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7 10:28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첫 소설입니다. 1971년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동서미스터리의 전자책만 구매가능합니다. 종이책은 이 작가의 소설이 거의 절판이네요. 도서관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온지 오래 되어서 작가의 다른 절판된 책 포함해서 새로 번역한 깔끔한 책들이 나와 주면 좋겠습니다.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저에게 돈이 많다면 이런 번역사업을 해 볼텐데요.
1963년 드골의 알제리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여러 차례 드골 암살을 시도했던 반란군인모임(OAS)이 이번엔 프로 암살자를 보냈다는 것을 프랑스 정부가 알게 됩니다. 그 암살자의 암호명이 JacKal.
책 표지가 뜬금없이 보르헤스의 초상화로 장식된 건 제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나 싶고 번역이 두어 번 갸우뚱하기도 했으나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취향'저격'이었어요. 요즘은 이런 소설 찾기 어렵잖아요. 암살자와 경찰이 각자 맡은 바에 너무나 꼼꼼하고 철저해서 가히 예술의 경지로 일하는 것이 내용인데요, 60년대였으니 가능한 디테일들로 되어 있으니까요. 자칼에게 그 철저함의 미학이 훨씬 두드러지긴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의 경찰도 월급 루팡이었던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 직업정신에서 독자를 돌아보게 했어요.
감상과 낭만 같은 건 없고요, 스파이물의 폼 같은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일 잘하는 중심 인물들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세밀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고 결국은 쫓고 쫓기는 추격의 전개로 가지만 저에게 이 소설은 '착실하게 한 코 한 코 그물 짜듯' 세심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직업세계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읽다 보면 절로 작가의 가치관이 드러나고 이것이 첫 책이라니 놀라게 되고 작가의 다른 책 독서를 강력하게 원하게 됩니다. 지금 가능한 책은 '코브라'라는 최신작 전자책 뿐입니다. 읽으신 분 있으실까요.
아직 이 책을 안 읽으셨고 위의 대략적 성격이 맞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2023.05.27 12:55
2023.05.27 15:08
오랜만입니다. 채찬 님 요즘 왜 재미난 일상 글 안 쓰시는지.
2023.05.27 14:20
동서문화사는 딱다구리 그레이트 북스 시절부터 표지 삽화를 아무거나 가져다 붙이기로 유명한데 아마 미스테리 북스랑 <ACE 88> 전집이 그 절정이었을 겁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50만불이면 은퇴할 수 있던 시절
2023.05.27 15:10
아무거나 풍경 사진이면 될 걸 엉뚱한 사람 사진을 떡하니 쓰다니 무슨 배짱인지 ㅎㅎ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계약금까지. 저는 예전에 어떻게 읽었길래 완전 처음 읽는 느낌이었어요.
2023.05.28 13:33
설명해주신 걸 보면 요즘 세상에 영화나 시리즈로 만들어지기 딱 좋은 작품 같은데요. 누가 새로 하나 아주 잘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
전에 확인하셨겠지만 웨이브에 있던 '자칼'은 전혀 다른 자칼이긴 한데, 옛날에 극장에서 봤던 추억이 있어서 다시 한 번 보다가 중간에 접고 대신 '콘돌'을 찜해놨어요. 설마 이건 재밌겠지!!
2023.05.28 19:55
그러네요. 만들어질 법도 한데 말입니다. 경찰 쪽 인물들 개인사를 약간만 보강하고 재미를 보태서 시리즈물 하나 나오면 좋겠어요.ㅎ
시드니 폴락의 영화 말씀이면 그 갈래 정석적인 재미였던 기억이 납니다.
2023.05.28 14:02
2023.05.28 19:58
문세광이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본인이 그런 말을 했을까요...
2023.05.28 22:41
반갑습니다. 제가 프레드릭 포사이쓰의 열성 팬입니다. 이 분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미스테리 단편집 등에서 읽은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 와 '노 컴백' 같은 단편이었습니다. 장편은 오데사 파일로 처음 읽었고요. 아마도 자칼의 날이 가장 유명한 작품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쟁의 개들'입니다. 고증이 철저하고 호흡이 빠르며 감정없는 기계적 서술이 작가의 특징인데, '전쟁의 개들'은 느와르적인 이상한 정서와 낭만 같은 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 분 작품이 영화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자세한 묘사와 서술로 서스펜스를 끌어가는 편이어서 영화로 만들면 지루해지기 십상입니다. 또 고증때문에 책 나올때마다 따라하는 범죄때문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자칼에 나오는 여권 위조법을 그대로 따라한 사람들이 발각되기도 했고 '전쟁의 개들'에서 묘사한 일들을 그대로 따라하려던 용병들이 사고를 치기전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책의 고증을 위해 실제로 무기상으로 위장하고 딜러들을 접촉하려다가 전작인 자칼의 날이 시내 서점에 진열되며 표지에 얼굴이 나오는 바람에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죠. 어쨌든 글빨 하나는 끝내주는 양반이고 제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나이가 꽤 드셨을텐데 '어벤저' 이후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네요.
2023.05.29 10:28
'전쟁의 개들'은 전에 다른 회원분께서 추천하셨던 '심판자'와 같은 책이네요. 궁금하지만 다 절판이라 안타깝습니다.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종이책은 '오페라의 유령2'(원제는 '맨허튼의 유령') , 전자책은 '코브라'가 있고 중고로는 '어벤저', '아프간' 비롯 몇은 구할 수 있어요. 일단 '코브라'를 구매하려고요.
영상물로는 작가의 팬들을 실망시킬 우려가 크긴 합니다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 같은 영화와 비슷하게 나오면 될 것도 같아요. 아 또 생각났는데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카를로스'라는 긴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테러리스트 이름도 자칼이었던 것 같아요. 꽤 건조하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지만 70년대 정치, 시대 배경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드라마 시리즈들은 워낙 다양한 장르가 전문가들 손을 거쳐 만들어져서 지루할 여지가 있는 원작도 그 특성을 살려가며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작가 님의 원작에 조금의 양념이 가해져야 될 거 같지만요.ㅎ
상세한 댓글 감사합니다.
2023.05.30 09:41
저도 포사이드의 팬 중 하나입니다. 국내 번역본은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재칼의 날]은 이북으로 나온 동서 번역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두 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기있는(?) 작가라서 가장 최근 2권과 초기 논픽션 [비아프라] 빼고는 다 번역되었거든요.
제가 꼽는 베스트는 [재칼의 날]과 [악마의 선택] 입니다.
2023.05.30 10:02
그러시군요. 알라딘 서점에 구경했는데 어떤 중고책은 엄청 비싸더라고요. 은근 팬 분들이 꽤 될 것 같은 작가입니다. 어느 출판사든 다시 쭉 내주면 좋겠습니다!
2023.05.31 19:34
감사합니다 흥미가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