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8 22:54
- 1972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45분. 스포일러... 거의 신경 안 쓰고 막 적겠습니다만 마지막 결말 장면에 대해서만은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처음 보는 포스터인데 꽤 맘에 들어서 이걸로 올려 봅니다.)
- 미래입니다. 뭐... 암튼 미래구요. ㅋㅋㅋ 인류는 '솔라리스'라는 별을 개척 내지는 탐험하려고 그 바로 위에다가 우주정거장까지 띄워 놓고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곳에서 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진다는 얘기가 들리고. 본부(?)에서는 얘들이 멀리서 고독하게 일하다가 미쳤나... 싶어서 심리학자 한 명을 파견하기로 결정합니다. 그게 우리의 주인공 '크리스'씨 되시겠구요.
그래서 우리 크리스씨가 도착한 그 곳은 당연히 난장판입니다. 아니 그 먼 우주를 날아가 도킹해서 들어가는데 아무도 자기한테 신경도 안 쓰고. 심지어 쳐들어가서 인사를 해도 놀라지도 않아요. 어차피 크리스 외의 사람은 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ㅋㅋㅋ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대략 이해가 되죠. 그러니까 솔라리스에 존재하는 '생각하는 바다'라는 것이 자꾸만 우주정거장의 사람들 기억을 헤집어서 그 기억 속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인물을 실체화해서 들이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침 우리 크리스씨에겐 본인의 무심함으로 등을 떠밀어 결국 자살을 택해 버렸던, 하지만 너무너무 사랑했던 와이프가 있었고...
(당연히 이렇게 뙇! 하고 소환이 되겠죠.)
- 이 영화에 대해선 뭐 대단한 추억까진 없습니다.
그냥 그 시절에 '희생'이 되게 화제의 영화였죠. 세기말 한국 젊은이들의 씨네필 워너비 라이프에 가장 큰 벽이자 장애물 내지는 끝판 왕이었던 그 이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그 위대한 '희생' 말입니다. ㅋㅋㅋ 당시 서울 개봉관 기준으로 10만 관객을 넘겼다던데. 타르코프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을까요. "대체 제 영화를 왜 많이들 보는지 너무 궁금해서 왔습니다." 같은 발언도 해 주고요. 실제로 저 말을 했던 사람이 왕가위였나 레오 까락스였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암튼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봐도 90년대 말 한국 젊은이들의 예술 영화 열풍은 참 신비로운 현상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에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용감하게 온세상 아트 하우스 무비에 도전했던 젊은이들이 나이를 먹고 지금 한국 영상계에서 역할들 많이 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아... 근데 이런 얘기 하고 있던 게 아니었죠. ㅋㅋㅋ 암튼 저도 한 마리 씨네필 워너비로서 이 양반의 대표작 중 한국에서 자주 언급되던 세 편을 다 봤습니다. 눈으로만 봤어요(...) 그러니까 '희생'이랑 '노스탈지아', 그리고 이 '솔라리스'였죠. 그렇긴 한데 셋 중에 시작부터 끝까지 맨정신을 유지하며 본 작품이 없었고, 다 보고 나서 이야기를 어떻게든 정리해 보는 데 성공한 것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이제와선 정말 깨끗하게 다 잊었습니다. 그래서 왓챠에 이 영화가 있는 걸 발견하고는 '지금 다시 보면 그래도 예전보단 좀 이해를 하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이 들어 찜을 해놓았다가. '화니와 알렉산더'를 본 김에 과감하게(무슨;) 시청해 버렸습니다. 3시간 7분도 봤는데 2시간 45분 쯤이야! 덤벼라 타르코프스키!!!!!!
(하지만 이런 걸 느릿느릿 1분 보고)
(이런 걸 느릿느릿 1분 보고 하다 보면...)
- ...그리고 또 졌습니다. ㅋㅋㅋㅋ 일단 1차 도전에선 30여분쯤에 잠이 들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버틸만 했다는 생각에 다음 날 매우 멀쩡한 컨디션에 하나도 안 졸린 상태로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서 결국 완주에 성공했어요!!! 아자!!!!! (마라톤이냐;;;) 심지어 아주 조금은 뭔 얘긴지 알아 들었다는 기분도 들고 그랬죠.
