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호화 출연진과 함께했던 '나이트메어 엘리'는 깔끔하게 잘 빠졌고 프로덕션 디자인과 비주얼도 눈이 대호강하는 수준이었지만 마음이 크게 가는 작품은 아니었고 대중들과 비평가들에게 모두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는 훌륭한 모양새이면서도 본인 특유의 인장도 살아있었던 '셰이프 오브 워터'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많은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극장 선개봉을 했고 어제 넷플릭스에 공개된 '길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보니 절친 두 명과 비교하면 살짝 기복이 있지만 정말 제대로 나왔을 때는 가장 마음에 와닿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역시 이 분이 아닌가 싶네요.



이제 애니메이션에도 뭔가 새롭고 참신한 기법은 기대하기 어려울 때 이렇게 진정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스톱모션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니 묘한 감흥이 있습니다. 애니라서 그런지 공동연출을 했는데 찾아보니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만든 마크 구스타프슨이군요. 원작이야 뭐 설명이 따로 불필요하고 너무나도 길예르모스럽게 스토리를 각색했고 모든 캐릭터가 길예르모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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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디자인도 참 길예르모 답죠? ㅋㅋ 이야기 배경은 1차대전 후 무솔리니 지배 하의 이탈리아입니다. 그래서 주인공 피노키오가 겪는 고난과 성장은 전부 그 시대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죠. 어린이들에게 우상숭배 교육을 시키고 전쟁에까지 동원하려는 파시스트들, 살아있는 꼭두각시 인형을 이용하여 아동착취로 돈을 벌어먹으려는 장사꾼 등등이 나옵니다. 그래도 '판의 미로'처럼 정말 꿈도 희망도 없도록 동심파괴는 아니고 저런 뉘앙스들을 깔아주면서도 원작의 요소들을 잘 살려서 마지막 마무리까지 훌륭하게 안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델 토로 본인이 하고싶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죠. 제 감상은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보다가 새벽에 눈물 좀 뺐네요.



전작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된 출연진들의 목소리 연기가 영화를 잘 살려주고 있네요. 피노키오 역의 아역은 물론이고 크리켓 역의 이완 맥그리거, 제페토 역의 데이빗 브래들리 등 다들 훌륭합니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너무 비슷한 악역들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평소에 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기깔나게 잘합니다. 이태리 억양의 영어도 찰지고 악역에 자주 캐스팅되는 이유가 다 있는거겠죠 ㅋ 케이트 블란쳇이 어떤 역할일까 궁금했는데 엔드 크레딧에서 확인하고 뒤집어졌습니다. 설마 그 역할일줄이야 ㅎㅎㅎ 참고로 최소한 첫번째 엔드 크레딧 송은 끝까지 감상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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