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2 09:54
- 199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00분. 스포일러 있어요. 있습니다. 어차피 다들 아시잖아요?(...)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니 팬분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엄...
(그 시절 홍콩 영화 포스터들 중 최고봉이라고 생각하는 포스터입니다. 지금 봐도 참 멋지네요.)
- 어차피 스포일러 있는 글. 도입부 줄거리 소개도 스킵하고 그냥 바로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절정의 꽃미남 '아비'가 이 여자 꼬시고 저 여자 꼬시고는 나쁜 남자 모드로 다 박대하다가 자길 낳자마자 버리고 필리핀으로 튀어 버린 생모를 찾아간다는 얘기죠. 그 과정에서 '이 여자' 장만옥은 우연히 마주친 친절한 경찰 아저씨 유덕화와 엮이다 말고, '저 여자' 유가령은 아비의 친구 장학우랑 엮이다 말구요.
(아비놈 인성 보소...)
- 단순무식하게 그냥 연애 이야기로 생각하고 본다면 장국영은 정말 대책 없는 구제불능 자뻑 양아치입니다. 타고난 비주얼과 세기말 20대 갬수성에나 먹힐만한 '다리 없는 새' 드립으로 여자들 후리고 다니면서 자기가 만든 그 관계에는 정말 철저하게 무책임하구요. 그 와중에 어려서 버림받았다는 자기 개인 사정에 꽂혀서 자기 생각 밖에 안 하죠. 그 유명한 댄스 장면은 그런 자기애가 빅뱅으로 대폭발하는 모습이구요. 특히 필리핀 떠날 때가 압권이에요. 장학우에게 자기 차를 주면서 '니가 갖고 싶어했던 거 알고 있었어' 라는데 아무리 봐도 맥락상 그게 자동차 & 유가령 얘기이니 참말로 기가 찹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잠시 장만옥을 떠올릴 때 조차도 이 양반에겐 장만옥보다 그 시국에 장만옥을 생각하는 자신의 로맨틱함과 비극이 더 중요해 보여요.
(그래서 이렇게 춤을 출 때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봐줘야)
- 물론 이 영화와 장국영의 캐릭터를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죠. 보통은 갖가지 다른 해석과 의미들이 붙여서 이야길 하구요. 모두들 다 아시는 '아비 = 본토 반환을 목전에 둔 홍콩, 두 엄마 = 중국과 영국' 공식이 대표적이죠. 그걸 떠나서 좀 더 보편적으로 20대 젊은이들이 한 번씩 겪고 지나간다는 방황과 고독을 상징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요. 그게 또 참 잘 맞아떨어져서 거기 반박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긴 한데...
...전 그런 해석들이 이 캐릭터의 자기 중심적 행동들을 깨끗하게 설명해준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특히나 이 영화는 아비 외의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잠시 돌아가며 주인공 행세를 할 기회를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더 그래요. 자길 꼬시고 차버린 게 장국영이 아니라 홍콩이라고 생각하면 장만옥의 억울함이 좀 나아진답니까? 홍콩 찾아 필리핀으로 가는 유가령도 좀 괴상해지잖아요(...)
물론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복합&다층적 캐릭터'라고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고 저도 인정은 합니다만. 그냥 우리 아비군의 캐릭터가 제 취향과 거리가 아주 멀어요. 그래서 이렇게 길게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존중해주시죠!!! ㅋㅋㅋ
(사연도 있고 이렇게 짠한 장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 민폐력이 어딜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꽈.)
- 이제 와서 다시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영화의 '아트하우스 필름'적인 면모였습니다.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오만가지 방법을 다 써서 인물들을 무언가에 가둬버리는 강박에 가까운 미장센이라든가. 종종 거칠게 확확 튀는 점프컷 편집. 길게 이어지는 대화를 그 중 한 명의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고정해 놓고는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들 같은 것. 인물들의 설정이나 관계 같은 것도 그래요. 갑작스레 확 불타오르는 남녀의 관계를 통해 당시 사회의 이슈나 문제 같은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식의 유럽 예술 영화들이 꽤 많았죠. 주인공들의 직업을 통해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렇구요.