하지만 역시나 '대충 이러저러한 영화입니다' 라고 설명을 늘어 놓을만큼 이해를 한 것도 아니고 그럴 용기도 없으니 대애충 변죽 울리는 '완주 소감'이나 조금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뭐 결국 'All you need is love'을 엄청 거창하고 철학적이며 명상스럽게 얘기하는 영화 아닌가요!!! ㅋㅋㅋㅋ)
- 일단 당연히 느립니다. 그리고 정적이죠. 제가 단어를 그리 신경 써가며 골라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둘을 대충 섞어서 쓰곤 합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둘을 좀 구분해서 써야 할 것 같단 기분이 들었네요. 이야기는 느릿느릿 흘러가고 분위기는 계속해서 정적이에요. 영화가 시작되는 크리스의 아버지 집 주변을 거니는 크리스의 모습, 그리고 크리스가 바라보는 풍경들을 저엉말 느긋하게 하나하나 보여주는 도입부가 매우 그러합니다. 물 속에서 흐느적 움직이는 나뭇잎의 모습을 구태여 그렇게 오래 보여줄 일인가!!! 싶지만 어쩌겠습니까. 감독님이 그런 사람인 걸요.
다행히도 20여년의 세월 동안 저는 그림이 멋지면 그게 뭔지 몰라도 그냥 좋다고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가 되어 있었고, 타코르프스키가 보여주는 그림들은 정말 인상적이고 멋집니다. 그래서 이런 도입부도, 이후 우주선에서의 비슷한 장면들도 다 볼만했어요. 아예 잠이 오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괜찮았다는 거죠.
(대체 왜 미래의 우주선 안에 이런 소품들이 있는지는 묻지 맙시다. 정전 되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 영화는 당연히 SF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이 없다기 보단 SF적인 요소들을 걷어 내려고 몸부림치는 괴상한 SF였어요. 어떻게든 '미래의 첨단 아이템' 같은 거 안 보여줄 거야!! 라는 노력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대표적으로 도입부에 크리스가 돌려 보는 우주 비행사 청문회 시청 장면 같은 게 그렇죠. 테이프 속 장면들이 보여지고 그걸 보는 크리스와 가족들의 모습이 보여지고... 이걸 반복하는 와중에 그 영상이 어떤 장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생되고 있는지는 전혀 안 보여줍니다. ㅋㅋㅋ 그리고 크리스가 차를 달리는 장면도 그냥 넘나 천연덕스럽게 일본의 도시 풍경을 원경으로 보여주는 걸로 끝이에요. 역시 사이버펑크의 본고장 나중에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후로는 어쩔 수 없이 배경에 SF스런 디테일들이 보이긴 합니다만. 이때부턴 또 등장 인물들이 정말 이를 악 물고 과학적인 얘길 피하죠. 전개상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요약적으로 휙 해치우고 남는 시간엔 계속해서 인간성, 기억, 감정, 과학과 신비... 뭐 이런 철학 토론에만 전념합니다.
(일본의 도시 풍경에서 미래를 느낀 건 헐리웃 사람들만이 아니었던 거죠.)
아니 누가 칼 들고 이 원작으로 영화 만들라고 협박이라도 했써여? 본인이 고른 원작 갖고 대체 왜 이러시는 건가요?? 라는 농담이 머릿 속을 맴돌긴 하지만 덕택에 이 영화가 얻은 것도 있습니다. 일단 영화가 촌스러운 느낌이 없어요. 촌스러울만한 걸 아예 등장시키지 않으니까요. ㅋㅋㅋ 그리고 계속되는 그 도 닦는 대사들은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느릿하고 시적인 영상들과 썩 잘 어울립니다. 그게 맘에 들고 안 들고, 이해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냥 내용과 형식이 참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SF 볼거리 따위 고민할 시간에 이런 그림 한 점 더 보여줘야지!! 라는 느낌.)
- 처음 볼 때에 비해선 뭔가 아주 조금은 대애충 알 것도 같다... 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재감상의 소득이었네요.
