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장사는 이득일까?

2023.05.03 03:58

여은성 조회 수:644


 1.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점심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많아요. 혼밥을 하거나, 2~3인이서 가도 거하게 식사해야 하는 가게에서 적절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점심 메뉴를 개발해서 파는 거죠.


 거기에는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 첫번째는 원래부터 그 가게에서 쓰는 식재료나 메뉴를 한 끼 식사로 리디자인한 거예요. 이건 합리적이죠. 사람들이 한 끼 식사를 찾는 시간에 가격적으로, 양적으로 적절한 한 끼 식사를 파는 걸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장사하는 가게들 중에서는, 오히려 본 메뉴보다도 점심 장사로 이름을 날리는 가게들도 꽤 있어요. 



 2.두번째는 고급 식당인데 어차피 손님이 잘 오지 않는 점심 시간에 구성을 단축하고 가격도 조금 내려서 런치메뉴를 파는 경우죠. 이 경우에도 잘만하면 꽤 쏠쏠해요. 원래라면 안 왔을 사람들이 어느정도 납득할 만한 가격선에서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온 손님들이 만족하면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3.이 글에서 쓰고 싶은 건 세번째 케이스예요. 이게 가장 이해 안가는데, 점심 특선 메뉴라고 파는 게 원래 그 식당의 주력 메뉴와 아무 상관도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고깃집에서 돈까스나 제육볶음을 팔거나 피자집에서 돈까스+생선까스 구성으로 점심메뉴를 파는 등, 그 식당에서 원래 쓰는 식재료랑도 안 겹치고 레시피를 돌려쓸 수도 없는 메뉴 구성으로 판단 말이죠.


 문제는 원래 그런 걸 안 만드는 가게에서 제육이나 백반을 팔게 되면 그에 따라오는 김치, 그외 몇 가지 밑반찬, 국까지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러면 원래부터 만드는 걸 점심용으로 약간 바꾸는 게 아니라 완전히 손이 많이 가게 되거든요. 한데 그런 점심 장사를 굳이 하는 이유가 뭘까...궁금해지곤 해요.



 4.휴.



 5.그리고 그런 케이스의 점심 장사는 손님도 그리 없는 경우가 많아요. 원래부터 파는 거한 메뉴-닭도리탕이나 삼겹살-같은 걸 다운사이징해서 파는 경우는 원래부터 그 식당의 전문 메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낮에도 사람이 많거든요. 하긴 나 같아도 원래부터 다루는 메뉴를 점심용으로 리파인한 걸 보면 믿음직스러워 보이니까요. 점심 장사를 해도 그 가게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으면 장사가 잘 된다 이거죠.


 한데 피자집에서 파는 점심 돈까스 같은 건 이상하단 말이죠. 저녁에 피자 장사를 하는 가게인데 돈까스도, 생선까스도, 그것에 들어가는 소스도, 곁들이용 야채도, 약간 얹어주는 떡볶이도...저녁 장사에서 쓰이는 식재료가 없어요. 말 그대로 그 점심 메뉴 하나를 위해 완전히 다른 가게로 탈바꿈하는 거란 말이죠. 


 

 6.그런데 그렇게 잘 팔리지도 않는 점심 메뉴를 굳이 꿋꿋이 유지하는 건 이득이 되나 궁금해요. 차라리 그 시간에 확실하게 쉬고, 저녁 장사할 때 더 공을 들이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요. 아니면 아예 가게의 정체성과 관련된 점심 장사를 하거나요. 피자집의 경우는 1인용 미니 피자라던가, 파스타 같은 걸 만들면 식재료로 돌려쓸 수 있고 편할 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이런 궁금증을 가게 사장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거고요. 너무 궁금해서 그냥 여기에라도 써봤어요.



 7.요즘 이수역 피자집에서 파는 점심 돈까스를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요. 이 가게의 전문 메뉴도 아니고 오직 점심에만 와서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맛있는 편이예요. 손님은 별로 없지만. 어쨌든 돈까스에 빵, 생선 까스에 떡볶이와 샐러드를 주는 구성이예요.


 그런데 거기 바로 옆에 쯔양이 하는 쯔왕 돈까스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해 봤어요. 옆에 돈까스 전문점이 들어오는 게 피자집에서 하는 점심 장사에 이득일지 아닐지 말이죠.


 어차피 원래부터 손님은 그리 없으니까 빼앗길 손님은 딱히 없고, 쯔왕돈까스에 돈까스를 먹으러 왔다가 웨이팅에 질린 사람들이 거기로 가게 된다면 나름 이득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이란 게 그렇잖아요? 돈까스를 먹으러 갔다가 돈까스를 못 먹으면 근처 가게에서라도 돈까스를 먹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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