그러니까 유럽 아트 무비들의 홍콩 버전이랄까요. 평론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거기에다가 이제 아시아권 영화들 특유의 갬성이 첨가되어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고. 또 한국의 관객들에겐 그 시절 마치 한국 배우나 마찬가지로 친근감을 느끼던 홍콩의 탑스타들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그들이 그 당시 다른 영화들에선 별로 보여준 적이 없는 진지한 연기들을 보여주니 더더욱 좋을 수밖에 없고...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내내 어둡고!!!!!)
(좁은 풍경만 와장창!!!!!)
- 그런데 안타깝게도 별로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어요. ㅋㅋㅋ
이게 뭔가 되게 극단적이더라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현실 세계의 인간 같지 않은 분위기의 인물들이 '저는 무엇무엇을 상징한다구요!' 라고 손을 흔들며 전혀 현실 세계 같지 않은 어딘가를 폼나게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꾸준하고도 집요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을 들이 부어대는데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좁아 터진 공간에 갇혀 있는 느낌, 출구 없는 어둡고 비좁은 공간의 느낌을 강조하니 나중엔 심각할 정도로 갑갑해지더라구요. 뭐 그게 감독의 의도였겠습니다만. 전 그저 '나중에 또 볼 일은 없겠어!'라고 다짐을(...)
- 아마 그동안 저와 제 감성이 늙어 버린 탓도 있겠죠. 예전에 들을 땐 그럴싸하게 들렸던 '발 없는 새' 이야기가 이젠 뭔가 싸이월드 자기 소개 글 같은 느낌이 들고. 나름 내적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비의 모습은 걍 자기 중심적 진상남(...)이란 생각만 들구요. 막판에 유덕화 캐릭터가 아비에게 "야 니가 무슨 새야! 니가 새면 날아봐!! 날아봐!!!" 라며 짜증내는 장면에서 껄껄껄 웃으며 후련함을 느껴버린 저는 이제 이 영화에 최적화된 관객과는 넘나 거리가 멀어져 버린 것......
(심지어 야외 촬영들도 이런 식으로 찍어서 바깥 세상을 잘 안 보여줍니다. 갑갑의 극치!)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딱 그 시절에 봤어야 하고, 또 그 시절에 이미 감동을 받았어야할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20세기에 보긴 했지만 그 때도 별 감동을 받지 못했던 저는 이제와서 다시 봐도 뭐 막 좋지는 않더라구요.
워낙 그림이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또 장국영이 안 나오는 다른 배우들 장면들 중엔 지금 보기에도 꽤 근사한 장면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쨌거나 제목대로 이게 '아비의 이야기'이다 보니, 바삭바삭 메마른 감수성의 단순무식한 관객인 제겐 많이 부담스러웠네요. ㅋㅋㅋ
그래도 여전한 비중 대비 씬스틸러 장만옥과 이제와 다시 보니 헉 소리 나오게 예쁜 유가령 덕에 꽤 만족하며 봤습니다. (쿨럭;)
내친 김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왕가위 영화를 싹 다 봐버리자! 라는 맘으로 본 영화였는데. 이 프로젝트(?)가 완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
(그 당시엔 잘 몰랐는데 유가령 비주얼이 환상적이더군요. 나름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에너지 넘치는 긍정적 캐릭터이기도 하구요.)
+ 왕가위 아저씨는 '어린왕자'도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아비가 장만옥을 유혹하는 장면도 그렇고 뭔가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가스라이팅(...) 스킬 배우는 장면 비슷한 느낌이 드는 전개가 몇 번 나오더라구요.
