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1 02:38
- 1997년작입니다. 4반세기 전! 런닝타임은 96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안 몰려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요. ㅋㅋㅋㅋ)
- 1997년, 폴 '윌리엄 스콧' 앤더슨의 비전에 따르면 인류는 2015년에 달 식민지를 만들고 2032년엔 화성에서 채굴을 시작하며 2040년엔 해왕성을 넘어 우주를 탐험하는 (그리고 사실은 비밀의 최신 기술을 갖춘) '이벤트 호라이즌'호를 개발하게 됩니다. 오 주여... ㅋㅋㅋ
암튼 그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승무원들과의 연락이 끊긴 채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구요.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47년이 배경입니다. 미국의 지도를 밝혔다는 탐험가들 이름을 딴 '루이스 앤 클락' 호가 그 실종된 배로부터 7년만의 교신을 받고 탐색 및 구조 업무를 띄고 급파되구요. 그 배엔 믿음직한 모피어스 로렌스 피쉬번 함장님도 계시지만 그냥 얼굴만 봐도 미친자 같은 우리의 샘 닐 박사님도 함께 타고 계시니 앞으로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하겠죠.
(영화의 명목상의 주인공들. 거의 다 장르의 도구 1, 2, 3... 같은 느낌입니다만. 우측 3번째 양반이 막판에 아주 뜻밖의 전개를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니 진짜 이런 영화에 저런 캐릭터가 나올 줄은...;)
- 워낙 유명한 영화이고 또 설사 안 봤어도 대략 스토리는 다 알고 계실 테니 요약은 대충 했습니다. 사실 스포일러 없이 쓰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죠. 기본 설정만 봐도 결말까지 다 보이는 영화니까요. 그래도 결말부의 전개에서 살짝 제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어서 결말 언급은 안 하기로 맘 먹고 스포일러 없다는 말을 달아 놨습니다만. 중반까지의 전개 정도는 괜찮겠죠. 다시 하는 말이지만, 어차피 다들 아시잖아요. ㅋㅋㅋ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사건의 지평선님이십니다. 혹시 우주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봐 이마에 명찰 붙이고 있습...)
- 필모그래피의 거의 전부를 이미 존재하는 영화, 게임의 개작 작품들로 채우고 있는 참으로 드문 감독 폴 앤더슨의 초기작입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본인 오리지널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워해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해서 프리퀄 성격으로 기획된 거였다구요? ㅋㅋ 맘대로 각본 써 놓고 그 쪽에 컨택했다가 허락을 못 받아서 대충 워해머 관련 이야기를 들어내고 관계 없는 작품으로 완성된 게 이거라고 합니다. 아니 대체. ㅋㅋㅋㅋㅋ
근데 그거랑은 또 다른 방향으로 폴 앤더슨의 오타쿠스러움이 강력하게 드러나는 영화였습니다. 뭔가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어디서 본 장면, 설정, 전개로 일관해요. 전형적인 유령선 이야기의 우주 버전이기도 하지만 에일리언, 헬레이저에 솔라리스와 샤이닝까지(이 장면에선 진짜 웃었습니다 ㅋㅋ) 온갖 SF, 호러 영화들의 설정과 명장면 짜깁기로 끝까지 달리는 영화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히려 아예 원작이 있는 영화들에 비해 훨씬 더 오타쿠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작이 있으면 한 작품만 갖고 덕질을 하지만 이렇게 원작이 없으니 오만가지 명작들의 콜라주가 되어 버리잖아요. 마치 폴 앤더슨의 추천 영화 플레이리스트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네요.
(아무래도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에일리언' 1편이겠죠. 여기엔 리플리 같은 캐릭터는 없지만요. 여성 캐릭터들이 다 별로에요.)
- 문제는 이게 정말 폴 앤더슨스럽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요. 시작부터 끝까지 엄청 우울하고 끔찍하며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인데도 가볍습니다. 그게 다 유희 같고 진지함이 안 느껴지니까요.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인물들은 이벤트 호라이즌호에 올라서 본인들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애초에 캐릭터들이 제대로 구축이 안 되어 있고 그 트라우마들도 '그런 게 있다'는 식으로만 가볍게 언급되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에 전혀 공감이 안 됩니다. '응. 대충 그런 게임을 의도하는 각본이구나'라는 생각만 들죠. 장면들을 부분부분 떼어 놓고 보면 꽤 폼도 나고 그럴싸한데, 저언혀 이입이 안 되니 다 그냥 가볍고 하찮게 느껴지는 겁니다. 심지어 막판까지 가 보면 아예 트라우마가 없는 놈도 하나 있고 그래서 그런지 이 놈은 한참 아주 장엄하게 절망적이어야할 상황에서 혼자 코믹 액션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진짜 뭔 생각이었는지. ㅋㅋㅋㅋ
그나마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주역 캐릭터 둘을 샘 닐과 로렌스 피쉬번이 맡아줘서 다행이었죠. 이 분들 연기가 없었다면 영화의 인상이 한참 더 가벼워졌을 거에요.
