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6 03:00
#.토이의 유희열이라는 자는 기분나쁜 아저씨 정도로 여겨지고 있어요. 내게는요. 여러분에게도 그렇겠죠. 돈을 내고 자신을 보러 온 여자들에게 다리를 벌려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기분 나쁘잖아요? 나는 돈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을 싫어하고 듀나게시판 여러분은 여자를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을 싫어하죠. 그러니까 나와 듀나게시판 여러분들...우리 모두가 유희열을 대체로 싫어할 것 같네요.
어쨌든 그의 음악을 딱히 듣지 않으니 그의 직업은 작곡가라기보다는 예능 패널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표절 논란이 일어나서 천재 소리를 듣던 유희열은 체면을 제대로 구기고 있죠. 뭐 유희열을 규탄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예요.
1.이번 사건에서 내가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은, 음악이라는 건 남의 것을 훔치기로 작정하면 천재 행세를 하기가 너무 쉽다는 거예요. 만화나 영화, 소설같은 건 그렇지 않잖아요? 아무리 모티브를 훔쳐오든 멋진 대사를 훔쳐오든 주요 설정을 훔쳐오든간에, 그것만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가 없어요.
물론 표절은 나빠요. 하지만 만화나 영화는 다른 작품에서 씬 하나를 훔쳐오는 정도로는 그 순간을 '땜질'할 수 있을 뿐이예요. 그리고 단 한장면을 땜질하기 위해 표절한 게 들켜버리면 욕은 엄청나게 먹어야 하고요. 주요 골격이나 중요한 부분을 훔쳐오는 것도 아니고 어떤 한 순간을 훔쳐오는 거라면 욕은 욕대로 먹고, 작품의 전체적인 수준은 끌어올릴 수 없죠.
2.그런 케이스는, 굳이 비유하자면 빵 하나를 훔치고 오랜 감옥 생활을 한 장발장에 비유할 수도 있겠죠. 말했듯이 표절은 나쁘지만 너무나 심한 허기...배고픔. 도저히 이 상황, 이 장면을 그럴듯하게 처리할 수 없다...아이디어가 한 방울도 떠오르지 않는 궁지에 몰려버리면 작가들은 표절을 감행하게 돼요.
그런데 작가는 그게 문제예요. 그렇게 표절을 해봤자 단 한순간의 배고픔만을 해결할 수 있고 연재는 계속되어야 하거든요. 어딘가에서 아이디어를 훔쳐와봤자 아주 잠깐의 갈증...배고픔만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지 작품 전체를 나아지게 할 수는 없는거예요.
한데 문제는 한 순간의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빵을 훔쳤더라도, 도둑질을 한 작가는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는 거죠. 그 작품 전체를 먹여살리는 빵이 아니라 아주 잠깐...독자가 몇 초만에 읽어버리는 한 순간을 때우기 위한 빵 한조각을 훔쳤더라도 말이죠.
3.한데 음악은 달라요. 애초에 몇 년씩 연재가 계속되는 만화, 수십 수백시간 되는 드라마, 2시간 남짓 되는 영화와는 달리 대중음악은 2~3분 정도면 끝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건 분량상 아주 조금만 훔쳐도 그 음악 전체의 급이 달라져요. 빵 한조각도 아니고 딱 빵 한입...한 입만 훔쳐도 지금 만들고 있는 곡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이죠. 단 한순간을 훔치는 것만으로도 말이죠.
4.휴.
5.이 글에서 나는 음악을 축구에 비유하고 싶어요. 축구에는 이런 말이 있죠. '천재는 그라운드에서 90분 내내 천재일 필요가 없다. 천재는 90분 중 1분 동안만 천재이면 충분하다.'라는 말이요. 말 그대로, 골잡이들은 89분동안 평범한 선수여도 1분만 번뜩이면 2골, 3골씩 넣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이란 건 일부분만 천재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머지는 평범한 작곡가여도 어떻게든 채워넣을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한 부분 괜찮은 거 가지고 어떻게 나머지를 괜찮게 꾸미냐? 그래도 실력이 되니까 좋은 곡을 쓰는 거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딱 한부분이 괜찮다는 건 완전한 어둠속을 걸어가던 창작자에게 지도를 쥐어주는 것과 같거든요.
6.요리에 비유한다면 메인 디쉬 옆에 올라가는 가니쉬는, 요리를 배우기만 하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처럼요. 스테이크 옆에 놓여지는 구운 아스파라거스나 감자샐러드는 아무나 만들 수 있어요. 냉면 위에 올려지는 삶은달걀과 무, 배는 아무나 올릴 수 있고요. 스테이크를 잘만들고 냉면을 잘 만드는 게 어려운거지 그것에 맞춰서 고명을 올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거든요.
7.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표절이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0만원을 훔친 도둑과 1억원을 훔친 도둑의 죄질이 다르듯이, 똑같이 10초를 훔쳐 왔다면 음악을 도둑질한 놈이 더 악질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은, 눈한번 질끈 감으면 돈과 명성과 성공을 얻어낼 수 있는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을 속일 필요 없이 자신의 양심만 속이면 천재 행세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표절로 천재 행세를 하려면 정말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고요.
예전에 최자와 설리가 사귀는게 알려졌을때 스케치북에서 그얘길 하면서 "최자가 설리랑 사귀다니 남자는 역시 최강....자신감이네요" 개그하는거 보고 불쾌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들 알다시피 최자 이름의 유래는 최강자신감이 아니라 성기와 관련된거고 당시 설리는 막 성인이 됐을때라...
아무투 그것과는 별개로 유희열의 음악은 좋아했는데 많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