++ 필리핀 호텔 장면에서 좀 의아한 게 있었는데. 유덕화가 받아서 들고 가는 열쇠는 206호 열쇠인데 넘나 자연스럽게 204호로 들어가더라구요. 뭐 그냥 옥의 티겠거니... 하고 봤구요.
+++ 이러쿵 저러쿵 신나게 투덜거려놨지만 그래도 뭐랄까. 결국 심한 말(?)까진 할 수 없게 되는 건 역시 제가 그 시절, 그 시대를 거쳐 온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비평가들의 호평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지만 어쨌거나 그 시절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 분명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던 영화이고. 그럴만한 이유와 자격은 충분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냥 제가 늙어서 문제입...
++++ 대국민 사기극의 증거... 라고 생각하며 찾아봤는데
의외로 사기가 없습니다? ㅋㅋㅋ 네오 '로맨틱' 시네마에다가. 청춘의 피울음. 한 씬을 위해 NG 48번. 사랑...
딱히 거짓말이 없어요. 액션, 영웅 같은 단어가 하나도 없네요. 알고 보니 참 정직한 홍보였던 것.
2022.04.12 10:02
2022.04.12 11:39
이미 '중경삼림', '동사서독' 까지 봐 버려서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듯 합니다. ㅋㅋ 탑골 홍콩 영화라기보단 탑골 왕가위 특집편이 되고 있지만요. 옛날 홍콩 영화들이 은근히 볼 곳이 별로 없네요.
2022.04.12 10:09
전설의 2주 개봉때는 (연소자라서^^) 못 보았지만, 무려 비디오 테이프로 이 영화를 접한 세대이자, 인생영화로 꼽는 사람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가 아직까지 좋은 이유는 전설의 사운드트렉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국영이 혼자 춤출 때 나오는 음악이 제일 유명하지만, 저는 유덕화랑 장만옥이 홍콩 밤거리를 거닐 때 나오는 곡을 제일 좋아합니다.
2022.04.12 11:41
음악을 참 잘 쓰기도 했고, 또 이 당시가 한국에서 영화 OST들 전성시대였던 것 같기도 해요. 한국 영화들이 워낙 OST들에 신경을 덜 써서 그런지 (사실 그땐 영화 완성도 자체가 구렸...) 외국에서 이렇게 음악 잘 쓴 영화들이 나오면 되게 사랑 받고 그랬던 기억이.
2022.04.12 10:11
2022.04.12 11:41
도덕적인 부분보단 그냥 아비가 빠져 사는 그 정서가 '예전에 종종 봐서 익숙하긴 한데 인정은 못 해주겠군' 이라는 느낌이었어요. 늙은 게 죄입니다!! ㅋㅋㅋ
2022.04.12 10:18
아비정전까지도 열혈남아의 연장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폼잡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왕가위는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얘기해야될 것 같은데 이야기가 좀 애매해요 장국영이 아니라 다른 배우라면 좀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동사서독은 장국영이 아니라고해도 될 것 같지만요
2022.04.12 11:43
장국영이 좋은 연기 보여준 영화들 꼽아보라 하면 '패왕별희와 왕가위 영화들' 같은 식이죠. 왕가위식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배우 활용을 잘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대체로 이 영화는 왕가위 스타일의 진정한 시작이자 이미 완성... 이라고들 많이 평하죠. 이후의 영화들에서 이 영화의 인물, 주제, 스타일 같은 게 계속해서 반복되니까요.
2022.04.12 10:42
아비 같-지만 얼굴은 당연히 장국영이 아닌- 은 남자애들 많이 봤어요. ㅋㅋㅋ
이십대의 좌충우돌을 허하고 십대 시절 성적과 행적을 일일이 기록하지 말아라주의라서 기본적으로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닌데, 저는 이 영화 세 번인가 시도했가가 다 중간에 하차했어요. 그려 젊은이 마음은 알겠는데 초저녁잠이 늘어서 말이여...
마침 직전에 본 것이 화양연화였거든요. 주인공 머리까지 잘라먹는 화양연화에 비하면 아비정전 화면은 넓어요. 넓습니다.
