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9 09:42
이 병을 꽤 오래 달고 살았는데 설명하기는 까다롭습니다
대중적인 이미지는 괴물 아니면 천재에 가깝고
대부분 자극적인 소재에 사용됩니다
6개월 정도 약을 끊은 적이 있어요
저는 스무살 되자마자 약을 먹고 살았는데
한국에서 고등학교 까지는 얌전하게 살면 경험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성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많으니까요
술을 이제는 아예 안먹는데요
안먹는 이유가 있습니다 맛이 없을 거라는 걸 아니까요
남들이 술을 먹었을 때 느끼는 걸 내가 못 느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시지 않습니다
3년 동안 술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어요
아무튼 약을 끊었을때
술도 한번 먹어봤는데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술이 이런 느낌이구나 했어요
코노에 혼자가는 걸 좋아하는데 노래도 달랐어요
노래에 느낌을 담는 게 달랐습니다 약을 먹으면 그게 안되더라구요
하지만 약을 끊고 사는 게 안된다는 걸 6개월 동안 배웠어요
잠을 잘 수가 없었거든요
노래를 들을 때도 느낌이 달라요
그래서 그후에도 노래를 듣다가
이제는 힙합만 좋아하게 됐습니다
힙합은 드럼이고 드럼만은 그냥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장 근원적인 악기인 것 같습니다
이런 설명을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왜냐면 뭔소리야 이게 말이 안되잖아 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건 그냥 경험해본적 없는 거라서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제 경험을 그냥 풀어놓는 것 뿐이라서요
약을 먹으면 희노애락 같은 감정이 많이 줄어듭니다
근데 사람들은 이런 감정 때문에 뭔가를 해요
화가 나고 기쁘고 슬프고 이런 감정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갑니다
근데 그게 안되는 거죠
그게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런 거니까
이런 상황이구나
다른 사람은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상황이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느끼는 게 다르기에 말하는 게 다르고 말하는 게 다르기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때에도
예전엔 원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원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벼워졌어요
꿈이 없는 상태라는 건 즐거운 겁니다 꿈을 나의 선택으로 버렸을 경우에만
2023.04.09 10:16
2023.04.10 13:47
딴지일보에 약을 몇 달 끊고 겪은 일에 대한 경험담이 메인메뉴에 있어요.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조현병약을 먹고있어요. 저는 조현병때문이 아니고 기분조절장애때문이지만.
5년넘게 약을 먹다가 줄이고 줄여서 현재에 이르렀는데 여전히 보통사람보다는(보통사람이 시작하는 용량) 몇배나 고용량을 먹고 있습니다. 근데 저의 경우 약이 저의 감정의 파도를 죽이지는 못하는것 같아요.
저는 사랑에 잘 빠집니다. 직장이든 사람이든. 약 덕분인지 그래서 상처를 입지는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