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9 17:52
1. 에놀라 홈즈 2 (2022) - 넷플릭스
(액션 배우로 거듭난 밀리바비브라운?!!)
2년 전 나왔던 에놀라 홈즈의 후속편입니다.
1편은 낸시 스프링스의 원작도서 "The Enola Holmes Mysteries) 중 1권에 기반한 내용이었고,
이번 속편은 책과 상관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내용중 "일부"는 도입부에 나오다시피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했죠.
전편에서 "사라진 후작"과 관련된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에놀라는 호기있게 탐정 사무소를 차리지만, 오빠인 셜록홈즈의 후광에 가려 제대로된 의뢰를 받지 못하고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합니다.
막 짐을 싸고 사무실을 비우려던 중 찾아온 성냥공장 소녀 "베시"가, 사라진 언니 "사라 채프먼"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실종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려고 성냥공장으로 위장취업(?)한 에놀라는 사라가 사무실 금고 안에 있던 서류 중 일부를 가져갔다는 걸 확인하고, 그러한 과정 중 시종일관 자신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사라의 동료 "메이"에게 수상함을 느껴서 뒤를 밟게 됩니다. 메이는 낮에는 성냥공장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파라곤"이라는 극장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였으며, 사라도 같은 곳에서 일을 하였음을 알게되고 사라가 그곳에서 남자를 만나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과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애편지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형식과 분위기는 1편과 비슷하고,
밀리바비브라운의 발랄한 매력도 백분 살리고 있습니다.
1편과의 차이점이라면 셜록 홈즈 역의 헨리 카빌 비중이 훨씬 늘어난 것, 그리고 셜록 홈즈 원작의 캐릭터들을 여러 방식으로 동원하여 깨알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 점입니다.
(대놓고 셜록 홈즈 팬들을 노리고 깜짝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있죠ㅎ)
(덤으로 1편의 잘생긴 후작까지)
제가 느끼기엔 그러한 노력들이 대체로 성공하였고,
특히 실제 1888년 있었던 성냥공장 소녀들의 파업을 활용한 시나리오가 영리해 보였습니다.
물론 딱 오락영화 정도의 깊이로 활용되긴 했지만
시리즈의 전반적인 방향과도 맞는 실화 활용이었지 싶습니다.
에놀라 홈즈가 화면에 대고 이야기하는 방식도 1편과 같이 계속 사용하였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긴 하지만 전 그냥 귀여워보였습니다ㅎ
전반적인 추리 과정도 막 감탄을 자아내기보다는 그냥 1편과 비슷하게 귀엽게 봐줄만한 추리/트릭들이었던 것 같고요.
1편을 즐겁게 보신 분은 다시 한번 즐겁게 즐기실만한 작품이고(-> 제 경우!!)
1편에 별다른 재미를 못느끼신 분들은 2편을 보고도 비슷하게 느끼실 가능성이 높은 속편이었습니다.
2. 그 남자, 좋은 간호사 (2022) - 넷플릭스
원제는 "The good nurse" 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는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실화에 대한 찰스 그레이의 저술 "The Good Nurse: A True Story of Medicine, Madness, and Murder"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될 때 "그 남자, 좋은 간호사"라고 출간되긴 하였는데, "그 남자"라고 명시한 부분은 작가의 의도에 맞는 의역인지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뉴저지의 파크필드 기념병원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이고, 에이미는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싱글맘이면서 심근병을 앓고 있지만 보험적용을 받기에는 근무일이 모자라고 직장에 병을 밝히면 해고될 것이 뻔하여서 숨기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시스템이 또하나의 빌런...ㅎ)
같은 병원에서 새로 일하게된 찰리(에디 레드메인)는 전처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 가까이 이사오기 위해 직장을 옮겼다고 이야기하는데, 에이미의 이러한 어려운 사정을 알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그러다가 에이미, 찰리가 번갈아 보던 환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는데, 병원 관계자는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 영화의 "그 남자"는 1988년부터 간호사 일을 시작하여서 2003년까지 400여명의 환자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이코패스라고밖에 볼 수 없는 당사자도 문제이지만 그가 몸담았던 병원들이 모두 조용하게 넘어가려고 덮어둔 면도 컸다는 게 영화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 대해 서스펜스극보다는
두 훌륭한 연기자(에디 레드메인,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에 힘입은 사실적인 묘사와 심리극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화의 주인공 에이미 로프런은 더이상 간호사일을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연기자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니 차스테인보다 훨씬 다부진 이미지이긴 하더군요.