(아니 그러니까 대체 존 카펜터의 In the mouth of madness는 언제 vod 나오냐구요. 10년째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ㅠㅜ)
(올해도 'Death to 2022' 기다리고 있는데 안 나오나보네요. ㅠㅜ)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훗날 획득한 명성과 인기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분위기 하나는 끝내주더라구요. 일단 요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참으로 간지 폭발입니다. 되게 납득이 안 가는 방향으로 괴상하게 생겨 먹었는데 어쨌든 외견상 분위기는 쩔구요. 실내 공간들도 다들 첨단은 첨단인데 뭔가 중세 사디스트들이 디자인한 느낌으로 위험하고 괴상한 분위기가 풍겨지도록 잘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이런 어두컴컴 변태스럽고 위험한 분위기 좋아하는 호러팬들에겐 정말 맘에 드는 테마 파크 같은 느낌을 주고요. 내내 눈호강 하는 기분이 들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흡족했구요.
(비주얼로는 정말 깔 수 없습니다.)
(미술 담당하신 분이 배우신 변태님이라고 확신하며 봤지요.)
- 바로 조 위에서 얄팍하다고 신나게 깠지만, 어쨌든 이렇게 훌륭한 그림과 분위기 속에서 좋은 배우들이 열일을 해주니 분위기는 꽤 잘 잡힙니다. 적어도 클라이막스에서 벌어지는 박사님의 갑작스런 핀헤드 흉내 & 메타 휴먼 빌런화 직전까진 꽤 좋았어요. 뭐 클라이막스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이야기 설정상 물리적 액션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을 갑자기 우주 액션/호러 영화 클리셰 액션들로 채우고 마무리 해 버리니 좀 벙찌더군요. 앞서 말했듯이 난데 없이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코믹 액션을 벌이는 한 캐릭터 때문에 더 그랬구요. 기왕 샘 닐까지 캐스팅했는데 그냥 '매드니스' 풍 엔딩으로 갔다면 훨씬 그럴싸했을 것 같지만. 훗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경력을 가득 채울 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걍 '이 정도면 애썼다'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게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딱 '데드 스페이스'를 떠올리실 장면. 그 게임 만든 분들이 진짜 이 영화 열심히 베꼈더라구요.)
(도대체 말은 안 되지만 말 되기를 포기하고 디자인과 분위기에 올인한 결과물은 참 좋습니다.)
- 아.. 뭐 더 할 말이 있을까요.
암튼 이 글에서 깔깔대며 비웃는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잘 봤습니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빌런도 그냥 짜증나고 웃겼지만 그래도 탁월한 미술 디자인과 의외로 돈 많이 쓴 느낌 낭낭한 특수 효과, 그리고 몇몇 배우들의 하드캐리 덕에 '분위기'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어요.
어차피 한 시간 반 밖에 안 되는 영화인데 런닝타임 한 10여분이라도 더 써서 캐릭터 구축을 강화하고 클라이막스의 그 갑작스런 액션 영화 전개만 고쳤어도 훠얼씬 좋아졌을 것 같았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무려 25년간 회자되며 네임드 SF 호러 무비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은 충분하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옛날에 케이블에서 부분부분 여러 번 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각잡고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숙제 시간이었네요.
+ 우주, 지옥, 악마라니. 둠가이가 출동해야할 사안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빌런님의 마지막 상태를 생각하면 정말 둠가이가 해결할 수 있는 사건 같기도 했구요.
(지옥에서 온 악마 빙의 캐릭터 주제에 총 같은 거 쓰지 말라고!! 몽둥이 들고 몸싸움 하지 말라고!!!!)