그러니까 솔라리스의 생각하는 바다가 우리 중생들에게 끊임 없이 보내는 '손님'들은 결국 그 중생들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혹은 수치스런 기억이 담긴 존재들입니다.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후회되고 양심의 가책이 밀려오는 그런 존재들만 골라서 보내는 못된 바다님인 거죠. 그리고 크리스 외의 다른 중생들은 모두 그 손님을 남들에게서 감추려고 하고 심지어 오만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제거해 버립니다. 그게 정 안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구요. 하지만 크리스는 처음에 한 번 실수를 저지르고 나선 그냥 자기 아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요. '이게 진짜 하리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라고 외치면서 보살피고 챙기고 전에 못 다 준 사랑을 팡팡 퍼 주죠. 그래서 결국엔 그렇게 자신의 과오를 끌어 안고 포용한 크리스가 그 중에서 유일하게 과거를 극복해내게 되구요.
(SF 느낌의 배경이나 소도구가 안 나오는 게 아닌데. 정말 최소화 되구요. 과시적인 느낌이 없다 보니 촌티도 없고 좋습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과학 기술에 대한 안티질(...)을 열심히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크리스의 대척점에 서 있는 과학 기술자 아저씨 캐릭터가 영화에서 가장 옹졸하고 나쁜 놈으로 묘사되는 걸 봐도 그렇고. 막판엔 아예 대놓고 둘의 가운데쯤 서 있는 입장의 캐릭터가 대사로 그런 얘길 하기도 해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과학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느니... 이러니 원작자 아저씨가 이 영화를 좋아할 리가 없겠죠. ㅋㅋ
이것 외에도 영화는 굉장히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철학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크리스의 사랑을 받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원본 하리에 가까운 인간이 되어가는 복제 하리의 드라마라든가. 크리스의 부모 이야기를 통한 이해와 용서의 이야기라든가. 기타 등등 뭐뭐 뭔가 메시지가 꽉 차 있어요. 이야기는 느리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문제는 그걸 알아 듣고 이해하며 즐기기가 만만치 않아서... 이번에도 결국 대부분은 포기했네요. 으하하;;
(영화는 계속해서 흑백과 컬러를 오가고. 흑백도 푸른 톤, 갈색 톤, 그냥 검은 톤 등을 오가지만 왜 그러는지는 전혀 모르겠...)
- 솔직히. 무식한 자의 용기를 발동해서 말하자면 '감독님, 근데 너무 궁서체에 너무 거창하신 것 같아요...'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이 분이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참 독창적이면서도 근사하게 아름답습니다.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그냥 근본적으로 나랑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른 사람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내내 했었구요. 장르물 한 길로 절여진 뇌에 가끔 이렇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이구나... 라는 기분도 아주 조금은 들었습니다. ㅋㅋ
특히 마지막에, 영화 첫 부분에서 봤던 풍경들이 거의 그대로 반복되는 순간엔 솔직히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멋진 것 같아!! 라는 생각도 했네요. 그 장면들을 그렇게 느릿느릿 찍었어야 했던 이유도 기분상으로는 알 것 같은 느낌이었구요.
(무엇을 어떻게 찍어서 이런 그림이 되었는지)
(궁금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 그리고 또 뭐냐... 하리 역의 배우님이 참으로 아름다우셨어요. '인정 사정 볼 것 없다'를 찍고서 이명세가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멋진 그림이 안 떠오르는 장면에선 그냥 장동건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면 고민이 해결되어서 좋았다. ㅋㅋㅋㅋ 이 분도 거의 그런 치트키 느낌입니다. 그냥 이 분 얼굴과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보고 있으면 그림이 아름다워져요. 연기도 잘 하셨는데... 이제사 인터넷 세상의 혜택을 입어 검색을 해보니 엄청난 집안 따님이셨군요. 허허(...)
(게다가 아름다우십니다. 세상 불공평한 느낌...)
- 더 이상 무식을 자랑하고 싶지 않아서 대충 마무리합니다.
무슨 체육 대회도 아닌데 '완주 기념!' 이러면서 기뻐할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ㅋㅋㅋ
솔직히 남에게 추천까진 못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시적인 이미지들, 철학 토론 같은 대사들과 이것저것 분석하고 뜯어 보고 의미 부여하며 토론하기 좋은 이야기... 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틀어 보셔도 좋겠다. 라는 정도로 말씀드리구요.
