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0 13:34
대학 진학과 함께 부모님 집을 떠나 아무 것도 모르던 꼬꼬마 자취 시절을 거쳐 제대로 살림을 시작한지도 벌써 십오년 넘어갑니다.
더구나 동물들 포함 동거 가족이 항상 있어왔기 때문에 살림의 규모가 작지도 않습니다(최대 5인+3마리 시절까지 있었으니)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에 생활용품의 품질이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말하는 생활용품이란 건 예를 들면 키친타올 케이스, 빨래망, 칫솔꽂이 이런 거요.
코로나 조금 전부터 인테리어 붐이 불어 오늘의 집 같은 전에 없던 유통 허브까지 생겼는데, 거길 뒤져봐도 딱히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집을 유행하는 스타일로 예쁘게 꾸미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적절히 기능을 하는 무난한 제품이라는 선택지는 드물어요. 특히 유지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값싼 중국제 제품이 완제품 상태로 흘러들어와서 국내 중소형 소비재 제조업은 이제 고사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가격은 10년 전보다 싸졌는데 내구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돈을 주고 쓰레기를 사는 기분이라 아주 스트레스가 심해요. 더구나 요즘처럼 쓰레기 문제의 해결이 전지구적 과제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요.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면 적어도 더 비싸게 사더라도 상위급 선택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의외로 없습니다.
모든 게 다이소나 이케아 수준으로 맞춰져 있는 느낌....
어 뭐 그래요 그래봤자 소서민 형편이니까, 아주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아예 필요한 물건의 상황이나 처한 여건이 다르거나, 정 필요하면 맞춤 제작을 한다든지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데 거의 필수적으로 소용되는 물건들이 그렇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예를 들면 샤워볼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이래저래 여러 개가 필요한 상황이 있어서 다양한 곳에서 파는 제품을 사봤는데
가격대와 무관하게 절반 이상이 얼마 못 가서 가운데를 묶은 실이 풀려버려요.
샤워볼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중간중간 소독만 잘 시켜주면 사실은 반영구적으로 쓸 수도 있는 물건인데요.
끈이 풀려서 제대로 못 쓰고 버려야 한다면 얼마나 아까운 일입니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가운데를 끈으로 묶어서 계속 쓰고 있습니다만, 이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잖아요.
특정한 목적으로 개조하는 게 아닌, 일반적 용도로 지속 사용하기 위해서 추가로 뭔가 해야 한다는 게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물건 하나 사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걸 샀을 때 얼마나 튼튼할까를 십수번 고민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오프라인의 선택지는 너무 협소합니다. 대형마트, 다이소, 모던하우스 류의 생활소품점, 이케아, 조금 고가로 가면 백화점이나 무인양품 정도인 듯?
근데 진짜 다 별로에요. 백화점 물건이라고 딱히 신뢰가 가지도 않아요ㅠ 무인양품은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그런가 의외로 딱 제가 필요한 그런 물건이 없고.
온라인의 경우 제품 사진을 보면 그럴싸해보여도 후기를 꼼꼼하게 보면 품질이 일정치 않거나 마감 상태 등이 별로라는 내용이 꼭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대체 뭘 믿고 제품을 고르고 살 수 있지요?
방금도 결국 포기하고 중도 타협으로 다이소에서 싸구려 욕실 슬리퍼를 사오긴 했는데 썩 마음에 내키지가 않아서
요즘 정치권 뉴스를 제외하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 다른 분들의 사정은 어떠신가 한탄성 글을 한번 올려보았습니다.
2022.08.10 13:47
2022.08.10 14:09
물건을 만들고 구매하는 데 있어서 내구성이라는 조건은 고려 대상이 아니게 된 거 같습니다. 가격과 디자인만 합의되면 '쓰다 버린다'라는 식으로 생산과 소비 구조가 만들어져서 좀 괜찮은 적절한 물건 구하기 어려워요. 생활용품은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라 재활용은 좀 되는지 모르겠네요. 의류의 경우 저가 의류, 버려지는 의류에 대한 다큐를 봤는데 어마어마한 옷들이 어느 나라의 강변을 뒤덮고 있었어요. 안 팔린 옷과 한 철 입고 버리는 수많은 옷들이 수출되고 그 나라에서도 선택 안 된 건 버려지는데 옷의 들판에서 소들이 천조각들을 뜯어 먹고 있더군요.
2022.08.10 14:10
다이소 쓰다가 점점 고가로 가면 확실히 좋아지는 제품들이 있긴 한데, 말씀하신 샤워볼 같은 소모성 제품의 수명은 그게 그건 것 같네요. 옷도 그렇고 모든 게 주기적으로 버리고 새로 사도록 조성되어있는 것 같아요.
2022.08.10 15:32
2022.08.10 16:18
2022.08.10 17:06
저도 동감해요. 저는 그래서 샤워볼 버리고 싶은데 15년 된거 쓰는 중요.
추가로 저는 비누망 잘 쓰고 있어서 이런것도 있다 말씀드립니다. 아주 단순한 구조라 장인의 손이 스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단점은 사용설명서에는 거품을 잡아빼서뽑아쓰라는데 저는 그냥 몸에 문지르는중요 그래서 인체실험이 아직 안끝났습니다.
2022.08.10 17:39
욕실 젤리 슬리퍼를 시장에서 샀는데 화학약품 냄새가 안빠져서 결국 버려야 할거 같아요.
맞아요. 전반적으로 다 그렇죠. 물건 대충 만들어서 일회용처럼 쓰다가 버려야 이익이 되서일까요?
독일의 몇십년 지나도 고장 안나는 가전제품 만든 회사들 다 망했다면서요.
