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을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1박이나 2박 두 차례, 당일 몇 차례 다녀왔는데 여행이라긴 좀 그렇군요. 케이티엑스로 웬만한 곳은 하루에 오가는 게 가능하지만 누구에겐 외출일 일을 저는 여행으로 치기로 합니다.  전 움직이길 싫어하니까요.


대전에 빵 사러 갔다 왔고요. 대전은 케이티엑스 이전에도 거기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분 봤습니다. 제 집이 케이티엑스도 에스알티도 다 멀어서 서울~대전보다  집 나서고 서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길었던 것도 같아요. 바깥 풍경 보면서 커피 마시고 빵도 사고 왔어요. 가까웠지만 이게 제일 여행다웠죠. 


춘천. 춘천도 대전 비슷하게 대학생 때도 당일 나들이 꽤 했었습니다. 학교가 서울 동쪽이라서 더 편했어요. 춘천보다도 춘천까지 가면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옛날 생각나게 하더군요. 지명을 보고 옛날 생각을 했지만 예전하곤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기는 일행이 있어서 이것저것 체험! 하느라고 오히려 여행 느낌이 안 났습니다. 저는 풍경 보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하면서 멍해 있어야 여행한 기분이 드는지라.


강릉. 친구들이랑 넷이 2박 3일 다녀왔어요. 둘은 싱글, 둘은 기혼에 자녀가 있어서 넷이 간 건 이십대 이후 처음입니다.  차가 없을 때는 넷이 다니면 불편했는데 이제 택시 안 타니까 좋군요. 

농담 삼아서, 애들 대학 가고 환갑 되면 해외여행 가자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여행이 빨라졌습니다. 같이 가자는 게 농담이 아니라 환갑이  백만 년쯤 뒤에 오는 줄 알았거든요. 얼마 안 남았네요.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은 이제 팔순을 기준으로 하게 됐습니다. 팔순도 빨리 오겠죠.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친구들은 그저 우연히 고등학교때 성적이 비슷하고 성향이 비슷해서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만났습니다. 넷이 사는 곳도 비슷했죠. 다른 곳에서 살았더라면 비슷한 컷의 다른 대학에 갔을 거예요. 성향이 달랐다면 다른 과에 갔을 거고. 다른 성별이었다면 안 친하거나, 배우자가 됐거나, 씨씨 됐다가 원수가 되거나...누군가 하나 손절을 외쳤다면 또 관계가 틀어졌을 겁니다만, 성향이 비슷해요. 성향이 비슷해서 갈등이 없단 얘기가 아니라 손절까지 할 정도로 사람에게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어찌됐건 이런 우연들이 몇십 년 쌓여서 이제는 서로 얼마 안 남은 연골로 갈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뭐가 우릴 여기까지 데려왔든 만나는 순간을 평화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공을 들여 소중한지, 연이라서 공을 들이게 된 건지, 집에 있는 강아지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을 볼 때도 가끔 궁금해지긴 해요. 


부산도 전주도 다녀왔습니다. 부산 1박.전주 당일.


혼자 가서 물멍 하다 온 게 제일 좋았습니다. 같이 물멍할 일행이 있으면 더 좋았겠습니다만 다른 친구들은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호텔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 자고 오려면 짐이 늘어나서 당일로 다녀오는 것도 좋더군요.  

멀리까지 가서 왜 기껏 물멍이냐 하면-불멍이나 빗멍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오래 앉아서 낯선 풍경을 보고 있어야 비로소 멀리 온 느낌이 들거든요.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돌아갈 생각에 약간의 긴장도 하고요. 그 기분이 묘하게 좋아요. 게다가 어딜 가든 강이나 바다 들판 산 등등으로 배경지만 갈아끼운 것처럼 비슷비슷합니다. 맛집이 있고 펜션이 있고 지자체에서 조성한 것 같은 그 지역 특색있는 장소가 보이고요.  그 특색이 묘하게 다들 비슷합니다.  강 바다 들판 산 그거 보러 가면서 배경지라고 하면 쓰나. 네. 근데 낯선 풍경이 배경지가 아니라 환경으로 와 닿으려면 전 오래 보고 있어야 해서요. 


결론은....주4일제 합시다. 주 4일제. 아니면 연 1회 2주 장기 휴가를 줍시다. 비가 와서 눈이 와서, 날이 좋아서, 꽃이 펴서, 꽃이 져서, 괜히 일하기가 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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