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뉴욕 근교 마을의 가장 좋은 집에 프리우스를 타는 가족이 이사 옵니다. 그런데 이사오자마자 그들에게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정체불명의 편지가 와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던데 구체적으로 뭔지는 검색해도 안보이더라고요. 실화인지 아닌지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진짜 실화인지는 몰라도 편지 받는 거 정도는 있을 법한 일이다 싶었어요.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니까 미국문화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극초반부터 이 장르치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릴지도요. 저는 좀 나중에 알았어요. 미국에는 프리우스 운전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프리우스 운전자에게는 극단적인 방어운전 빌런의 이미지가 있는 듯해요. 너무 소심하고 다른 차들을 경계한다는 거죠. 이걸 처음부터 알았으면 좀 더 재밌게 봤을지도요. 어쩐지 금융 종사자 가족치고는 차가 지나치게 소박하다 싶었거든요. 게다가 노인들이 주로 사는 동네에 은색 하이브리드 차량이 돌아다니니 좀 쌩뚱맞아 보이기도 했고요. 


드라마 장르는 스릴러이고 위의 설정을 고려하면 블랙 코미디가 희미하게 얹어져 있다고 봐야겠어요. 여느 넷플릭스 스릴러처럼 과하게 잔인한 장면이나 극단적인 사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이 아주 매우 적습니다.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잔인한 건 싫어하는 시청자에게도 잘 맞을 듯해요. 내용적으로는 의심과 집착에 관한 이야기에요. 집덕후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구요. 한국이야 좋은 집은 무조건 아파트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이런 집덕후도 있고 그런가봐요. 한국이라고 아예 없지는 않겠죠. 가까운 지인만 해도 필생의 꿈이라며 가산을 단독주택 짓기에 쏟는 걸 본 적이 있긴 하거든요. 주거환경으로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과 집덕후는 또 다르겠지만요.


프리우스 오너가 뉴욕은 위험하다며 이사를 왔으니 당연히 위험한 일들이 벌어져야겠죠. 제작자가 프리우스 운전자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나봐요. 어떻게 해서든 그를 괴롭혀 주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시즌 전체에 흘러 넘치네요. 주인공 자신이 뉴욕에서조차 이런 위험은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하는 일들이 자꾸 가족에게 벌어집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 지고요. 그들을 의심하느라 민폐 이웃이 되어버려요. 하지만 주인공을 탓하기도 애매한게 그 동네 이사와서 가족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마냥 정상인들로 보이지 않는 건 또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그런 암시만 보여주지만 실제로도 이상한 걸 보여줄 때도 많아요. 


그렇다보니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고 시청자로서도 누가 범인일까를 계속 생각하게 되죠. 그러니까 관객과 머리 싸움을 벌이는 전통적인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를 잘 갖춘 드라마에요. 되게 혼란스러운데 또 너무 무겁지는 않고 그러면서 진행은 빠릅니다. 이런 장르적인 완성도가 잘 갖춰져 있어요. 스릴러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장르팬을 위해 만든 맞춤형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연성 차원에서도 그걸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재료들을 제법 찰지게 깔아 두었구요. 너무 급발진하는 주인공들이 가장 흠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리우스라는 장치를 알고 나니 처음부터 대놓고 밑밥을 깔아둔 거더라고요.


지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재밌는 스릴러가 나온 거 같습니다. 제작자와 캐스팅만으로 호감을 느끼실 분들도 제법 될 것 같구요. 이 장르에 빠질 수 없는 분이 한 분 나오십니다. 시즌1에서 잘 마무리 되었지만 시즌 2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만한 설정인 것 같아요. 제작비도 많이 안들였을 것 같아 보이던데 시즌 2 나오면 또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주인공이 민폐를 끼치는 방식이 주로 사람들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모욕해서 평판을 떨어뜨리는 건데요. 그들의 필사적인 공방을 보고 있자니 동양은 체면을 중시하고 서양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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