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2 09:42
@ 영상은 당연히 어떤 분께서 직촬하셔서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입니다
이렇게 다수의 입장객을 받는 락 페스티벌이 거의 3년만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락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이전에 부산 락 페스티벌에 다녀왔던 경험이 워낙 인상깊어서 이번 인천 락 페스티벌은 무조건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거든요. 다만 가기 전까지 한 주를 조금 진이 빠질 정도로 보내서 막상 주말이 오니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습니다. 송도는 인천에서도 한시간을 더 가야하는 곳이니까요. 역시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땀에 절은 채로 지하철을 타니 에어컨 바람에 계속 재채기를...
도착했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괜한 감회에 젖었습니다. 다른 공연과 달리 락페스티벌은 유난히도 락 장르에 대한 애착이 좀 솟아나는 것 같아요. 이제 힙합에 다 밀린 장르이지만 그래도 락은 절대 죽지 않는다면서 바득바득 고집부리는 전통주의자들의 모임 같다고 할까. 햇볕이 무지하게 뜨거워서 밀짚모자를 안썼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습니다. 팔토시가 정말 요긴했어요.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해서 뒤쪽에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한 한시간 뒤에 도착한 제 친구는 텐트를 치려고 할 때마다 행사요원에게 제지당해서 맨 오른쪽 구석으로 가야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먹거리 판매 운영은 너무 안좋았습니다. 저희는 토요일에 입장했는데 금요일에는 먹거리 반입 금지라면서 온 가방을 다 뒤지는 바람에 행사장 출입이 한시간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수련회 술 검사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반입이 어려우면 안에서 넉넉하게 팔면 상관이 없는데 부스가 너무 적어서 술 한잔 사려면 몇십분식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저기서 저렇게 줄을 서느니 차라리 행사장 밖의 편의점에서 물이든 음료든 마시고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네요. 인기가수 공연이 끝나면 조금 한가한 가수 타임대에는 다들 줄 서느라 복작복작...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딸리고 제한적이어서 좀 그랬습니다. 저는 물이랑 이온음료를 싸갔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탈수로 쓰러졌을지도요.
가수들 공연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저는 이번 락페에서 실리카겔을 처음 접했는데, 확실히 제가 도회적인 락을 좋아하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알 수 없는 희미한 정서를 멜랑꼴리한 멜로디에 담아내는 걸 좋아하나봅니다. 이번 락페로 이 그룹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공연에도 굉장히 많이 초청되더군요. 다른 공연에서 볼 일이 있으면 무조건 예습을 하고 가려고 합니다. 그 때는 떼창을 더 자신있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겠죠 ㅋ
그리고... 비비... 이번 락페의 최대 목적이었습니다. 블로그 잇님이 추천해주셔서 알게 된 랩퍼인데,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소개가 딱히 필요가 없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Fedex Girl을 못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다른 곡들을 실제로 처음 들어서 정말 흥분했습니다. 유튜브로 공연영상을 수십번 봤던 그 비누를 직접 들을 수 있다니! 사람들이 말하더라~ 새것마냥 키레이다떼~ 카지노도 불렀고 미공개곡인 범파도 불렀고... 시가렛 앤 콘돔도 직접 들어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본 가수 중 가장 교태를 잘 부리는 가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금 탁하지만 나른한 음색으로 노래를 하면서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관객들을 바라보는데 코피가 터지는 줄 알았네요. 특히나 마지막 곡은 블루스 락 같은 느낌이었는데 빠른 템포로 지르는 곡이라 락페에 제대로 걸맞는 엔딩이었습니다.
