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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작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입니다. 원제목의 마르셀, 더 쉘이 입에 착착 붙네요. 정식 개봉은 작년에 했던 모양이고 그래서 올해 오스카에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 올랐었습니다. 수상은 아시다시피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했었죠.


A24에서 배급을 맡았다는 점에서 일단 믿음이 갔고 이거 반칙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 캐릭터의 디자인, 목소리가 너무 귀여운데 좋은 입소문까지 많이 들어서 궁금했던 참에 최근 국내에도 넷플릭스로 공개됐습니다.



제목 그대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조개 껍데기 '마르셀'이 주인공입니다. 어느 민박집에서 꽤 많은 동족(?) 친구,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가 어떤 일이 생기는 바람에 지금은 할머니하고 단둘이서 살고 있어요. 그러다가 여기서 묵게된 한 남자와 친해지게 되는데 우연히도 이 남자가 아마추어 영화감독 혹은 지망생이라 여러가지로 신기한 존재인 마르셀에게 흥미가 생겨서 이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찍게 된다는 내용의 모큐멘터리 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감독 역할 연기를 실제 이 영화의 감독이 맡았습니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 속 영화의 감독으로 나오는 거죠.



예고편만 보셔도 바로 아시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캐릭터가 사기급으로 사랑스럽기 때문에 초반은 이를 이용한 귀엽고 재밌는 코미디 분위기로 갑니다. 그러다가 중반쯤부터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으려 하면서 슬슬 눈물을 유도하는 전개로 가는 거죠. 하지만 억지로 짜낸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마지막에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안깁니다. 전성기 픽사에서 실사를 살짝 합쳐서 만든 스톱모션이라고 해도 될 정도네요.



캐릭터 디자인에서 이미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지만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것은 주인공 마르셀 역할을 맡은 코미디언/배우 제니 슬레이트의 허스키하면서도 묘하게 귀엽고 중독성 쩌는 목소리 연기입니다. 원래 2010년대 초반에 심심풀이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유튜브에 단편으로 만들어서 영상 몇개를 올렸었는데 당시 제법 화제가 됐던 모양입니다. 그 때부터 장편영화 가능성을 보고 조금씩 제작준비를 하다가 결국 거의 10년에 걸쳐서 완성됐다고 하네요. 


작품 속의 감독 캐릭터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는 케미도 큰 재미요소인데 둘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기도 했고 원래 저 단편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부부사이였다고 합니다. 마르셀의 할머니 코니 역할은 또 왕년의 유명하셨던 이사벨라 로셀리니 여사님께서 맡아주셔서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구요. 



델 토로의 피노키오도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저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바로 이 마르셀에게 한 표를 던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마음이 많이 움직인 작품이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로 러닝타임도 적당하고 딱히 취향 탈만한 스타일도 아니니 꼭 챙겨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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