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탄적일천'을 보았어요.

2022.04.11 19:24

thoma 조회 수:426

해탄적일천(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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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이 멋있었어요.

웨이칭은 피아니스트인데 13년만의 귀국 연주를 앞두고 옛 애인의 동생 자리를 만납니다. 둘 다 잘 생긴 30대의 성공한 여인들이네요. 두 사람이 커피를 들며 지난 세월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화를 나누는데, 그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액자식으로 보여 주는 것이 이 영화의 형식입니다. 웨이칭의 해외 생활도 사연은 있겠지만 공통 기억의 현장이며 가부장 사회인 대만 땅에서 살아 왔던 자리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야기는 우리네 드라마와 예전 영화에서 주야장천 우려내온 멜로입니다. 집에서 강요하는 혼처를 피해 가난한 연인과 결혼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자 살림하는 아내로 위치지워진 자리와 일이니 접대니로 바쁜 남편과의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불화는 불륜을 포함한 관계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그래도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려던 차에 남편이 어느 해변에서 사라집니다. 죽었는지 죽은 척 위장했는지 그도 아니면 외국으로 가버렸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는데 여기서 영화가 기존 대중 영화의 공식을 살짝 벗어납니다.

저는 가족 관계 티브이 드라마 종류를 못 견디는데 이 영화도 사실 보는 동안 중단의 위기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어요. 그 위기를 넘기게 된 건 영화가 멜로와 가족 드라마의 그 견딜 수 없는 진부함을 '견딜만 하게' 다루는 기술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이들 부부는 결혼 후엔 두 사람의 관계만 문제가 되고 두 사람 양가의 가족들이 얽히진 않더군요. 여기서 우리 나라 부부 문제의 큰 부분이 삭제됩니다. 또 불륜이 문제의 핵심으로 다루어지지도 않고요. 기본적으로 영화가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휘몰아치는 격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또한 카메라가 거리를 두고 전달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자리의 괴로움이 충분히 전달되지만 괴로움을 노골적인 방식으로 파헤치거나 접근하진 않는다고나 할까요. 시간을 겪어나가며 변화하는 것을 공들여 구석구석 차분하게 보여 주어 느릿한 가운데 무엇인가가 익어가는 맛이 있습니다. 영화가 길어서 좋은 점이지 싶어요. 감독의 역량이 크다고 생각합니다만 촬영이 크리스토퍼 도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스토리만 건져 올린다면 별거 없는 영화지만 여성의 삶을 다룬 40년 전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세련된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면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듀나 님 리뷰에 '여자 인생에서 남자를 제거하는 과정의 기록'이라고 하셨네요. 제거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능동성이 있었던 건 아닐지라도 어쨋든 남자들이 없어지면서 인물들의 인생이 나아지고 보는 이에겐 쾌감도 있었어요.(특히 자리의 아버지 경우)

저는 웨이브에서 남은 코인을 탈탈 털어서 봤어요. 이제는 빈털터리. 인데버는 7시즌 마지막 회 하나를 차마 못 보고 뒀습니다. 8시즌이 언제 올라 올지 몰라도 올라 오면 이어서 보려고요. 그때까지 또 다른 ott로 옮겨가 볼까 싶어요. 갈 곳을 아직 못 정해 정처없는 ott 유랑의...

이 분이 웨이칭. 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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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자리. 이 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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