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6 15:10
신인시절 더그 라이먼 감독 연출의 1999년작입니다.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으로 영화계를 한바탕 뒤집어 놓은 뒤 그 특유의 스타일을 카피한 아류작들이 꽤 나왔었죠. 앙상블 출연진이 연기하는 인물들이 우연찮게 위험한 일(주로 마약이 연관된)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 과정을 각종 팝컬쳐 레퍼런스에 빠삭한 수다쟁이 주인공 캐릭터들 각자의 관점으로 옮겨가며 비선형적 내러티브로 진행되는 그런 영화들...
그런 수많은 아류작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으로 잘 베꼈을 뿐더러 나름 자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것까지 성공한 것이 바로 이 '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가운데 원조처럼 엄청 꼬아놓지는 않았고 심플하게
1. 집세를 내지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마트 직원 로나
2. 그녀에게 자기 근무시간을 넘겨주고 친구들과 미리 계획한 라스베가스 여행을 떠나는 로나의 동료직원 사이먼
3. 평소 사이먼에게 파티용 마약을 구매하곤 했던 단짝 2인조 고객
딱 3막으로 겉잡을 수 없이 벌어졌던 큰 사건과 떡밥들이 마지막에 깔끔하게 정리되는 구성입니다.
개봉했던 해에 작성된 듀나님 리뷰( http://www.djuna.kr/movies/go.html )에 쓰인 표현처럼 무척 염치없는 영화이긴 합니다. '펄프 픽션'의 서사, 인물 구조를 베끼면서 특정 몇몇 씬들은 아예 리메이크라고 불러도 될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썼듯이 또 분명한 이 이야기만의 매력도 빛이 납니다. 가차없이 속도감있게 팍팍 진행되면서도 끝까지 보고나면 논리적으로 크게 문제되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각본과 연출이 깔끔하며 무엇보다 당시 청춘스타로 막 뜨고있던 젊고 활기 넘치는 앙상블 출연진의 연기가 최고의 구경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여럿인 영화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이야기의 큰 발단이자 사건의 국면을 극적으로 치닫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로나는 당시 캐나다의 국민 여동생 아역배우 출신으로 유명했던 사라 폴리가 너무도 아름다우면서도 쿨하게 연기해주고 있구요. '도슨의 청춘일기'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케이티 홈즈의 앳된 모습도 노스탤지어를 불러냅니다. 영화의 마지막 3부를 이끄는 사진 가운데의 두 남배우도 나름 당시에 주목받던 청춘스타들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오른쪽의 제이 모어는 '제리 맥과이어'에서 주인공의 고객을 빼돌리는 얄미운 동료 에이전트 역할로도 알려져있었죠. 더불어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일까요? 낄낄)
이후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이런 연기자분들의 상대적으로 젊었던 시절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중 가장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멜리사 맥카시는 단역으로 1분 남짓 나오는데 이게 영화 데뷔작이었다고 합니다.
개봉 당시에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저그런 흥행에 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재조명을 받으며 컬트 히트작의 위치에 올랐다고 합니다. 더그 라이먼 감독은 이후 다들 아시다시피 '본 아이덴티티'로 할리우드 주류 상업영화계에 자리잡고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점퍼',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의 괜찮은 필모를 꾸리게 되죠. 사라 폴리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변신하여 올해 오스카 각색상도 탔구요.
혹시 아직 안보신 분들은 세기말 할리우드 분위기의 청춘배우들이 출연하는 15금 버젼의 '펄프 픽션' 본다고 생각하시고 한 번 감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구글무비에서 900원에 대여가능합니다.
2023.06.26 16:04
2023.06.26 17:18
범죄/스릴러/블랙코미디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싼 가격에 볼 수 있으니 부담없이 지르세요!
2023.06.26 20:10
이 영화를 보고 '사라 폴리 멋져!!!' 라고 외치며 (살짝 그 시절 제가 좋아했던 위노나랑 비슷한 느낌이 있었어요 ㅋㅋ) 팬질을 해보려 했지만 같은 해에 나온 '엑시스텐즈' 같은 작품 말곤 한국에선 딱히 볼만한 작품이 많지 않아서 (있어도 작은 역으로 나오거나) 아쉬워하다가 '새벽의 저주'를 보며 반가워했고... 음... 그 후로는... ㅠ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일본 영화 '고'도 있어서 이건 뭔 유행인가 싶기도 했어요. 그것도 청춘들 이야기였죠.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2023.06.26 21:50
일단 사라 폴리 본인이 그냥 모국인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걸 선호하고 할리우드 진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 작품도 별로 땡기지 않아 하다가 오프닝에 계산대에서 시비붙은 아주머니한테 한마디 툭 쏘아붙이는 대사가 맘에 들어서 하기로 결정했다네요. 말씀하신 '새벽의 저주'가 그나마 듀나님 같은 사라 폴리 찐팬을 제외한 캐나다 밖의 관객들이 알만한 유일한 작품이죠. 썼듯이 이후로는 감독으로 너무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지만 가끔 연기도 보고싶은 맘이 있어요.
일본 영화 '고'는 재일 한국인 얘기라던데 저도 여기저기서 줏어들어보기만 했어요. 근데 막상 주인공을 연기한 쿠보즈카 요스케라는 배우는 실제로는 혐한 성향이었다는 카더라가...
2023.06.26 22:37
쿠보즈카 그 양반은 뭐랄까... 혐한스런 말도 종종하긴 했지만 대략 평범한 일본 아저씨들 수준 정도? 였던 걸로 알고 그런 부분은 별 신경도 안 쓰일 정도로 사람이 이상해졌습니다. ㅋㅋ 핫한 배우가 아니게 된지 오래라 근황은 모르겠는데 신비주의나 그림자 정부 수준 음모론 같은 데 심취한 사람 수준이랄까. 그래서 걍 웃어 넘겨도 괜찮... (쿨럭;)
2023.06.27 00:32
저도 그 9층에서 추락했다는 얘기나 다양한 기행과 논란적인 발언들에 대해서 듣고 그 후로는 관심이 없었는데 스콜세지의 '사일런스'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길래 놀랐었네요. 특히 스토리상으로 제법 비중이 있는 역할이어서...;;;
2023.06.27 08:30
사실 그 양반이 20대 한창 젊을 땐 연기도 괜찮니와 비주얼도 그 시절 아주 먹어주는 미소년이었고 스트릿 패션의 아이콘에 그 시절스럽게 감성 터지는 발언과 행보들로 일드 팬들에겐 시대의 아이콘이었죠. 요즘도 그 시절 평가빨이 남았는지 말씀대로 스콜세지 영화에도 나오고 넷플릭스 BBC 제작 드라마에도 나온 게 있고... 저도 그 옛날 IWGP 같은 드라마는 재밌게 봤습니다.
2023.06.26 21:44
다크나이트 은행장님이 저렇게 망측하게...ㅋㅋㅋㅋ 배우들 면모가 굉장히 화려해서 보고 싶어지네요 ㅋㅋ
2023.06.26 21:51
처음에는 카리스마 있게 등장했다가 괴상한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맡으셨습니다. ㅋㅋ 배우들 보는 재미가 절반 이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