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8 18:35
- 201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7분. 장르는 일단 스릴러인 걸로. 스포일러는 안 하겠습니다.
(이상하게도 공식 포스터들 중 대부분이 스포일러성이라, 그나마 덜한 걸로 골라봤습니다.)
- 한 여성이 디카에 남긴 영상 편지로 시작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안하지만 우린 끝이야.' 그걸 보고 슬퍼하는 남자.
그 남자가 술집에 가서 혼자 술을 퍼마시다 거기서 일하는 미녀와 눈이 맞아요. 다짜고짜 집으로 데려가서 뭐... 음...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됩니다만.
다음 날부터 바로 수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경찰이 찾아와서 남자에게 이것 저것 캐묻는데 처음의 그 영상 편지 주인공이 실종됐다는 겁니다. 아무리 봐도 남자를 용의자로 생각하는 폼이고. 집에선 자꾸만 이상한 소리 같은 게 들려요. 귀신인가! 하고 겁을 먹는 여자 주인공님이지만 그래도 요 남자가 넘나 맘에 들어서 좀 더 있어 보려구요. 그런데...
(주인공 1번. 특징 : 예쁩니다.)
- 저 바로 위의 '그런데...' 까지가 대략 런닝타임 1/3 시점인데. 여기에서 갑자기 과거로 점프합니다. 실종된 전 여자 친구와 남자가 연애를 시작하는 부분부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구요.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떤 놀이를 시도하는 건지 아시겠죠. 같은 사건과 상황을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보여주며 재구성하고, 그냥 무심히 보고 넘겼던 장면들에 새로운 의미를 첨가하면서 반전의 반전 파티를 하는 겁니다.
참고로 맨 위에 적은 도입부 이야기가 대략 30분. 그리고 과거로 점프해서 이야기 진도를 다시 따라잡는 데 또 30분 정도가 걸려요. 그러고나선 이제 시점 관계 없이 A & A' 이후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다가 끝. 말하자면 A - A' - B 같은 형식이라 하겠습니다.
근데 그렇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하나가, 대략 런닝타임이 40분 정도 흐른 뒤의 이야기, 장면들은 죄다 스포일러에요. 그래서 할 말이 많지 않고, 결정적으로 쓸만한 짤을 충분히 찾기가 힘드네요. ㅋㅋㅋ 그래서 이번엔 정말 짧게 가 보는 걸로.
(주인공 2번. 특징 : 예쁩니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점을 찾자면 바로 A' 부분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밝혀지는 순간 '뭨ㅋㅋㅋㅋ얔ㅋㅋㅋㅋㅋㅋㅋ'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ㅋㅋ 막 끝내주거나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닌데, 그냥 의표를 찌릅니다. 뜻밖이구요.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A 파트 장면들의 새로운 의미' 퍼레이드도 나름 재미있구요. 보통 이런 전개는 재미 없기가 힘들죠.
사실 그 진상이란 게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렇게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에 한동안은 좀 어이가 없고 '이거 장르가 코미디였음?' 싶다가, 조금 지나면 오히려 모 인물의 심정에 아주 적극적으로 이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고 하찮은 일로 그렇게(?) 되다니. 저 같으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다 환장할 듯.
(아니 그러니까 무서우면 그냥 도망가라고... 라는 생각이지만 극중에서 나름 이유는 나와요. 그만큼 남자에게 꽂히기도 했고. 또 그 남자가 돈도 많...)
- 그렇게 같은 시간대를 두 번 반복한 후 이어지는 마무리 파트, B 파트도 뭐 무난합니다. 그 상황에서 나옴직한 전개를 가지고 캐릭터들을 잘 굴려서 이러쿵 저러쿵 잘 이어가요. 다만 문제는 결말인데요. 충격! 보다는 다소 '탈력'에 가까운 인상을 남기며 끝이 납니다. 뭐 어차피 그 상황에서 가능한 선택지가 거의 없었긴 하지만. 그래도 좀 별로였어요. 그 때까지는 그래도 감정 이입을 잘 시켜가며 끌어온 이야기인데 결말은 그 이입이 거의 산산조각 나는 식으로 맺어지거든요. 그냥 좀 엔딩을 위한 엔딩이랄까.
