에 가정이 화목해 버리면 쏴나이 간지가 죽으니까요!!!
이 영화 후로 정말 많이들 영향 받았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쉬리' 잖아요. 이거 보고 몇 년 후에 그 영화 보면서 아... 애썼다. 애는 썼는데... 라는 생각 하던 게 떠오릅니다.
2023.09.20 10:23
2023.09.20 14:19
참 되게 대책 없이 로맨틱한 장면이었죠. ㅋㅋ 말씀대로 애슐리 주드도 그렇고 개인적으론 발 킬머도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가장 좋게 기억에 남아요. 닳디 닳은 느낌으로 흔한 캐릭터들이었는데 둘 다 참 잘 어울리고 소화도 잘 했던 것 같구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샤를리즈 테론의 등장 시기와 애슐리 쥬드 전성기가 끝나던 시기가 대충 맞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쉬운 느낌이네요.
2023.09.20 14:43
애슐리 주드는 와인스틴 놈의 요구를 거절한 댓가로 헐리우드 주류 영화계에서 거의 발을 못붙이게 방해받았죠. 저도 굉장히 좋아했던 배우라서 정말 아쉽습니다
2023.09.20 15:13
애슐리 쥬드는 할리우드에서 톱스타 여배우 중의 하나로 언급되는 정도까진 컸는데 이후로 필모선택이 참 아쉬웠죠. 시시껄렁한 롬콤이나 다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범죄 스릴러물들로 전성기를 완전 낭비한 것 같아요.
위 댓글처럼 미라 소르비노랑 같이 하비 와인스틴이 자기한테 성접대 안했다고 커리어 사보타주한 것도 분명 있었는데 그 전에도 이미 커리어가 주춤해진 상태이긴 했어요.
이것도 이리저리 수십번은 봤겠습니다만, 미국 경찰들 볼때마다 대단합니다. 자동소총 쏘는 애들을 권총 한자루 들고 막아서다니요./ 저는 다양한 변신이라는 점에서 드니로에게 점수를 좀 더 주고 싶습니다. 뭐랄까 드니로는 찌질한 연기가 좋아요 근데 알 파치노는 뭘 해도 멋있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