++ 또 한 가지 이 영화에서 맘에 들었던 건 로렌스 피쉬번의 함장 캐릭터였어요. 보통 이런 영화에서 '함장' 같은 캐릭터들은 다 상황 꼬이게 만드는 빌런급 포지션이게 마련인데, 샘 닐의 미친 박사님이 그런 역할을 다 가져가 버리고 피쉬번 아저씨는 간지나고 멋진 일만 하더라구요. ㅋㅋ 그렇게 판단 확실하신 분이 어째서 샘 닐이 그렇게 맘대로 하도록 냅뒀는지는 이해가 안 가지만, 뭐 이 각본 속 캐릭터들의 전반적인 상태를 생각하면 그걸 특별히 콕 찝어 단점이라 지적하는 게 영 무의미해 보이구요.
+++ 감상을 마치고 나서 '아, 그렇다면 비슷한 걸로 이어서 다음은 솔라리스다!' 라고 생각했는데. 재생 직전에 런닝 타임을 보고 굳었습니다. 2시간 45분이라니. 켁;; 분명 이걸 20세기에 비디오 테이프로 한 번 봤었는데. 그 때의 저를 칭찬하고 싶어지네요.
++++ 어차피 구멍 투성이 시나리오지만 중간에 한 선원이 이벤트 호라이즌에 남겨진 음성을 해독하는 장면에선 정말 쿡쿡거리고 웃었어요. 아니 이미 정부 쪽 통해서 다 분석, 검토 지나간 영상인데 그 전문가들이 라틴어를 못 알아들어서 다 그냥 넘겼다구요??? 각본가님 양심 좀! ㅋㅋㅋ
+++++ 그래서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1개월째 멜론 1위에 고정 중이네요. 이러다 이 상태 그대로 봄 맞겠어요.
2022.12.11 08:12
2022.12.11 09:16
아 참 윤하 씨에게도 제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세요!
2022.12.11 10:34
감사는요. ㅋㅋㅋ 정말 캐릭터들 사연에 전혀 이입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이런 류의 호러 영화에서 부모-자식간 트라우마를 소재로 쓰는 경우가 정말 흔한데, 이 영화의 부모-자식 트라우마만큼 100% 아무 느낌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네요. 영문도 모르게 하잖아요. 아들의 환상을 보네? 아들이 아팠나 보네? 근데 뭐??? ㅋㅋㅋㅋ
그래도 비주얼은 워낙 근사하다 보니 호러팬들 중에 이 영화 매니아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이야기와 캐릭터가 그냥 평범한 정도만 해줬어도 명작 근처까진 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막판 전개는 정말 코미디 맞죠. ㅋㅋㅋ 특히나 그 '쿠퍼'라는 기술자 양반의 쌩뚱 대활약 덕에... 대체 뭔 생각으로 각본을 쓴 건지...;
2022.12.11 08:54
감사합니다.
우울했던 대학원, 기숙사 휴게실에서 새벽에 케이블티비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
2022.12.11 10:34
어쩌면 그렇게 계획 없이 한 밤중에 문득 봐버리는 게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인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ㅋㅋ
2022.12.11 11:29
이런 스토리/장르는 뭐랄까 거장이 와도 결말짓기가 어렵지 않나 싶어요 <스피어>나 <어비스>도 결말이 그저 그렇단 말이죠. <에이리언>도 그냥 괴물이야기에서 창조, 심연, 이런거로 들어가니 결말보기는 틀린 것 같고... 고윤하씨는 그 옛날 <인간극장> 시절이 문득 생각납니다.
2022.12.11 22:37
'스피어'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어비스'나 '에일리언'은 그래도 상대방이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경우잖아요. 이 영화는 '나는 악마라능~ 깔깔깔' 거리는 적을 액션으로 (그것도 코믹을 섞어서!) 상대해 버리니 그 영화들에 비해서 확실히 구리다고 말할 수 있겠죠. 뭐 애초에 감독의 특기가 이야기는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구린 건 구린 것이니!! ㅋㅋㅋ
2022.12.11 12:20
저는 제목하고 스틸샷 이미지들만 자주 봤고 한 번도 작품 자체를 감상한 적은 없었는데도 처음에 써놓으신 기본설정과 등장인물들만 봐도 전개는 대부분 짐작이 가네요 ㅋㅋ 제작당시만 해도 이미 이런 장르 매니아들에게는 지겨운 소재와 설정을 짜집기했을 정도니 무리도 아니겠죠.
그런데 정말 프로덕션 디자인은 예술이군요. 돌이켜보니 레지던트 이블 1편도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떠나서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세계관 구현을 시각적으로 잘해내고 분위기도 그럴싸하게 자아냈던 것이 생각나네요. 게임팬들은 게임이랑 별로 안비슷하다고 불만이 많았었지만 ㅎㅎ 속편들은 제대로 안챙겨봐서 모르겠네요. 어쨌든 밀라 요보비치랑 인연 맺어서 결혼하고 이쁜 아이들도 낳고 큰딸은 블랙 위도우 아역으로 나왔었죠. 최근엔 몬스터 헌터인가 또 게임원작 영화로 돈 잘 벌고 작품성 그까이꺼 뭐에 쓰나요 이게 진정한 인생의 위너!!
