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불

2023.03.17 14:35

돌도끼 조회 수:262

1991년작. 90년대에 흔했던 비디오용 무술영화입니다.

키호이콴의 첫 주연작입니다. 주연작이라고 해봐야 이거하고 대만제 무술영화 하나하고 달랑 두편뿐인 것 같지만요...

키호이콴-관계위는 베트남 출신 화교입니다. 인디나아 존스에 출연했을 때 영화 마지막에 발차기를 좀 보여줬었는데 그후 본격적으로 무술에 관심이 생겨서 태권도를 배우게되었다고 해요.
키호이콴이 다닌 도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한국출신 화교인 담도량이었답니다. 담도량, 70년대에 쿵후영화계에서 슈퍼스타였던 양반이죠. 이분이 80년대 이후론 몇년간 영화계를 떠나있었다가 간만에 제작한게 이영화인 모양입니다. 각본도 본인이 (가명으로) 직접 썼는데 70년대에 출연했던 쿵후영화 이야기를 재구성한 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주연을 제자에게 맡긴 거죠.


아버지와 두 아들이 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중입니다. 아들들은 무술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있고 거기서 성적이 좋으면 이것저것 막 사달라고 조르고 있습니다. 그걸 들은 아버지가 "그거 다 해주려면 은행 털어야겠다"라고 푸념하자 둘째 아들은 웃으며 그러라고 부추깁니다. 물론 농담으로 오간 이야기겠지만... 좀 있다 아버지는 진짜로 은행을 털어버립니다.

알고보니 이 아버지는 은행강도단의 수괴였어요. 강도들은 은행에서 턴 금괴를 숨겨두고는 그걸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머릿수대로 쪼개서 각자 한조각씩 보관하기로 합니다. 그중 한명이 변심하자 사정없이 그사람의 일가족을 몰살시켜버렸는데 그집 딸만 간신히 도망칩니다. 이 딸을 구해준 사람이... 누구겠어요..ㅎㅎ
정의감에 불타는 우리의 주인공 무술형제는 흉악한 은행강도단의 위협에서 소녀를 지켜야만 합니다. 그 강도단 두목이 누군지는 꿈에도 모르는채로...


대략적인 전제만 보면 꽤 흥미로울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영화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일단 이건 강도들이 금을 독차지하려고 서로서로 죽이는 전개로 가기 위한 설정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방향의 가능성을 살리질 않습니다. 오히려 죽는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빠지려고 하는 사람들이예요. 그러니 스릴러로서는 영 아니고... 범죄자 아버지와 그걸 모르는 아들들이 대립하는 긴장 구도도 제대로 살리질 않습니다.


키호이콴은 둘째아들(사실 정확한 서열은 몰라요. 어려보이니까 편의상 둘째인 걸로...ㅎㅎ) 역인데, 베트남 전쟁 때 입양된 고아이고 그와 관련한 사연이 있습니다. 그 사연도 그냥 그런게 있었다 정도로 넘어가 버립니다. 이런저런 갈등은 너무 쉽게 풀려버리고 이야기가 썩 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빠져있습니다.


그니까 일반적인 의미로 재미있다고 할 수 있을만한 그런 부류는 못되고... 액션이나 보라는 영화죠. 달리 쿵후영화겠어요ㅎㅎ
여기서 특이한 부분이, 이 영화는 주인공 키호이콴과 악당들 중 한명으로 나오는 양사 정도만 아시아계이고 나머지 대부분 출연진이 미국인-흑인과 백인들로 구성된 영화인데, 이사람들이 총보다는 주먹질과 발길질을 더 선호하고, 싸우면 마치 중국 무술영화처럼 요란하게 팔다리를 휘두르며 싸운다는 겁니다.


미제무술영화는 나름의 액션 스타일이 있(었)잖아요. 리처드 노턴이나 라부락같은 홍콩영화계에서 날아다니던 사람들도 미국에서 영화찍을 때는 그쪽 스타일을 수용했는데, 이 영화는 나오는 사람들만 미국 사람들이지 마치 홍콩쿵후영화 보는 것 같은 거예요. 중간에 나오는 트레이닝 장면조차도 중국영화식입니다. 고수가 되기 이전에 몸이 먼저 상할것 같은 그런 시대극에나 나오는 비효율적인 단련법들이요ㅎㅎ
매트릭스 이후 홍콩식 싸움연출이 전세계로 퍼져서 지금이야 미국영화에서 요란한 무술동작하면서 싸우는게 유별날 것도없게 되었지만 이 영화 나왔을 무렵에는 나름 색다른 구경이었어요.



극장공개를 희망하고 만든 것 같긴 합니다만 비됴로 직행했고 그닥 알려지지는 못한 영화입니다. 그렇게 된게 그닥 신기한 영화도 아니고요. 그래도 이제 키호이콴이 늦게라도 다시 주목받게 되었으니 HD로 리마스터해서 재출시되기를 바래볼수 있지 않을까싶어요.







-저는 옛날에 일본영화잡지에 실린 이 영화 소식을 보고 키호이콴의 중국식 이름이 관계위라는 걸 알게되었네요.



https://youtu.be/15rQ4DKTYG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36
123156 퇴직을 고려하는 30,40대에게 유망한 직업은 뭘까요? 자격증은요? [5] 살구 2010.09.03 5911
123155 여의사 부끄럽다 치료거부, 환자사망... [12] clancy 2012.07.23 5910
123154 어제 무도에 나온 한의사 진짜로 저렇게 진료하나요? [11] zerokul 2013.07.21 5909
123153 [펌] 일본 관료주의... 뭐 이런 것들이 ㅡㅡ;; [16] 01410 2011.03.19 5909
123152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연아 노래 불렀어요 [11] 사람 2010.08.02 5909
123151 김광진 의원 놀랍네요. [29] 푸른새벽 2016.02.23 5908
123150 사기꾼 대통령보다 더 나쁜게.. [10] 시민1 2014.04.20 5908
123149 가장 섹시한 시각 [19] eltee 2012.08.03 5908
123148 엄마가 힛걸에 미쳤어요ㅡ.ㅡ [20] dl 2011.12.16 5908
123147 서울시의회, 민주당 압승 [4] 빈칸 2010.06.03 5908
123146 남자의 질투심 유발을 위해 옛 애인과 단 둘이 저녁식사라.. [17] 2012.07.13 5906
123145 오늘의 정봉주 접견 서신.jpg [65] 푸른새벽 2012.02.03 5906
123144 한겨레신문에서 역대급 만평 나왔네요. [13] soboo 2014.06.02 5905
123143 김완선과 왕가위가 [9] 감자쥬스 2011.05.24 5905
123142 흔한 미국 의료비 경험담 [31] 레옴 2014.05.16 5904
123141 길거리 헌팅! [32] 태평 2013.04.18 5904
123140 정말 이해안가는 투애니원의 행보..... [16] 디나 2010.08.04 5904
123139 오늘 장소 헌팅차 듀게분들 댁에 다녀왔습니다. 변태충 2010.06.23 5904
123138 그냥 절 무시해주시고 [25] 가끔영화 2011.03.15 5903
123137 우울증은 두뇌에 해부학적 이상을 일으키는... <우울증에 반대한다> [7] being 2011.02.12 59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