(내가 바로 마성의 '그 남자'로소이다.)
- 의외로 로맨스의 기운이 매우 강력한 영화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엔 다 '사랑' 이야기거든요. 다만 그게 한국식 순애 로맨스와는 아주 거리가 먼, 서양 열정의 나라들(스페인, 콜럼비아 합작 영화이고 주인공들도 스페인, 콜롬비아 사람들입니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러니까 치정에 가까운 격정 로맨스구요. 떡밥 깔고 회수하고 반전 때리고 하느라 이 양반들 사랑 이야기 자체는 아주 얄팍합니다. 이들의 사랑 보다는 그 사랑 때문에 인생 망하는 부분에 더 중심을 두는 이야기이고 감정 이입이 가능한 부분도 그 쪽이죠. 다 보고 나니 '라빠르망' 생각도 좀 나더라구요. 이야기가 비슷한 건 아닌데, 정서가 많이 비슷합니다.
(과연 또 하나의 '남자가 잘못했어요' 영화일 것인가!!!)
- 대충 결론 내겠습니다.
반전 아이디어를 위해 전체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짜낸 듯한 인상의 영화입니다. 연출, 호흡도 괜찮고 전개 속도도 무난하고. 예쁘고 잘 생긴 배우들이 나와서 평범하게 좋은 연기 보여줍니다만, 어차피 캐릭터와 드라마보단 그 아이디어를 살려내는 게 주된 목적인 영화라서 그렇게 진지한 눈으로 봐주긴 힘들었구요.
그래서 뭐 오래오래 기억할만한 무언가는 아니지만 그냥 소박한 기대감을 갖고 한 시간 반 즐겁게 때우기론 충분히 재밌는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왜 가끔씩은 막 잘 만들고 훌륭하다는 영화들 말고 걍 적당히 모자라도 적당히 재밌는 영화들이 땡길 때가 있잖아요. 딱 그 정도 역할은 잘 해주는 작품이었네요.
+ 등장 인물들이 쓰는 폰이나 카메라를 보면 되에게 옛날 처럼 보이는데 2011년... 이미 아이폰도 4까지 나왔을 시절인데 말이죠.
++ 한국에서 리메이크 됩니다. 송승헌과 조여정이 나오고 감독은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라고.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도 드는 게 이 영화도 상당히 야합니다. 베드씬도 여러 번 나오고 샤워씬도 자주 나오고 그래요. 그리고 다행히도 남자 주인공에겐 연기력이 1도 필요하지 않네요.
+++ '라빠르망'도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볼까... 하는 영화인데, 사실 그냥 두 여배우 미모들 때문이고 영화는 그렇게 재밌게 보지 않았어요. 사실 전 그 영화가 로맨스물인 줄 알고 보러 갔다가 중반 이후 전개에 당황했었거든요. ㅋㅋㅋ 결말은 더 황당했구요. 특히 모니카 벨루치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이...
++++ 글 제목에 대해 살짝 부연을 하자면. 다음이나 네이버 등지의 영화 소개 문구는 스포일러입니다. 포스터도 이 버전 말고 다른 것들은 조금씩 스포일러에 가까운 정보가 있구요.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면 그냥 스포일러가 막 튀어 나옵니다. 혹시 보시려거든 뭐 찾아보지 말고 다짜고짜 재생 버튼 눌러서 바로 보세요.
2022.11.19 00:53
2022.11.19 10:24
2022.11.19 12:04
말 나온 김에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Wicker Park)를 처음으로 봐볼까 싶기도 합니다. 할리우드 식으로 말랑말랑하게 각색했다는 반응이 많아서 꺼려졌는데 오히려 원작에서 너무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힐링(?)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ㅋㅋ 할리우드 대세 청춘배우 시절 조쉬 하트넷에 다이앤 크루거가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를 대신하고 로만느 보링거의 역할은 제가 사랑하는 로즈 번이네요.