맨날 보던 비슷한 영화들에서 벗어나 신선한 충격을 준 건 좋은데. 충격이 좀 과도해서 이 다음엔 매우 대중적인 영화를 보며 즐거워했다는. 그리고 그 영화를 볼 땐 당연히 한 번도 졸지 않았다는 고백과 함께 이 난해한 뻘글을 마무리합니다.
+ 그래서 '희생'과 '노스탈지아'도 다시 볼 거냐구요? 하하. 한 1년 후 쯤에 고민해 보겠습니다요. 둘 다 왓챠에 있는데, 왓챠 문 닫는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때 쯤 볼 것 같기도...
++ 근데 대체 타르코프스키는 이런 영화들을 만들면서 어떻게 감독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걸까요. 정부에서 이 양반 맘에 안 들어해서 영화 하나 찍기가 힘들었단 얘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굳이 정부가 탄압하지 않아도 보통은 감독 생활을 이어가기 쉽지가 않...
+++ 다 좋은데, 결말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게 장르적으로 생각하면 자연스런 결말이고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도중에 떠올려 보기도 했었습니다만. 정말로 그 장면이 뙇! 하고 뜨는 순간엔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그때까지 끌고 간 이야기와 이게 잘 어울리는 결말인가 의심이 들더라구요. 이 부분은 좀 더 생각을 해 봐야...;
++++ 분명히 비디오 테이프로 보긴 봤는데 이게 출시가 되었든가? 라는 의구심이 들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출시는 되었던 게 맞구요. 다만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출판을 해냈군요. 아니 뭐 과학보단 사랑, 용서, 그리고 신의 존재를 느끼라고 외치는 영화니까 그럴만도 하긴 한데. 전 그럼 이런 테이프를 어디서 구해서 봤던...;
++++ 그래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정말 짧게 결말만 적습니다.
나머지 두 과학자의 제안으로 크리스의 뇌 엑스레이를 찍어 솔라리스의 바다에 투사해 본 결과 바다는 놀랍게도 인간들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손님' 보내기를 중단합니다.
다만 긴 꿈을 꾸고 일어난 크리스는 하리가 이젠 더 이상 없다는 비보를 전해 들어요. 자신이 크리스에게 축복인 동시에 고통이라는 걸 깨달은, 거의 인간이 다 되어 버린 하리가 크리스를 위해 떠나가는 걸 택했던 거죠.
그리고 비교적 자기 편이던 과학자와의 선문답 끝에 크리스는 '이제 지구로 돌아갈 때다' 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장면이 바뀌면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크리스의 아빠 집 주변 풍경이 도입부와 거의 똑같이 반복되어 보이구요. 거기에서 아빠를 만난 크리스는 오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용서하며 감동의 해후를 맞습니다만... 그때 갑작스레 솔라리스의 생각하는 바다 위에 크리스가 있는 장소가 둥둥 떠 있는 게 보입니다. 그러고 바로 엔딩.
2023.09.19 00:32
2023.09.19 21:06
아직 궁금하실 때 아무 생각 없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솔직히 못 알아 듣고 너무 어려우면 어떻습니까. 그냥 보는 것 자체가 체험인 거죠. (라고 정신 승리를 해 봅니다.) ㅋㅋㅋ
2023.09.19 05:55
2023.09.19 21:07
적당한 지적 허영은 삶에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걸 완주(?)했다고 해서 무슨 보탬이 생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하하하;
2023.09.19 19:06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타르코프스키의 '희생'과 '노스텔지어'를 영화관에서 꽤 감동있게 보았던 저는 용감하게 위에 언급된 '솔라리스' 비디오를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했었더랍니다. 보기는 다 봤던 것 같은데 하나도 모르겠다는 느낌? 그러나 제가 실패한 영화감독으로 타르코프스키는 약과인 것이 몇십년 후 등장하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어려운 감독들은 왜 이름도 어려운가?)는 유명한 '엉클 분미'서부터 최근작인 '메모리아'까지 한두 번은 깜빡 졸면서 보는 감독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몽환적인 분위기에 끌려가다 보면 진짜로 꿈나라로 가게 된달까요. 그래도 앞의 두 영화는 대부분 보기라도 했지요. 수면병 환자들이 등장하는 '찬란함의 무덤'은 보면서 수면병이 옮은 것처럼 잤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어려운 감독의 어려운 영화는 그만 도전할까 싶습니다.