새소년도 이번에 실물로 처음 영접했습니다. 이번에 락페간답시고 예습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그룹이었습니다. 이 전까지 파도라는 노래밖에 몰랐는데 긴꿈과 심야행 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단번에 충격이 오더군요. 이렇게 세련될 수가 있나... 처음 들었을 땐 깅가밍가하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노래가 있고, 한참 후에서야 와닿는 노래도 있는데 새소년의 저 두 곡은 듣자마자 바로 꽂히더군요. 그래서 새소년의 무대를 직접 경험하는 게 참 황홀했습니다. 기타 피크를 입에 물고 그 특유의 꿀렁거림을 보여주는 황소윤도 매력적이었어요. 기타 피크에 관객들의 목신경이 연결되어있는 줄 알았습니다. 피크를 깨물때마다 객석에서 여지없이 신음소리가 ㅋㅋ
그리고 잔나비! 제가 이 그룹을 잘 몰라서 작은 오해를 품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말랑말랑한 노래만 부르는 그룹이라서 좀 매가리 없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공연 시작부터 쎈 곡으로 빵 터트리는데... 그 때 제가 너무 피곤하고 옷도 젖어있어서 자리에 들어와 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들어온 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쎈 곡으로 빵빵 터트리는데 누가 뭐래도 락!! (모던 락이 락이 아니라는 건 아닙니다 ㅋ) 본인들도 그런 걸 좀 의식했는지 우린 락이다 이런 귀여운 발언들도 하고 ㅎㅎ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나 전설 같은 노래들을 실제로 들으니까 괜히 눈물도 맺히더군요. 잔잔한 노래 부를 때 객석에 나가서 손으로 열심히 파도를 치다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다 들었으니까 이제 가시는 분들 많을 텐데~" 라고 말해서 좀 뜨끔했네요. 그래도 What's up 같은 노래도 불러주고 너무 신나서 좋았습니다!
제가 컨디션이 별로 안좋아서 이틀 입장권을 사놓고 그 다음날에는 갤갤대서 포기를 했어요. 체리 필터 공연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날도 좀 뜨겁고 사람도 많고 해서 갔다간 몸살만 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자우림이 저녁 9시에 오는 건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케쥴이기도 했고... 이번 락페의 최대 수확이라면 역시 가수는 무대에서 직접 보고 들어야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음원으로는 이 가수들의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기회 되면 공연 좀 자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벌써 전주 음악 페스티벌 예매완료 했답니다 ㅋㅋ 그곳에선 자우림과 뛰어놀 수 있길)
2022.08.12 14:01
2022.08.12 16:25
오우 플라시보...제가 한 때 꽂혔던 그룹인데 ㅎㅎ 에브리 미 에브리 유는 진짜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었네요 ㅋㅋ 그 노래만 들으면 내가 오늘 짱이다 이런 기분으로 집밖을 나서곤 했는데 ㅋㅋ 락페는 즐거웠습니다... 젊음(?)이 살아 숨쉬는 곳이었어요 ㅋㅋ
2022.08.12 19:10
락페가 그래야죠. 그래서 제가 안 갑니다. ㅋㅋㅋ 상상만 해도 이미 피곤...
2022.08.12 18:17
2022.08.12 19:09
아니 이런 인연이!!! 몰코가 폭죽 보고 씩 웃었다고 팬들 쓰러지던 그 날 맞으십니까. ㅋㅋ
라디오 헤드 땐 진짜 웃겼던 게, 다들 라디오 헤드의 요즘 스타일 음악을 몹시 사랑하는 분들처럼 열광하며 즐기다가 '엑시트 뮤직' 나오니 3배 광분,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나오니 거의 폭도로 변하는 게 재밌었어요. 사실은 다들 그 시절 노래 몹시 듣고 싶으셨던... ㅋㅋㅋㅋㅋ
2022.08.12 19:32
그 폭도중 한명이었습죠 ㅎㅎㅎ 그도 그럴것이 그해 투어 셋리트에는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가 없었는데 갑자기 으아아아아악 되어버린 ㅎㅎㅎㅎ
라헤의 오랜 빠돌이지만 사실 한국 뮤직페스티벌중 가장 재미있었던건 베이스트먼트 작스 였던거 같아요 이때 뛰어 노느라 다음날은 물론이고 그주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https://youtu.be/zHYqUtBqZ1Q
이런 광기를 한번 느껴보고 싶지만 이젠 체ㄹ…
2022.08.12 20:52
와 베이스먼트 작스 저 진짜 좋아하거든요. 화학형제 다음으로 좋아하는 제 최애 디제이인데.... 부럽습니다
솔직히 이제 체력이 달려서 못 갈 것 같아요. 대신 남의 체험담이라도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