2022.11.19 14:52
2022.11.19 19:31
어디 서비스하는 곳은 없는 것 같고 네이버, 구글에서 천원에 볼 수 있네요. 그런데 평은 정말 안좋군요. 로튼 신선도 27% ㅋ 아마 맥스 캐릭터가 이 버젼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순진한 녀석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네요. 조쉬 하트넷이 뱅상 카셀의 후반부 그 비열함과 싸이코패스(?)적인 느낌을 내리라고는 상상이 안됩니다.
2022.11.20 09:09
천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입된 OTT가 너댓개에 볼 게 수백개씩 쌓여 있는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들이게 되면 '굳이...'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ㅋㅋㅋ 왓챠 찜 목록도 가입 1년을 향해 가는 와중에도 점점 늘어나기만 하구요. ㅠㅜ
말씀대로 왠지 그런 방향으로 고쳤을 것 같아요. 결말도 그냥 해피엔딩일 것 같구요. 근데 사실 조쉬 하트넷은 비열한 역할도 잘 어울리게 생겼지만요. 착한 척 하는 빌런 미소 딱이지 않습니까? ㅋㅋ
2022.11.19 14:14
로만느 보링거가 아니라 로만느 보랭제 아닌가요? 아버지가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정부>에 나왔던 리샤르 보랭제예요. 지금도 보링거로 표기하나요, Charlotte Gainsbourg는 갱스부르라고 하면서 ㅋㅋㅋ
2022.11.19 14:55
2022.11.19 15:15
2022.11.19 16:04
그 당시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표기는 심플하게 오피셜(?)대로 했네요.
https://m.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m&sm=mtb_etc&mra=bkEw&pkid=68&os=1749363&qvt=0&query=%EC%98%81%ED%99%94%20%EA%B3%A0%EB%B0%B1%20%EC%B6%9C%EC%97%B0%EC%A7%84
보링거, 보랭제입니다. 핫하.
2022.11.19 16:09
감독 이름도 끌로드 밀레가 맞을 거 같은데 밀러 ㅋ
진짜 중구난방 ㅋ
2022.11.20 09:22
다 20세기에 이미 알려진 분들이고, 그 당시엔 영어식으로 표기해서 어색하지 않음 걍 영어식으로 표기해 버리는 일이 많이 있었죠.
근데... 이렇게 댓글 이어간 김에 끝장을 보려고 네이버 DB에서 당시 기사들을 검색해보니. 제 기억과 다르게 그 당시에도 '보링거' 표기가 대세였군요. 매체마다 다른데 조선일보만 '보랭에'라고 표기했고 다른 매체들은 거의 '보링거'였어요. 심지어 씨네21도.
다만 거의 과반의 매체가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만 언급하고 우리 로만느씨는 스킵. 심지어 괴상한 이름으로 표기한 곳도 있네요. '로거'는 대체 누구람. ㅋㅋㅋㅋ
남주도 상당한 훈남이지만 여주가 정말 이쁘네요. 언제 휴일 오후에 한가할 때 한 번 달려봐도 괜찮을 것 같은 내용과 감상입니다.
라빠르망... 이것도 2000년대 초 인터넷에서 영화팬들 사이에서 입소문 꽤 돌았던 작품이죠. 말씀대로 그냥 적당히 분위기 있는 불란서 로맨스물인 것 같다가 갑자기 전개가... 뒤통수 쎄게 맞긴 했는데 그만큼 재미는 있었어요. 마지막에 잘 마무리되는 것 같다가 갑자기 또 멕이는 이 감성은 뭐지? 싶기도 했구요. 모니카 벨루치 캐릭터 엔딩이 기억이 안나서 줄거리 찾아보니 정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네요 ㅋ 사실 당시 전세계 여신으로 추앙받던 모니카 벨루치 하나 때문에 봤던 작품인데 다 보고나니 로만느 보링거라는 배우의 매력에 한동안 푹 빠지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표정연기 때문에 황당한 가운데서도 뭔가 여운이 남았어요. 그런데 '히든 페이스'라는 영화 바낭글인데 그걸 안봐서 라빠르망 얘기만 댓글로 달아버린 셈이라 약간 뻘쭘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