개봉이 중앙극장이었군요. 당시에도 울트라 슈퍼 메가히트감이 개봉되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반응이 어땠는지 모르겠군요. 왕가위 영화는 워낙 중경삼림 후에 재평가된 인상이 강해서 잘됐던 것도 망했던 것 같고 그렇습니다.
이미지로는 코아아트홀에 걸렸어야 맞을 것 같은데요.
2022.04.12 11:45
얼굴이 아니면 아비 같다고 말할 수가 없지 않습니... ㅋㅋㅋㅋ 근데 진짜로 비주얼은 아비 캐릭터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는 핵심 같은 부분이지 않나요. '넌 오늘 밤 내 꿈을 꾸게 될 거야' 같은 소릴 해도 웃겨 보이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장국영의 형상을 한 캐릭터가 뱉는 대사였기 때문에...
당시에 흥행은 완전히 망했었죠.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다른 영화에 빡친 관객들이 환불해달라고 극장에서 시위하는 걸 당시 뉴스로 실시간 목격했습니다. ㅋㅋㅋ
2022.04.13 10:45
2022.04.13 10:48
네 당연히 액션. 그리고 애절하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었죠. 당시엔 요즘처럼 정보를 쉽게 접하지 못하던 시절이니까요. ㅋㅋ '그 시절' 홍콩 영화에다가 출연진이 이러한데 고독한 예술혼이 불타는 영화를 예상하고 갔다면 오히려 그 양반을 이상한 관객으로 봐야...
2022.04.12 11:36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왜 저는 리뷰에 구구절절 동감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나저나 유가령 진짜 이쁘죠.
2022.04.12 11:45
아마도 노리님께서 안 좋아하는 스타일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일 수도요? ㅋㅋㅋ
네 정말 예쁘더라구요. 그 당시엔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역시 저는 배우들 미모를 알아보는 눈이 없나 봅니다.
2022.04.12 12:35
2022.04.12 14:52
열병을 앓고 있는 연인들이라... 그거 아주 그럴싸하네요. ㅋㅋ 그래서 더더욱 젊은 시절 감성의 영화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이제 와선 '어이쿠, 이해는 하지만 니들 그래서야 쓰겠니?' 라는 생각이 먼저 덜컥 들어 버리니 그게 참 슬픈(...)
2022.04.12 12:37
2022.04.12 14:54
네 그 격렬한 감성이 선배격인 유럽 아트 무비들과의 차별점이었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아시아 영화이다 보니 서양 영화들 감성보다 훨씬 가깝게 와닿는 것도 있겠구요.
말씀대로 사료적 존재 가치도 아주 높은 영화라고 생각하구요. 사실 당시 홍콩 배우들이 엄청나게 다작을 하는 와중에도 뭔가 이런 스타일의 연기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왕가위가 그 분들을 올스타로 데려다가 그런 연기 시키고 박제까지 해주셨으니 감사하다고 물개 박수를 날려드려야!!
2022.04.12 12:56
그래도 이 영화 홍보의 유일한 사기를 꼽자면 저 첫 포스터에서 주연처럼 나와있는 양조위겠죠? 원래는 2부작으로 기획해서 속편에선 주인공 예정이었다고는 합니다만 어쨌든 한 편으로 끝내는 바람에 ㅋㅋ 당시에는 도대체 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멋 하나는 끝내줬죠. 마블을 훨씬 앞서간 쿠키영상 속편 떡밥 ㅋㅋ
왕가위 작품들을 저도 쿨타임 차면 한 번씩 돌려보는 편인데 그닥 길지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중적으로 먹힌 작품들과는 달리 보기 많이 깝깝한 것도 사실입니다. 개봉당시 실패로 큰 교훈을 얻은 왕가위는 그래서 절치부심하여 차기작으로 동사서독을 아...