2023.09.19 21:09
그 두 편을 극장에서 감동적으로 보셨다니 대단하신데요!! 전 그 전설의 촛불 나르기 장면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케이오를 당해서... 하하. ㅠㅜ
아핏차퐁님은 저 역시 두려운 분이지만 그래도 '메모리아'는 그냥 흥미롭게, 재밌게 봤어요. '엉클 분미'는... 네. 일단 논외로 하구요. ㅋㅋㅋㅋㅋ '찬란함의 무덤'은 사실 제목도 처음 들어 봅니다. 그러니 저는 괜찮은 걸로!! (뭐가;;)
2023.09.19 22:11
보기 봤지만 저도 잘 모르는 영역의 영화이니 예전 듀나님 리뷰를 링크 걸어 놓을께요
http://www.djuna.kr/movies/solyaris.html
2023.09.20 10:53
2023.09.20 10:56
2023.09.20 11:27
댓글을 하나로 몰아서 달자면.
엔딩씬에 대해서는. 사람들 리뷰나 해석을 대충 훑어보면 그렇게 막 논리적으로 딱딱 맞게 풀이하기보단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구분 없이 하나로 뒤섞인 상태'라는 식으로 얘길 많이 하더라구요.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정통 SF였던 원작 소설도 결말이 비슷하니 결국 윗 댓글에 적어 주신 그게 맞는 듯 싶습니다.
자다 깨며 영화 즐기기는 저희 누나의 특기인 것인데요. 하하. 정말로 그렇게 보면서도 본인은 충분히 즐거워해서 저것도 스타일이구나 했습니다. 무려 극장 가서 '애정만세'를 보고 와서도 좋다고 했던 사람이라.
2023.09.20 13:20
요즘 대단하시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지난 주에 또 넘어졌습니다. 토마스가 건강이 안 좋아 신경 쓰던 차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다가(작년에 이어 2탄) 이번엔 앞으로 넘어져서 갈비뼈에 금...제가 로이배티 님 따라쟁이인가 아니면 골절이란 원래 짝수를 맞춰줘야 되는 것인가. 아시다시피 갈비뼈는 덜 움직이는 거 외에는 별 방법이 없다 해서 약 먹고 그냥 숨쉬고 있습니다. 토마스 다른 글에 물으셔서... 원래 심장이 안 좋은데 기절하는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다니며 약 조절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나이가 있어서 걱정이네요. 힘 내야죠!
2023.09.20 14:21
아이고 이걸 어쩐답니까... ㅠㅜ
혹시 thoma님도 저처럼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 전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희한하게 뼈를 다치니 근심 차단 차원에서 받아봤다가 그만... ㅋㅋㅋ 그래도 그 덕에 차라리 맘은 좀 편해졌거든요.
암튼 토마스씨도, thoma님도 얼른 쾌차하셔서 평화로운 일상 보내셨음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2023.09.20 14:35
골다공증 진단받은 건 한 5년 되어 주사도 정기적으로 맞습니다. 그래서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자다가 일어나니 몸따로 마음따로 말을 안 듣더군요. 늙었음을 명심해야 하는데 잊어먹나 봐요.
오 이 영화를 보셨군요. 저는 아직 못봤.. 타르코프스키 영화 본 건 없어도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항상 지식을 얻게 됩니다.
이 영화도 아는 바는 거의 없고 예전 듀나님이 올리셨던 소더버그가 감독하고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리메이크 버전 리뷰가 생각났습니다. 아마 케이블에서 리메이크판의 엔딩씬을 봤기 때문일 거 같군요(이상하게 당시 케이블로 볼 때에는 TV시청표를 참고하지 않으니 시작부터는 커녕, 결말부터 보고 나중에 겨우 시작부터 제대로 보는 형식..;;)
언젠가 봐야할 거 같은데 올려주신 이미지를 보니 생각보다 훨씬 난해하고 범접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구현한 것 같군요(소련출신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화답같은)
요즘 상영이 끝나가는 오펜하이머가 작중에서 오마주한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영화도 언젠간 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