2022.12.11 22:39
올려주신 짤도 간지 폭발이군요. ㅋㅋ 확실히 뭐 하나라도 특기가 있고, 그냥 그 특기를 살리는 방향으로만 죽어라고 열심히 판 결과가 지금의 그 위너 라이프 아닌가 싶습니다. 뭐 모두가 예술성, 작품성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하하.
암튼 호러 팬으로서 이 영화의 미술 디자인은 정말 칭찬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이야기가 조금만 더 평범한 수준으로라도 멀쩡했음 아주 좋았겠지만 뭐 보는 동안 눈호강 했으니 더 따지지 않으렵니다. ㅋㅋㅋ
2022.12.11 16:10
2022.12.11 22:39
그 종이 접어 구멍 뚫기는 꽤 오래전부터 봐 온 거라서 이 영화에서 보고도 '음 또 이거네'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이미 25년 묵었으니 사실은 이게 원조일 수도 있겠어요. ㅋㅋㅋ 이런 건 어디서 확인하죠.
2022.12.12 19:31
2022.12.12 21:08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그냥 웜홀과 관계 없는 버전은 분명히 어렸을 때 본 경험이 있습니다. 퀴즈책 같은 데서 본 것 같아요. 이 종이 위에 점 둘을 찍었을 때 둘을 연결하는 가장 가까운 거리는? 이런 식으로요. 근데 웜홀 설명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애초에 웜홀 설명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검색해보니 대략 30분 정도나 잘렸다고 하던데. 폴 앤더슨은 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건지... ㅋㅋㅋ 옛날에 들었던 입소문에 비해 고어 장면은 정말 짧았는데 그 시절 사람들에겐 30분 잘린 현재 버전도 꽤 강도가 높았었나봐요. 그러니 그런 걸 30분이나 더 넣는 건 제작사 입장에선 용납이 안 됐을 듯. ㅋㅋ
2022.12.16 17:45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1) 선장인 로렌스 피쉬번의 빠른 판단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지요. 끔찍한 비디오를 보자마다 We're leaving 이라고 바로 떡하니 말하는데 다른 영화의 선장님 같았으면 남아서 조사해보자 등등 할텐데 선장님이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냉큼 바로 뜬다! 라고 하니 얼마나 현실적인 리더신가요.
2) 워해머 말씀도 하셨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워해머 설정상 워프 항해를 할 때 황제님의 인도가 없으면 옆길(!)로 빠지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워프를 시도했으니 결국 지옥에 다녀오게 되었다, 라는 큰 줄기는 잘 맞춘 것 같기도 합니다. :)
누군가가 이 영화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길 기다렸는데 25년만에 뜻을 이루네요. 감사합니다. ㅜㅜ
호러를 제법 보는 친구1은 이 영화를 제일 무서웠던 영화로 꼽았거든요. 그래서 다른 호러 팬 친구2와 이 비디오를 빌렸죠.
앞은 그럭저럭 볼 만했고 어차피 무서운 건 뒤에 있다고 해서 참을 수 있었어요. 욕조 씬에서 드디어 나온다 꿀꺽 했는데...뒤에는 코메디가 있던데요...ㅜㅜ
친구2와 제게 평생의 의문으로 남은 영화입니다.ㅋㅋㅋㅋㅋ
친구1은 본인의 죄책감과 마주하는 게 진짜 무섭지 않느냐, 극단으로 가면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봐라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전 납득을 못 했어요.
공포도 개인차가 크다는 걸 알지만 그것도 ' 그 정도로 무섭진 않더라' 정도이지 뭔 소린지 전혀 안 무섭더라는 아니지 않나요.ㅋㅋㅋㅋ
늘 죄책감을 친구 삼아 사는 자라 그렇다, 그것과는 반대로 기독교적원죄의식-내용을 거의 잊어버렸는데 저는 후반부가 어딘가 기독교적이라고 느꼈어요- 에 전혀 젖지 않은 이교도라 그렇다,대낮에 비디오로 봐서 몰입이 안 됐다 등등의 가설을 세워봤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았죠. 하하 ㅜㅜ
글을 읽고 보니 왜 그랬는지 감이 좀 잡힙니다. 시원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