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1 21:35
오늘 밤 12시 10분 KBS1 독립영화관에서 <경아의 딸>을 방송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로 기억해요.
더 자세한 소개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시고...
https://program.kbs.co.kr/1tv/enter/indiefilm/pc/board.html?smenu=108745&bbs_loc=T2010-1661-04-718727,list,none,1,0
예고편 보니 재밌을 것 같아요.
궁금하신 분들 같이 봐요.
오늘부터 밤 11시 40분에 EBS1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성격장애 강좌를 시작하네요.
요즘 성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2023.04.22 02:58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 시작 전부터 졸렸는데 영화 보면서 잠이 깼네요.
하윤경, 김정영,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훌륭해요.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참 자연스러웠어요.
전 남친의 성관계 동영상 유포로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주인공의 삶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줬는데
다만 엄마와 딸의 관계를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첫경험 후에 어떤 느낌이었냐는 제자의 물음에 "엄마한테 미안했어"라는 대답 좋았는데
그런 말이 툭 튀어나오게 하는 엄마와 딸의 관계, 그 기저를 좀 더 치밀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어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엄마와 그런 엄마를 보며 자랐던 딸이 서로에게 미쳤을 영향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가 어쩌면 혼전 성관계 때문에 남편의 폭력을 자기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체념하고 받아들인 게 아닐까.
그래서 딸의 혼전 성관계를 막으려는 집착 같은 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드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런 부분을 둘러싼 엄마와 딸의 갈등 관계가 너무 순한 맛으로 그려졌다고 할까...
남자친구가 그런 동영상을 찍게 허락한 딸의 심리에 엄마의 감시와 억압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지..
차라리 딸을 한편으로는 성적으로 억압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인 일탈을 꿈꾸는 여성으로 그렸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어떤 심리가 형성되고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는 게 다큐로는 쉽게 하지 못하는
극영화만의 상상력과 해석의 영역인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경아의 딸'이라는 제목이 의도했던 것만큼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딸의 캐릭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그건 엄마 캐릭터를 불분명하게 설정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서 엄마와 딸이 각각 자신이 당한 폭력을 어떻게 극복해 내는가도 좀 석연치 않게 마무리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남편에게서 아내에게로, 엄마에게서 딸에게로, 딸에게서 여학생 제자에게로 이어지는 성적 억압의 사슬을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내탓이다 하며 남편의 폭력을 참고 살았던 엄마, 딸에게 왜 그런 동영상을 찍게 했냐며 책망하던 엄마가 딸의 재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딸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좀 더 명확히 깨닫고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모습이
좀 더 또렷하게 보여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좀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