위키피디아를 보면 도청 과정에서 에이미의 심장 페이스메이커가 영향을 받을까봐 경찰들도 도청기를 착용하는 데에는 반대했는데 에이미가 하겠다고 강하게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다부진 성격이 맞는 것 같죠ㅎ
3. 닥터 데스 - 웨이브
연쇄살인마 간호사에 이어 이번엔 연쇄살인마 의사입니다.
웨이브에 올라있는 시리즈인데, 사실 이걸 보려고 웨이브를 구독한 건 아니고 왕좌의 게임 프리퀄을 보려고 구독했다가
OTT 플랫폼에 대한 몰이해;로 하우스오브 드래곤 마지막편(!)부터 시청해버리는 셀프 스포일링 참사를 벌였고
허탈한 마음에 이미 결제한 구독료값을 뽑으려고 웨이브에 올라있는 다른 시리즈들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시리즈는 매우 잘 고른 것 같습니다.
위의 "그 남자, 좋은 간호사"처럼 미국 내에선 유명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간호사 사건처럼 그 명망 높은 MBC 재현 다큐(!) "서프라이즈"에 소개되었던 사연이기도 합니다.
포스터에 보이듯 조슈아잭슨이 악명높은 신경외과 의사 "크리스토퍼 던치"를 연기하고,
이 의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의사들을 알렉 볼드윈과 크리스챤 슬레이터가 연기합니다.
알렉 볼드윈이 연기하는 "로버트 핸더슨"은 척추수술 전문 신경외과 의사로, 크리스토퍼 던치가 수술했다는 환자의 재수술을 맡게 되었는데,
막상 수술부위를 열어보니 이해할 수 없이 엉망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후로 던치의 수술에 들어가보았다는 외과 의사 "랜달 커비"에게 던치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게 되고,
던치가 손댄 환자마다 죽거나 사지마비가 되었다는 무서운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이에 병원이나 의사협회에 던치의 의료활동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지만 제대로 협조해주는 곳은 없고 던치의 수술을 빙자한 상해 행위는 지속됩니다.
시리즈는 던치를 잡으려고 애쓰는 두 의사와 젊은 여자 검사 미셸 슈가트(애나소피아 롭)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시리즈의 연출가 세명은 모두 여성이고,
그 중에는 미드 "하우스"로 유명한 제니퍼 모리슨,
그리고 한국계 감독 "김소영"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연출을 보여주긴 하였는데,
저는 법정 이야기가 주된 후반부보다는 여느 공포물 못지 않는 섬뜩함을 보여준 매기 킬리 감독의 초반부 에피소드들이 더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앞의 2-3 에피소드들로 느낄 수 있는 공포가 "체르노빌" 시리즈를 볼 때의 공포와 맞먹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부분이,
위의 간호사 사건도 그랬지만 각각의 병원들이 보여준 소극적인 모습이 희생자를 더 늘렸다는 부분입니다.
이후로 여러가지 면에서 시스템이 개선된 것 같긴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이런 일이 어디서든 일어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간호사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용기있는 동료의 고발만이 유일하게 막을 수 있어 보이고 그 용기라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죠.
그래서 간호사 사건의 에이미와 닥터 데스 사건의 로버트 핸더슨, 랜달 커비가 더 대단해보이기도 하고요.
검사 미셸 슈가트도 이 사건을 맡은 뒤 유명세를 얻게 되었는데,
이 검사 역을 맡은 안나소피아 롭은 야무진 이미지로 정의감 넘치는 젊은 검사 역에 어울리긴 합니다.
