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성향, 소개팅 그리고 티켓X이

2023.04.26 12:14

skelington 조회 수:270

집에도 못가고 야근 중인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이 시간에 설마 스팸전화인가? 싶어 조심스레 전화를 받아 봅니다.

“여보세요?”

“나 skelington씨네 집주인인데...”

헉! 집주인 번호를 저장을 안했구나... 서둘러 나머지 한손을 올려서 공손하게 전화를 받습니다.

“그 동네 집들 둘러보고 점검하는데 집을 좀 봐도 될까?”

유쾌하면서도 거절하기 어려운 톤의 목소리입니다.

다행히 마침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 괜찮다고 말합니다. 

면접같은 통화에 정신차리고 보니 아침 8시로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다음날, 출근때 보다 더 일찍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합니다.

8시, 벨이 울리고 집주인이 특유의 친화력 넘치는 인사를 하며 짐을 잔뜩 들고 들어 옵니다. 

편안하게 집을 둘러 보시라는 말에

“집은 됐고, 아침이나 같이 먹어요. 이건 내가 직접 만든 흑임자 소스인데....”

어제 통화중 아침 먹느냐는 질문에 분명 안먹는다고 한것 같은데 지금 그게 뭐 중요한건 아니죠.

그리고 가끔 본가에 가면 늙은 어머니가 간곡히 부탁해도 거절하던 그 아침을 먹기 시작합니다.


한시간 반 정도 되는 장대한 아침 식사동안 당신의 인생사 전반과 제 신상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다뤄졌습니다.

“우리 큰 딸 살아있으면 딱 맞는 나이인데.” 가 대화마다 반복됩니다.

마지막에는 당신의 친구분들에게 사람을 물색해보라고 전화를 돌립니다.


마침내 기도원에 단식기도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고 급하게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오전에 조깅 나갈 계획을 취소하고 침대에 눕습니다. 에너지 소모는 이미 하프 마라톤 급이었으니까요.


”휴우“


시간은 흘러가고 그 사건이 기억에서 잊혀질때쯤 아침부터 전화가 울립니다.

전날 회식을 하고 또 마침 쉬는 날이라 속풀이 짬뽕을 픽업하러 나가는 이 아침에 누가?

전화엔 ’집주인‘이라고 뜹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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