가격은 살인적으로 올랐는데 품질은 형편없으니 물건 사고 나서도 속상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기분이에요.
2022.08.10 18:57
2022.08.10 21:07
생활 용품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는 것도 문제인 거 같아요. 굳이 필요하지 않거나 기존의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도 세분화된 만큼 더 사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죠. 세안 용품만 보아도 바디워시, 핸드워시, 풋워시, 페이스워시 등등. 굳이 그렇게까지 나눠 써야 할 필요가 있는지 전 모르겠더라구요.
제 경우를 살펴 보자면, 필요한 게 있어도 맘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할 경우엔 그냥 사지 않아요. 이건 제 취향과도 연결 되어 있을 거예요. 집에 불필요한 물건 두기를 꺼리고 비움과 빼기라는 인테리어 방식을 선호하거든요. 화장실과 싱크대 앞에 깔 발매트가 필요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맘에 쏙 드는 걸 못 찾아서 낡은 수건으로 대체하고 산지 n년째. 건조가 필요한 비누나 칫솔은 전용 용기 대신 페트병 뚜껑을 사용해요. 페트병 뚜껑 위에 비누를 두면 전용 용기에 담는 것보다 바닥에 닿는 면적이 줄어 더 확실히 건조 되고 칫솔도 페트병 뚜껑 위에 가로 뉘여 놓으니 바닥에 닿는 부분이 전혀 없어 물때도 안 생기더라구요. 페트병 뚜껑이라는 게 따로 돈 주고 사는 물건이 아니여서 괜히 상심할 일도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지도 ㅎ 거품타올은 8년전에 산 걸 여적...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갈 줄 저도 몰랐어요;;; 코튼 소재라 그런가봐요. 햇볕에 소독도 가능하니 이러다 평생 쓸지도;;;; 당시 이삼천원 주고 샀어요!! 혹시나 해서 검색해 봤는데 아직 팝니다!!! 색깔도 차분하고 코튼이라 살에 닿는 느낌도 보드랍습니다 여러분!!(갑자기?)
2022.08.10 21:32
페트병 뚜껑에 어떻게 칫솔을 가로놓지요? 뚜껑을 바닥에 고정하고 홈같은걸 파놓는건가요
페트병 뚜껑 용도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뚝배기에 계란찜해서 다 먹은 다음 바닥에 눌어붙은 계란 긁을때 쓰면 좋아요. 숟가락이니 뭐니 다 못따라옵니다.
발매트는 저도 고민고민하다 쓰리엠코일매트를 사서 그 위에 수건을 깔아놓았어요.
아 그리고 거품타월인데 면소재가 나오나요? (면이 물기를 흡수해서 쉽지 않을것 같은데)어디서 사셨는지 알려주세요!
2022.08.10 22:23
뚜껑을 바닥에 고정하진 않아요. 바닥에 그저 두기만 해도 밀리지 않더라구요. 게다 세면대 청소할 땐 들어야 하니까요. 뚜껑
위에 칫솔을 가로 뉘여....컵 위에 숟가락을 얹어 놓듯이....그냥...대충 얹어 놓으면...아 제 칫솔의 손잡이가 납작해서
가능한걸까요? (칫솔 자랑도 하고 싶지만, 참아야겠죠 ㅎ)
거품타월은....워낙 오래 사용하다보니 이젠 익숙해진건지...저는 딱히 못 느꼈지만 면소재의 특성상 타소재에 비해 거품은 분명 덜 날 거예요. 아기들 목용용으로 사용하는 거품타월도 거즈를
사용하잖아요. 피부에 닿는 느낌은 거즈와 비슷하나 거품은 그보단 좀 더 많이 나는 거 같아요. 제가 사용하는 제품은 성긴 코뜨기처럼 생겼어요.
주방 수세미중 코튼으로 된 제품들 있죠?. 그것의 목용 버전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면소재라 건조가 아주 중요하긴 합니다만 전
화장실 문을 항상 열어두고 살아서 건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보진 않았어요.
생각난 김에 검색을 좀 돌려 봤는데, 제 개인적인 소감과 달리 거품이 잘 안나다는 평들이 제법 보입니다. 이런 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구매처는....이니스프리입니다. 샤워타올로 검색하시면 제품의 모양새와 다른 사용자들의 상품평도 참고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쓰리엠코일매트가 밀림 방지용으로 나온거죠?
*참, 채찬님, 얘기 하다보니 생각났는데 요즘 바디로션도 바(bar) 형태로 된 제품들이 나오더라구요. 알고 계셨어요? 전 최근에 알았어요. 피부에 바르는 제품은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요. 바디로션바를 보곤 신세계를 발견한 마냥 바로 하나 샀어요. 아무래도 로션형태보다 불편하긴 해요. 바를 손으로 들고 몸에 문질러야 해서 손에 묻는 양도 많고 먼지가 제품 위에 붙기도 하구요. (바닥에 두고 사용할 순 없어 이것도 페트병 뚜껑을 붙였어요 ㅎ) 하지만 이 정도의 불편함 뿐이라면 플라스틱통에 담긴 로션 대신 바 형태의 제품으로 갈아탈까 해요.
2022.08.11 11:00
샤워볼의 품질 하락에 다들 공감하시다니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입을 모아 생각없이 하는 가벼운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인 것은 알지만, 소비를 피하고 싶은 요즘이라 고민이 더 깊어지는 듯 합니다.
다른 물건은 모르겠는데 샤워볼 이야기는 정말 공감이 갑니다. 수많은 샤워볼을 (끈이 풀려서) 그냥 버렸다가 이제는 아예 포기하고 천연 대나무 재질이라는 낱장 형태의 샤워 타월을 씁니다. 낡아서 헤질 때까지 쓸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