(똘망똘망!)
다만 시나리오 탓인지 그닥 존재감은 약한 게 아쉽습니다.
윗치 마운틴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보고 마스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ㅎㅎ
(스포일러쟁이???)
닥터 데스는 무려 시즌2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있는데,
물론 크리스토퍼 던치가 다시 범죄를 벌이는 내용...은 아니고
"죽음의 의사"라는 명성(?)을 가진 또하나의 의사, 파울로 마리아키니에 대한 이야기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https://variety.com/2022/tv/news/dr-death-renewed-season-2-peacock-1235317059/
2022.11.09 18:43
2022.11.09 19:01
아 그러고보니 마이크로프트가 이번편에서는 안나왔군요ㅎㅎ
실화, 실존인물을 적절하게 섞은 시나리오가 꽤 좋았습니다.
에놀라 홈즈 이야기는 에놀라가 셜록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사실 또 셜록의 이야기가 상당수 섞여야 재미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ㅎ
말씀하신 유명 빌런 포함해서요ㅎ
그 남자 좋은간호사 관련 쓰신글 보면서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스릴러라고 보기엔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클라이막스인데 오히려 두 배우의 연기가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 남자가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긴 하겠어요ㅎ 실제로 본인도 범행하면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는 본인만 알긴 하겠죠ㅎ
2022.11.09 20:49
성서 스포일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려주신 셋 중에선 '닥터 데스'가 가장 제 취향일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웨이브는 지금 제 나와바리가 아니라서. ㅠㅜ
겨울 방학 때쯤에 또 반짝! 하고 한 달 계정 살려봐야겠네요. 그때까지 안 까먹도록 메모해두는 걸로. 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2022.11.10 10:52
웨이브 HBOmax 컨텐츠가 꽤 볼만하더라고요!!
(막상 닥터 데스는 HBO가 아니긴 하지만요ㅎㅎ)
닥터 데스 보고 그 다음으로 피스메이커 보고 있는데 더수어사이드스쿼드도 재밌게 봤지만 이거 너무 유쾌발랄하더군요ㅎㅎㅎ
HBO 컨텐츠때문이라도 구독 추천입니다ㅎ
(그에 반해 티빙 파라마운트는 별로였던 기억이...)
2022.11.10 08:24
2022.11.10 10:54
ㅎㅎㅎㅎ그쵸
셜록홈즈 역사상 제일 기발한 방식이었던 듯 합니다ㅎㅎ
1. 에놀라 홈즈 1편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정도였는데 2편은 꽤 재밌게 봤습니다. 1편에서 삼남매 중 한 명으로 나와던 샘 클라리핀이 스케쥴 문제로 부득이 빠져서 셜록 비중이 더 늘어났다는데 이건 전화위복이 된 느낌이었어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에놀라'의 얘기지만 그래도 명색이 셜록인데 그래도 전작에선 너무 카메오 느낌이었죠. 서로 적절히 돕는 남매탐정 케미가 좋았습니다. 추리고 뭐고 그냥 둘이서 초능력으로 다 쓸어버리면 될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ㅋㅋㅋㅋ
사라 채프먼의 당시 실화는 자세히는 몰랐는데 작품 보고나서 검색하면서 새롭게 공부가 됐습니다. 내용에 잘 맞게 녹여낸 것 같아요. 셜록 원작의 유명한 빌런 캐릭터의 변주도 맘에 들었습니다. 다만 자신의 동기와 나름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너무 노골적인 대사로 표현하는 건 살짝 아쉬웠네요. 저는 이런 메시지들을 지지하는 편이지만 이젠 조금은 세련되게 넣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한 모 캐릭터도 너무 반가웠죠.
2.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저도 올라왔을 때 바로 보고 추천글을 올렸었죠. 페이스가 느릿하긴 한데 두 주연배우의 열연으로 충분히 알차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연배우들도 잘 받쳐줬구요. 이 번역제는 영화를 다 보고나니까 나름 센스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남자'와 에이미를 구분해서 좋은 간호사로 따로 지칭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