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0 11:56
지난주 런닝맨에서는 주식특집의 전초전으로 퀴즈게임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의 사회과목(정확히 사회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사회? 정치?)을 암기해서 문제를 맞추는 형식이었고 몇몇 출연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게임이었죠. 이 게임을 보면서 제가 흥미롭다고 느꼈던 건 이 단순한 퀴즈게임이 정치적 함의를 띄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필 피디가 '나는 이런이런 문제들로 현 사회에 일침을 놓겠어!' 라는 의도를 가지고 이 퀴즈코너를 기획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근거없는 독심술이 아니라, 기획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런 기본적인 퀴즈들이 현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어떤 정치성을 띄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가장 최근에 지선이 있었습니다. 그 지선의 낮은 투표율을 생각해 볼 때 선거의 직접, 보통, 평등, 비밀 선거라는 이 기본적인 요소들이 갖춰지기까지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곱씹어보게 됩니다. 그 다음에 나온 문제인 "유신헌법"을 생각해볼 때, 대통령을 국민이 뽑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투표 자체가 민주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현 시대가 얼마나 대단한 시대인지, 혹은 이 가치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유희를 목적으로 하는 퀴즈도 현 시대 상황에서는 컨텍스트가 자동으로 완성이 되고 말죠.
특히나 헌법 1조 2항을 그대로 써보라는 퀴즈는 굉장히 의미심장했습니다. 촛불시위에 나가본 분들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시위 현장에서는 저 헌법 1조 1항과 1조 2항을 아예 가사로 만들어서 노래로 불렀기 때문입니다. 헌법 1조 2항에 대한 퀴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질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보필 피디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기획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정치적 함의를 시청자 입장에서 비평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기초적인 헌법을 윤석열은 과연 대통령으로 지키고 있는 것인가. 불과 며칠 전 윤석열씨는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을 산업 인재를 키워낸다는 소리로 큰 의구심을 일으켰습니다. 지금도 청와대 졸속 이전 때문에 윤석열씨와 함께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죠.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73907_35744.html
저는 런닝맨의 이 퀴즈를 보면서 누군가는 괜히 뜨끔해졌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어느 정당의 지지자들은 유신헌법의 실패나, 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소들을 괜히 되새기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그 사람들이 과연 '인간의 존엄'이란 개념을 좋아할까요. 혹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인간의 존엄을 근거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같은 노동자 착취가 과연 온당한 것이냐고 했을 때, 민주주의의 개념으로 과연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있을까요. 이것은 단순히 집권 여당이나 대통령에게만 향하는 질문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살고 있는 저희 모두에게 해당되는 통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조세호씨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 3가지를 쓰라고 했을 때 인간의 존엄 대신 사랑을 쓴 게 그냥 무식해서 한 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저런 방식의 오답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지.
2022.06.10 13:04
2022.06.10 14:18
사랑의 방식은 어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데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를테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도 소수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만의 사랑이라는 폭력을 실천하게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인간의 존엄을 저희가 열심히 이해하려고 해야하는 개념 같아요.
2022.06.10 14:06
2022.06.10 14:18
요새 인스타에 닭살 멘트를 쓰면서 꼴값맨으로 활약하고 있죠 ㅋㅋㅋㅋ
저는 사실 항상 학창시절에 저런 3가지 쓰라고 했을때 헷갈리더라고요. 자유 평등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모를리가 존엄을 실천하는 사람이 사랑을 모를리가
보통선거라도 제대로 한다면 자유나 평등을 실천하지 않을리가
그런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0점처리되곤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