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서 잘 만든 장르물이네요. 심심풀이용 넷플릭스 저예산 스릴러 범주에 들어 있지만 그 카테고리 안에서 매우 고품질로 완성이 된 영화에요. 감독이 상업영화 데뷔작이라는데 다음 영화도 챙겨볼 만 한 것 같습니다.

장르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는지 클리셰와 비틀기가 잘 섞여 있구요. 장면장면 연결도 지루하지 않게 잘 짜여 있었습니다. 저예산이면서도 화면 때깔은 최대한 잘뽑아낸 것도 장점이구요. 화면 보는 내내 시각적인 만족감이 있었어요. 스마트폰 해킹을 이용한 범죄가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섬뜩했습니다. 범죄 묘사 디테일에 비해 폭력 묘사 수위는 TV드라마 수준이라서 오히려 더 세련되게 느껴졌어요. 예전에 공효진 주연의 스토킹 소재 스릴러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었죠. 그 영화가 뭔가 하다만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이 영화는 소재도 잘 살려져 있고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는 기술적 완성도도 준수해서 좋았습니다.


캐릭터들도 전형적으로 설정되었고 연기자들도 하던 역할을 맡아서 하던 연기를 하지만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중언부언 하는 게 없어서 연기가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저는 전형적인 K-스릴러의 연쇄살인범을 싫어하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딱 포인트만 짚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어요. 전반적으로 현실적이기보다는 영화적인 캐릭터들이지만 담백한 묘사 덕에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멍청하거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가 전혀 없고 오히려 다들 똑똑한 편이었구요. 천우희가 다니는 회사 동료들이 잠깐 스치는 단역인데 탄탄한 언니 배우들로 채워져 있는 것도 깨알 포인트더군요. 

딱 장르안에 머물러 있고 너무나 디테일한 범죄 묘사는 이런 부분에 취약한 감상자에게 간접외상경험이 될 수도 있는 영화라 적극추천은 못하겠지만 장르팬이라면 심심하지 않게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와준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넷플릭스의 구원자 아닌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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