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바낭] 생존 신고

2022.07.02 07:31

로이배티 조회 수:773

 - 왼손 깁스에 오른손 링거를 하니 양손이 봉인되어 듀게는 눈팅만 했네요. 잠깐 링거 봉인이 해제된 틈을 타서 흔적 남깁니다.


 - 수술도 잘 됐(다고 수술한 의사 본인이 그러)고 생각보다 통증도 크지 않아서 잉여롭게 잘 지냅니다. 수술할 때 본인 뼈 구경을 하게될까봐 잠깐 설렜(?)는데 무슨 천 같은 걸로 막아버리더군요. 좀 아쉬웠지만 소리는 한 시간 반 동안 실컷 들었...

 근데 의사랑 스탭(?)분들 수술할 때 말씀 좀 조심해주셨으면. 자꾸만 "어라?", "아니 이게...", "아니 거기 말고.", "흠......" 같은 소릴 주고받고 있으니 넘나 스릴이. ㅋㅋㅋㅋㅋ


 - 양손 봉인의 가장 큰 문제는 못 씻는다는 겁니다. 하하. 4일째였던 어제는 정말 상태가 대단했죠. 깜빡 면도기도 안 챙겨와서 거의 무인도 표류 비주얼. 자꾸 파리가 날아오는 게 음식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링거 휴식이 주어져서 '좀 씻으란 소리구나!' 라고 생각하고 세수, 머리감고 수퍼에 나가 사 온 면도기로 면도도 했어요. 사람된 기분!!!


 - 몰골이 이래서 가족 포함 누구의 면회도 블락하고 호올로 칩거 중입니다만. 할 일은 없고 좀이 쑤셔서 주기적으로 링거 주렁주렁 달고 병원을 쏘다니다 예전에 담임했던 애 둘을 마주쳤습니다. 허헐(...) 뭐 사진은 안 찍혔으니!!!


 - 브레이킹 배드 시즌4에 들어갔어요. 하핫. 생각 보다 별로 안 현실적으로 막 나가고 코미디가 강해서 좋네요.


 - 아들과 딸이 할매 폰으로 가끔 문자를 보내는데 둘 차이가 보여서 좀 웃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핼로 마이 네임 이스 (자기 이름) 카카카 캬캬캬캬 오늘 4교시 했는데 조금 일찍 끝났어요 갑자기 웬 강아지가! 오빠 지금  합기도 갔어요 오늘 내가 뭐 가지고 왔거든요 아빠가 나으셔서 빨리 돌아오면 같이 만들자요 오늘 저녁밥 나오면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빨리 나으셔서 빨리 돌아오세요 사랑해요♡"

딸(8세)이구요.


"저녁밥 이 똑같으 시구먼 (자기 이름) 100000000000000₩ 빨리 나으셔서 벌으세요♡"

아들(10세)입니다.


아들 따위 쓸 데가 없....... ㅠㅜ


 - 퇴원은 월요일이지만 깁스는 빨라야 두 달, 길면 석 달 후 해제라니 퇴원해도 가을 전까진 예전 같은 듀게 도배질은 무리겠네요. 아쉽습니다만. 다쳐서 고생한 덕에 앞으론 조심하며 살자는 비싼 교훈 얻은 셈 쳐야죠 뭐. 진짜 한 손으로는 못하는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ㅋㅋㅋ 이 글도 핸드폰 한 손 모드로 삼십분째 쓰는 중이고 아직 할 말이 많지만 슬슬 손목이 아파서. 


 - 뭐 그래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퇴원하면 글은 자주 쓰겠죠. 매우 짧아지겠지만 기를 쓰고 노오력 하고 있을 듯. 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죽여주는 호박들의 '노력, 노력, 노력'을 바칩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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