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작. 1시간 57분. 장르는 스릴러라고 해야겠네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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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톤과 다르게 너무 귀여운 것 아닌가!!! 싶은 포스터네요. ㅋㅋㅋ)



 - 2009년 어느 날의 저는 늘 그렇듯 빈둥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듀나님의 새 리뷰를 읽고 있었죠. 그게 바로 이 영화입니다만. 간지나는 제목과 쟁쟁한 출연진 명단을 훑고 본문에 눈길이 이르니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극장으로 가세요. 지금 이 글도 읽지 마시고. 그렇다고 엄청난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는 게 좋습니다.)


 헛. 뭐가 숨겨져 있길래 그러지? 암튼 바로 극장 가서 보라고 강권(?)하는 걸 보니 영화는 끝내주나보구나!!! 하고 생각한 저는 시키는대로 순순히 백스페이스를 눌렀죠. 네...

 그리고 13년이 흘렀습니다. 물론 안 봤죠 전.  ㅋㅋㅋ 그러다 어제 '넷플릭스도 가끔 뭘 봐줘야지 돈 나가는데!'하고 이 영화를 보았고. 그 후에 듀나님 리뷰를 찾아 검색했다가 13년 전의 기억이 돌아왔네요. 반갑습니다 2009년의 나. 그 때도 변함 없이 게을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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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영화 첫장면 정도는 괜찮겠죠. 정말 맨~ 첫장면이어서요.)



 - 듀나님이 저런 문구를 넣으신 이유를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영화가 초반에 기본적인 정보 제시를 안 해줍니다. 좀 다짜고짜 중요하고 극적인 사건을 보여준 후에 그 3일 전, 하루 전, 몇 시간 전 등등으로 점프를 해요. 그리고 그렇게 점프를 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기본 정보가 추가되면서 관객이 처음에 본 그 장면의 의미는 점점 더 강렬한 개판 막장이 되어가죠. 그런데 이게 상당히 재미도 있고, 또 런닝타임 30분이 넘어갈 때까지도 이 형식이 이어지거든요. 그러니 이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보는 게 최상의 감상이 되는 셈입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이제 처음으로 보시려는 분이 계시다면 넷플릭스 선택 화면의 시놉시스도 읽지 마세요. 그것도 분명한 스포일러가 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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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 둘이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 그래서 저 역시 디테일한 정보는 최대한 생략하고 말하자면... 결국 이 영화의 장르는 그겁니다. '어리버리 살던 좀 모자란 인간들이 어쩌다 돈 문제로 아주 쉽고 안전해 보이는 범죄에 손을 댔다가 운명의 장난으로 일이 엉망진창으로 꼬이며 사이 좋게 다 함께 나락 가는 이야기'요. ㅋㅋ 전 정말 이 장르에 누가 이름 하나 붙여줬음 좋겠어요. '쉘로우 그레이브', '파고', '심플 플랜' 등등 쟁쟁한 선후배 영화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매번 그 영화들 소환하며 설명하기도 귀찮구요. 사실 제 요 투덜거림도 아마 이미 제 글에서 서너 번은 반복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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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제가 세기말에 꽤 좋아했던 배우님이신데요. 뭐 막 대성하진 못하셨지만 매우 잘 활동하고 계시니 괜찮은 걸로!)



 - 그리고 이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들 중에서도 유난히 차갑습니다. 주인공들은 그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이미 인생이 망한 상태에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심지어 가족 관계까지도 다 망했죠. 이미 망해 있었고, 지옥이 눈앞에 있던 상황에서 그걸 피해 보겠다고 감당 못할 일에 손을 댔다가 더 격하게 망하면서 급행으로 목적지에 실려 가는 겁니다. 앞서 말한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죠.

 영화가 보여주는 그 과정은 아주 담담합니다. 왜 그런 옛날 영화들 많잖아요. 시작부터 끝까지 클로즈업 같은 건 자제하면서 인물을 좀 거리를 두며 잡고, 음악도 자제하는 등등 스타일의 연출이요. 대략 그런 식으로 찍혀 있고 또 그게 잘 먹힙니다. 따지고 보면 참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사연의 인물들이고 내내 격렬한 드라마가 요동을 치는데, 영화는 그냥 담담하게 흘러가요. 그 덕택에 '어차피 다들 그럴 팔자였습니다'라는 식의 고전 비극 같은 느낌이 낭낭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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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버트 피니 옹 사진도 최대한 정보를 숨기려다 보니 짤이 이렇게...)



 - 배우들이 아주 좋죠. 필립 시모어 호프먼, 에단 호크, 앨버트 피니, 마리사 토메이, 마이클 섀넌, 에이미 라이언에 로즈마리 해리스까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분량도 많은 세 남자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비교적 작은 역할의 나머지 배우들도 참 튀지 않으면서 든든하게 잘 해주고요. 그 중에서도 사실상 원탑 역할인 필립 시모어 호프만의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다들 좋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요. 참으로 아까우신 분... 그리고 로즈마리 해리스는 사실 좀 카메오 가까울 정도로 분량이 적은 편인데, 그래서 혼자 좀 웃겼습니다. '기프트'를 보고 바로 다음에 본 거라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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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터프 불한당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던 마이클 섀넌. ㅋㅋㅋ 제겐 뭔가 답답한 샌님 이미지가 박혀서요.)



 - 스포일러를 피하며 글 적기가 너무 어렵다! 는 핑계로 조기 마무리하겠습니다. ㅋㅋ

 차갑고 비정한 범죄물 톤에 뜨거운 드라마를 잘 식혀서 눌러 놓은 영화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즐겨도 다 훌륭하구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잘 짜여진 각본, 그리고 말 그대로 '무심한 듯 시크한' 시드니 루멧의 넘치고 부족함 없이 딱 적절한 연출까지. 뭐 트집 잡을 구석 없이 참으로 잘 만든 영화였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 대부분에게 추천합니다. 꿈과 희망의 엔딩 아니면 보기 싫으신 분들만 빼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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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요기조기서 봐왔는데도 쭉 모르다가 '더 와이어' 이후로 인식하게 된 에이미 라이언씨. 늘 반갑습니다. ㅋㅋ)




 + 로즈마리 해리스 짤이 없는 이유가... 웹에 스포일러성 짤 밖에 없네요. ㅋㅋㅋ 유난히 짤 고르기도 어렵고 설명 붙이기도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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