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5 18:30
히치콕의 [현기증] 이후로 영화사에서 초록색은 가장 신비하면서도 현실과 유리된 세계를 상징하는 색 중 하나가 되었지요. [초록밤]에서의 초록색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던 이 색이 얼마나 이상하며 초현실적인지를 종종 시각적으로 일깨우곤 합니다. 해당 스틸 사진 속에서도 가족들은 아주 일상적으로 모여있지만 창밖을 뒤덮고 있는 저 녹색광선은 이 세계가 사실 얼마나 이상한지 은은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사나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이 영화속에서 관객인 우리들이 인식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사람들은 늘 피로하거나 무언가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때마다 초록빛은 때로는 형광등 조명으로, 때로는 숲으로 사람들을 감싸거나 세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푸르르다'라고 생명력을 상징하던 이 녹색은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감각을 전달하곤 합니다. 삶이란 죽음의 저편 반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서 단지 마주보고 있을 뿐인 것이 아닌지.
거대한 사건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혹은 있었지만 스쳐갑니다. 영화 속의 승리와 영광이 너무 멀어서 가짜같기만 한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삶은 얼마나 재미가 없고 순간순간 절망으로 차오르는 것일까요. 이 영화의 광고 문구 중 하나는 "애도"이지만 저는 기이한 중력을 느꼈습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와 다가오고만 말 것 같은 미래의 그 무게감에 짓눌리는 것에는 그 어떤 가족도 예외가 없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괜히 더 괴이쩍고 한편으로는 그 진실됨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 참 촌스러운 표현인데 저는 올해 한국 영화 10편을 뽑는다면 이 작품은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2.08.05 19:33
2022.08.05 20:56
2022.08.05 23:47
2022.08.06 10:27
2022.08.06 15:25
올영에 새로나온 화장품인줄. -_-;;;(초록 balm)
2022.08.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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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분들 반응이 꽤 좋길래 알게 된 작품인데 Sonny님도 추천하시니 꼭 봐야겠네요. 강길우 배우는 <정말 먼 곳>에서 아주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여기도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