제작자 유진위가 계속 밀어줘서 그래도 중경삼림까지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하여 우리가 아는 왕가위의 진정한 영화세계가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 같고 아비정전도 나중에서야 평론가들 말고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점차 매니아층을 형성해나갔죠.
유가령 배우의 매력이 최고로 빛나는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실 처음 몇번 볼 때는 장국영, 장만옥,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미래의 남편 양조위에 비해서도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캐릭터였는데 이상하게 재감상을 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더군요. 떠나려는 아비를 떼쓰면서 끝까지 붙잡으려는 모습이 어찌나 요염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2022.04.12 14:58
당시에 '양조위는 왜?'라는 반응이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ㅋㅋ 영화 잡지들에서 사정을 알려주긴 했지만 그 잡지들을 모두다 읽고 사는 게 아니었으니. 말씀대로 영문 모를 엔딩이었지만 간지는 훌륭하더라구요. 나름 경쾌하고 힘이 있는 캐릭터처럼 보여서 속편이 예정대로 나왔다면 '아비정전'과 '중경삼림' 중간쯤 되는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절치부심해서 동사서독'이 지금 와서 보면 참 대단한 부분이죠. 그렇게 망하고 그렇게 말아 먹고 그렇게 (투자자 등에게) 비난 받고도 거기서 더 나가 버린 영화를 만들다니. 사실 되게 파렴치한(?) 짓이지만 어쨌거나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
유가령은 진짜 넘나 반짝반짝 예쁘기도 하구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뭔가 유령처럼 어른거리는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활기 넘치는 '사람 같은' 모습이어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캐릭터가 '중경삼림'의 왕페이 캐릭터로 연결되는 건가 싶기도 했네요.
2022.04.12 14:43
2022.04.12 14:59
훗날 장국영 댄스 장면이 너무 유명해져서 그것 때문에 뒤늦게 본 사람들도 되게 많았죠. 하하. 그 음악 정말 티비에서 지겹도록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라디오 영화 음악실 단골이기도 했구요.
2022.04.12 16:30
자꾸 생각나서 끌고와봤습니다. 특유의 끈끈한 자뻑은 다 날아갔지만 이 광고가 꽤 화제였던 것 같아서요.
아무튼 원본은 세계삼대난닝구에 들어갈 만합니다.
2022.04.13 00:33
옛날 광고를 보면 참 뭔가 종합적으로 어설픈 느낌이란 말이죠. ㅋㅋ 모델의 춤 실력도 문제겠지만 흉내낸 것도 분명 똑같이 흉내냈는데 느낌은 어설플 뿐이고...
저런 난닝구+빤스 조합이 '중경삼림'에서 양조위에 의해 한 번 재현되는데. 왕가위는 저 차림새를 좋아했던 걸까요. 왜(...)
2022.04.12 17:29
최근에 반 정도 봤었는데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맘보댄스 장면이 의외로 너무 안 멋져서 실망이었습니다. 예전에 볼 때는 뭔소린지 잘 몰랐던 것 같구요. 최근에 봤을 땐 너무 옛날 감성이더라구요. 나의 감정에만 충실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에게 도취되는 태도가 남자가 만든 순정만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순정만화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서도요. 그래도 특유의 어딘가 어설픈 듯 하면서도 예쁜 화면으로 만드는 허무와 고독의 정서는 나름 맛이 있기는 했어요.
2022.04.13 00:35
게다가 짧기까지 하지요 그 장면은. 티비에서 자주 보여주던 편집 장면만 보면 그 앞이나 뒤에 한참 더 있을 것 같았는데요. ㅋㅋ
결국 말씀하신 그 정서가 핵심인 영화 같아요. 거기 공감이 가능하면 갓띵작이 될 수도 있고, 공감이 안 되면 그냥 분위기 괜찮고 예쁜 영화...
여윽시 로이배티님의 글은 사진 설명이 꿀잼입니다. ㅎㅎㅎ
탑골 홍콩 영화 시리즈들 넘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